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호랑
사진= 정호랑

 

-행복은 덧셈인가 뺄셈인가
-사이코패스가 아닌 병적 나르시시스트
-앞으로의 출판 계획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는 거/p113

올해 6월 신작 『완전한 행복』으로 돌아온 신유정 작가는 ‘2021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개최한 작가의 시대에서 책을 집필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출판 계획에 대해 조심스럽게 밝혔다.

국내외 출판산업 발전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개최한 ‘2021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정유정 작가를 모시고 온라인으로 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작가의 시대’가 8일 진행됐다.

정유정 작가는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내 심장을 쏴라』로 2009년 제5회 세계일보 세계문학상을 받았으며 대표작으로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진이, 지니』 등이 있다.

작가의 시대에서 이다해 진행자가 첫 번째 질문으로 “완전한 행복을 쓰기 위해 러시아로 취재 간 이유와 어떤 부분들이 책의 내용이 녹아들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정유정 작가는 “유나의 어떤 어둡고 차갑고 들여다볼 수 없는 심연을 상상해보고자 바이칼호수로 갔었다. 가는 도중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편집자와 함께 취재하러 가서 유심칩이 사라진 줄 알고 야단법석 피웠던 내용도 책 뒤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또 바이칼 호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동네 개떼에 둘러싸였던 일도 그대로 들어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처음부터 바이칼 호수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고, 세상에서 제일 깊은 호수를 검색하니 바이칼 호수가 나와서 가게 되었다. 원래는 3박 4일 일정으로 바이칼 호수에 머무를 계획이었지만 기왕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 거면 전 코스를 다 파야겠다는 생각에 모스크바까지 가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저의 버킷리스트인 백조의 호수를 보느라 무려 2주를 갔다 왔다. 이후 코로나가 터져서 여행을 가지 못하고 그 추억의 힘으로 몇 년째 살고 있다. 책 제목이 완전한 행복이지 않냐”고 말했다,

 

▼행복은 덧셈인가 뺄셈인가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은 뺄셈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에 진행자가 정유정 작가에게 “덧셈과 뺄셈의 행복이 어떤 뜻을 가졌는지”에 대해 물었다.

정유정 작가는 “행복이라는 것은 자기 삶의 어떤 모든 요소, 즉 불행과 불운과 결핍도 내 삶의 한 요소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행복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복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겪는 감정의 경험에 가깝다. 어떤 순간인 거다”라며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어느 거리를 걸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 실체가 있어서 오래 간직하거나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겪는 어떤 감정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행복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유정 작가는 “덧셈의 행복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유나는 자기 인생에서 불행과 결핍과 좌절 등 자기를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들을 다 빼버리려고 하는데 일상에서 나아가 사람까지 들어간다는 게 굉장히 위험한 거다”라고 말했다.

책 주인공인 신유나가 추구하는 뺄셈의 행복은 완벽한 나를 만들기 위해 완전하지 않은 것들을 빼버리는 방식으로 삶을 가꿔오다 보니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종의 기원의 사이코패스와의 차이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의 머릿속을 다루는 이야기였다면, 완전한 행복은 나르시시스트의 머릿속이 아닌 그로 인한 삶의 파괴로 황폐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설의 목적이다.

이다해 진행자가 “종의 기원과 완전한 행복 두 책의 작업 과정에서 각각 힘든 부분이 있을 거 같다”는 말에 정유정 작가는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시선으로 보는 데서 헤어나오는 게 힘들었다면, 완전한 행복은 아이(지유)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데 기술적이나 심정적으로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힘든 것은 완전히 아이의 언어로 표현하면 소실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을 때 아이가 말하는 듯 하지만 어떤 입장을 대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작가가 설명해야 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유의 대사나 간접적인 감정화법 부분만 지유의 화법으로 작성하고자 했다”

“심정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완전한 행복의 아이(지유)는 가장 크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인물이고 아이가 이렇게 큰일을 겪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또 작가도 글을 쓰며 자기가 울기도 한다. 지유가 마지막에 문 열고 이모에게 갈 때는 실컷 울었다”면서 “하지만 가장 마음이 아팠던 주인공은 남편 차은호였다. 아내가 자기 뒤통수를 때리고 자기 인생을 파괴했어도 아내에 대한 사랑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비련의 남자 주인공이라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다해 진행자가 “작가님의 소설 중 일상이 소설 안으로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특수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오히려 일상으로 들어오니 더 무섭게 느껴졌다”면서 “초반에 오리 먹이를 만드는 그 설명이 평화롭고 가정적인 이야기가 아닌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는 징조라고 생각했던 게 선명하다. 뉴스에서 본 사건과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었는데 처음 이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해 물었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을 쓰게 되면 퇴고하기 23개월 전에 다음 소설을 벌써 지으려고 생각한다. 인터넷이나 뉴스를 보다가 SNS를 보니 자존감과 행복에 대한 어떤 강박감이 느껴졌다. 여기서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으로서 반발감이 생겼다”라고 행복을 강조하는 글들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이어 “자존감이 높지 않으면 자책감, 패배주의에 쉽게 빠지고 열등감도 심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동기나 동력이 생기기도 한다. 또 타인의 고통이나 상처에도 민감해서 배려하기 일쑤다. 이처럼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도 장점이 있는데 왜 높아야만 된다고 세상이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며 남에게 무신경한 사람들이 나오면 문제 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면서 “세상이 자기애를 부추기고 나르시시즘을 부추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병적인 나르시시스트는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자기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정유정 작가는 그 때문에 병적인 나르시시스트가 자기 행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이야기를 써보자는 것이 최초의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나르시시스트는 어떤 사람인가?


나르시시스트를 쓰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만나 들은 얘기도 전했다.

정유정 작가는 “나르시시스트가 사이코패스이면서 나르시시스트라고 한다. 모든 나르시시스트가 다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사이코패스는 전부 다 나르시시스트다.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전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사이코패스는 다 반사회적 성격장애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라면서 “프로파일러 선생님의 의견은 사이코패스이면서 나르시시스트고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라고 말했다.

책 주인공 신유나에 대해 “사이코패스인 면을 빼서 범죄의 잔인성 때문에 사이코패스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감정이랑 뇌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신유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악성 나르시시스트로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게 최선이다. 남편과 아이는 유나를 빛나게 해주는 트로피일 뿐, 깊이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이후 정유정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먼저 주인공 설정과 그 욕망은 무엇인지, 욕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의 인생 변화 등을 하나하나 설정하며 성격 장애와 인간의 성격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출판 계획은?

이다해 진행자가 “완전한 행복을 마무리하실 때쯤에 예정 중인 작품이 있을 거 같은데 분위기나 소재에 대해 힌트를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정유정 작가는 “욕망의 3부작을 쓰겠다고 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행복에 대한 욕망이다. 그다음으로 인간의 소유욕과 불명예 대한 욕망이라 스릴러이기보다 아포칼립스나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이를 쓰기 위해 눈여겨본 영화나 뉴스가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유정 작가는 “인류의 종말이나 사피엔스의 종말, 지구의 종말 등 종말이 붙은 책은 다 사다 놓았다. 그리고 지구 환경이나 뇌과학, 인간이 앞으로 불멸의 존재로서 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을 사놨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외에도 “생명의 평등성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다. 동물 보호도 관심이 있어 그런 것들이 한 번에 뒤섞인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다해 진행자는 “작가님이 다음 책을 시작하실 때 첫 단추를 끼우는 순간은 추상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것에서 많은 독자를 매료시키는 이유인 것 같다”고 작가와의 대화를 끝마치고 간단히 완전한 행복에 대해 독자와의 질문 시간을 마련하며 작가의 시대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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