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지난 8월 31일 문학사상 임지현 대표가 이상문학상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이상문학상 대상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일본에 출간하는 가운데 출간 허락을 구하지 않고 출판했다는 것이다.

임지현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변명의 여지 없이 권리 침해였다며 일본어판 도서의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으로 인한 이익금 모두를 저작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이 밝힌 금액은  선인세 20만 엔(당시 환율로 2,237,240원)이다.

문학사상은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몰랐다. " 며 "담당자가 퇴사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단순히 실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논란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이상문학상은 이미 2001년 저작권양도 논란으로 소송전이 있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이상문학상.

이상문학상은 첫 시작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상문학상은 1986부터는 책의 말미에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이상문학상 운영위원회 명의의 글이 적어 놓았다. 그중 제6항 저작권 부분은 "대상 수상 작품의 출판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귀속된다." 고되어 있다. 더욱이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발행 후 3년이 지나면 저자의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으나, 그 작품집의 서명은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과 같은 수상 작품명으로 할 수 없다. "며 작가의 권리를 강하게 축소하고 있다.

문제는 문학사상 측이 작가들과 출판권설정계약이나 저작권양도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에게 출판에 대한 인세 역시 지급하지도 않았다. 다만 상금을 받기 위해선 위의 조건이 적혀 있는 "이상문학상 수상 규정 동의서"(1991.까지) 또는 "이상문학상 수상 수락 및 동 규정 동의서"를 받아왔을 따름이다.

문제는 상금이란 것은 "업적에 대하여 격려하기 위하여 주는 돈" 이지 출간계약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계약방식을 "매절" 계약이라고 부른다. 매절이란 일본과 한국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계약방식으로 책 판매량과 관계없이 출판자가 저작권자에게 한 번에 저작물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출판 문학계의 부조리가 이러한 계약 형태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은 2001년에는 문학사상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작가들을 대신해  서적 제작·복제·배포 금지와 6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문학사상 측은 상금을 받은 것이 묵시적으로 출판에 대해 동의를 하는 것이라며 "수상작을 출판하는 것은 문학상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적법하다"며 맞섰다.


이에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측은 출판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더라도 3년이 지나간 이후부터는 저작물에 대한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주장하였고 문학사상은 출판계의 관습에 따라서  저작권 또는 복제․배포권을 양도 받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맞섰으나 결국  "이상문학상 작품집 복제ㆍ배포를 금지하고 부당이익금 750만 원을 반환하라" 고등법원은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려 작가들의 승리로 끝났다.

2019년 이상문학상 사태

이상문학상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2019년이었다. 이상문학상의 대상을 받은 적이 있는 윤이형 작가가 이상문학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절필 선언을 한 것이다.  윤이형 작가는 “지난해 1월 이상문학상 수상 통보를 받은 직후 저는 ‘대상 수락 및 합의서’에 서명했다. 거기에 작가는 작품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에 양도하고, 3년 뒤에 개인 작품집이나 단행본에 수록할 수 있지만, 표제작으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1986년부터 있던 문제가 2019년도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 역시 문학사상사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 역시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이 작품을 작가의 작품집에서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으며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 없게 하겠다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문학사상측은, 대상 수상작에 한해서만 수상 작품집 출판권이 1년간 제한되게 축소를 하고, 수상작가가 단편집을 낼 때 표제작을 쓸 수 없다는 제한 역시 1년으로 줄이며 그간의 논란을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우수상 수상자에게 저작권 3년 양도는 직원의 실수였다고 밝히며 업무상의 착오로 잘못 전달된 것 이라고 주장했다. 편집부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업무처리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21년 새롭게 터진 이상문학상 대상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때와 같은 주장이다.

문제는 결국 권력화된 출판사와의 관계

윤이형 작가는 많은 작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절필 선언 당시  "입장문을 쓸 때 당연히 소송까지 각오하고 썼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대충 안다"며 "이름을 바꾸고 살 거고 성형수술이라는 말까지 생각이 난다" 며 출판계에 있을 일련의 사태들을 걱정했다. 이러한 이유는 작가와 출판사가 평등한 위치에 서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적 사적 부분에 출판계 인맥들이 얽혀 작가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02년 대법원은 이상문학상 수상에 동의한 것이 "저작권 또는 복제·배포권의 양도"로 볼 수 없다 판결했다. 여기에서 다섯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그중 하나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 신탁자들이 이 사건 저작물의 출판을 허락하게 된 데는 피고의 경영자였던 이어령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문단에 큰 어른이었던 이어령의 권위와 관계로 출판을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약 40년이 넘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이상문학상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문단과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이상문학상과 마찬가지로 최근 논란이 된 구름빵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백희나 작가는 출판사와 매절계약을 한 탓에 50만 권의 책을 팔았음에도 그 수익금을 받지 못했다. 백희나 작가는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애초에 출판사와 작가의 관계, 즉 갑과 을이 동등한 관계에서 합의한 계약서가 아니었다.”라며 “신인의 경우 특히 모르는 게 문제인 데다 소문이 빠르고 인맥이 중요시되는 출판업계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특정 집단에서 의도적으로 악성 소문을 퍼뜨리면 모든 곳에서의 계약이 어려워지고 이는 생계와 이어진다.”라고 밝혔다. 결국 21년 현재까지도 백희나 작가는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했다.


21년 이상문학상이 다시 재개됐다. 3,500만 원인 상금이 5,000만 원으로 올렸으며  21회 대상 수상자로 이승우를 뽑았다. 이승우 소설가는 한국 문단에서 "소설가들의 소설가"라고 뽑히며 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생의 이면’으로 대산문학상,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동서문학상,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 ‘칼’로 황순원 문학상, ‘지상의 노래’로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우 소설가에게 상을 준 행위는 결국 문단의 권위를 통해 이상문학상 논란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문학사상의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주최 측이 이승우라는 작가에게 작가들이 가진 존경을 통해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라며 그 문제를 지적했다.

이상문학상은 문학계의 고질적인 권력문제와 출판계약문제를 또 다시 권위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결국 이렇게 해결된 것 없이 문제가 누적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작가들의 허락 없이 책이 출판되고 만 것이다.

변하지 않는 출판계

백희나 작가 논란과 이상문학상 논란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계표준계약서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만들어 매절계약을 막고 책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출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출판문화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작가에게 불리한 출판계 자체 표준계약서가 만들어 발표가 되어 출판계가 뭇매를 맞았다. 어렵게 만들어진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처럼 베스트셀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했으며 이달의 최대 책 판매나 베스트 셀러등을 확인할 수 없다. 또한 투명하게 작가들의 자신의 책 판매량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출판사의 허락을 받을 때 에만 자신의 책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표준계약서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만들고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그 자체 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을 뽑는데 특정출판단체가 단합하여 출판사입맛에 맞는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며 진흥원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상태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특정출판단체 위주의 이사회 구성과 회장이 뽑힐 경우 출판계표준계약서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정상적으로 안착되는 것은 어려워진다.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최소한의 상호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출판계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상문학상 사태로 대표되는 출판계의 부조리 논란이 어떤식으로 나아갈지 그 귀추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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