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창원시 김달진 문학관 및 김달진 시인 생가 마당에서 ‘문학의 탈권위주의와 시의 미래’라는 주제로 ‘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 본 행사는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 창원시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고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 영남지회가 주관한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발제자 뉴스페이퍼 이민우 대표와 유성호 교수가 함께했다. 발제자 이민우 대표는 문학 전문지 언론사 뉴스페이퍼 대표며 독립문예지 연구, 문학계부조리 연구 등을 한 봐 있다. 발제자 유성호 교수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2002년 제13회 김달진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유성호 교수는 ‘소통 방식의 변화에 따른 시의 새로운 존재론’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시의 소통 방식에 대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발표를 시작하기에 앞서 유성호 교수는 “국내적으로는 이제 출판 시장은 불황을 겪고 반대로 디지털 혁명에 의한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말하자면 문학의 수요, 향유 방식이 급변한 것 같다. 아마 오늘 테마도 그러한 변화를 반영한 테마인 것 같다.”라며 문학심포지엄의 주제를 되짚었다.
그는 “우리 시도 소통 방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존재론을 강하게 요청받을 것.”이라며 지금의 문학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낯선일이 아니다. 유성호 교수는 ‘미래파’ 담론이 등장했을 당시에 이미 기존 문학계의 문법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했었다는 것 이다. 그것은 낯설고 새로운 소통의 방식의 발견이자 진화였고 기존의 시적 담론과 진영의 권위에 대한 창조적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문학계에 새로운 국면이 들어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이다. 미래파의 등장은 우리 시의 엄숙주의와 계몽주의에 반성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간 일원화된 시의 방식을 극복했다는 것 이다.
그는 우리 시대가 포스트휴먼 담론으로 이어져 새로운 전개와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시대 발전의 예로 들며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사이보그, 디지털 리터러시등을 핵심 개념이 되었다며 현대사회가 물질자본 사회에서 정보자본 사회로 급변해가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러한 시기에 시는 “후기 자본주의의 견고한 구조 속에서 시가 어떻게 개별화된 감각과 대중문화적 감염을 뛰어 넘어 새로운 언어에 다다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이야기 했다. 정보자본 사회는 정보의 빈부격차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이다.
 

 

유성호 교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대응 방안은 과학적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역기능들을 감당해내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거기에 새로운 가치관을 매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근 인터넷이나 다양한 플랫폼들과 유튜브의 등장으로 인해 문학에 소통 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유성호 교수는 유튜브나 영상 주도 시스템에서 문학의 유통 회로를 전적으로 이월해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영상 위주의 생산-소비 구조에 기울어가기 보다 시를 쓰고 읽고 향유하는 다양한 공존을 통해 ‘시적인 것’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확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유성호 교수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시의 변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 시대에는 미래파가 등장했을 때와 전혀 다른 시대가 열렸다. 그는 이제는 초과된 언어 형식들과 만화 같은 것들과 접속하는 것도 낯익은 것이 되었다는 데에 주목했다. 이어 유성호 교수는 ‘코로나 19’로 빚어진 지구촌 전체의 재난이 인류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바꾸고 있다며 공연 예술의 급격한 퇴조를 우려했다. 유성호 교수는 “그 점에서 참여자 감소의 문제는 팬데믹 사태가 불러온 변화 가운데 가장 비본질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그보다는 더 본질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시를 쓰고 읽고 향유하는 소통 방식은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시의 미래는 소통 방식의 변화를 부분적으로 승인하면서도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생성과 향유 방식과의 공존을 통해 이 낯선 팬데믹 시대를 이겨나가는 쪽으로 정향되리라 믿는다.”며 현대의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의 실존적인 몫을 수행할 것이라 믿는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민우 대표는 “문학계에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며 지금 문학계의 변화들을 짚었다. “신경숙 사태 이후에 나왔던 문학3이 어제 폐간됐다” 며 콘턴츠는 플렛폼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인데 그 어느때보다 플랫폼과 시스템의 변화가 빠른 시점이기에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지금의 문학계를 진단해나갔다.

이민우 대표는 ‘신경숙의 복귀’를 언급하며 더 이상 문학계에 표절사태가 외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이야기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사태, 달구벌 백일장의 가사 표절 사태 등 다양한 표절사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다. 그렇기에 등단제도 및 신인상 제도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신경숙으로 대표되는 문단권력의 불공정은 문단문학 생태계의 상호신뢰를 깨 버렸다고 진단하며 더 이상 문단의 시스템이 신뢰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2021년 뉴스페이퍼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요청으로 820명의 데뷔 희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은 기존의 등단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데뷔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2019년 한국문예지 100주년 공동 심포지엄에서 공병훈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문예지에 바란다’ 설문에 참여한 249명 중 92.9%는 문학 창작자로 기존 문예지의 독자가 대부분 창작자임을 설명했다. 이민우 대표는 “출판문화의 변화, 문단문학의 왜소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형 출판사 문예지들의 색이 비슷해졌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담론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라며 의견을 전했다. 이민우 대표는 정통적 출판 방식 보다는 텀블벅, 자가 출판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하는 점에 집중했다. 작가는 더 이상 시스템과 문단의 게이트키퍼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를 만난다는 것이다. 이민우 대표는 이들의 활동이 ‘크리에이터’에 가깝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란 인터넷 동영상, SNS 등을 바탕으로 개인이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용자들과의 소통, 공유, 참여 등의 상화작용을 통해 경제나 사회,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신개념 미디어를 뜻한다. 이민우 대표는 현재 작가들은 기존의 단방향 정보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가 참여하는 ‘쌍방향 소통’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민우 대표는 문예지가 가진 한계점과 개선해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한 독자 초정 강연회와 독자 평가 모임 등이 그러한 예라고 밝혔다. 그는 출판 시스템의 변화 중 전자책 유통에 주목했으며 상승세는 특히 웹소설 부문에서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웹소설은 기존의 출판 시장과 달리 뉴미디어로 요구되고 있는 지점을 충족하고 있다. 또한 도서정가제에 벗어나 있어 다양한 결제 시스템과 할인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독자를 유입시키고 있음을 전했다. 이어 이민우 대표는 기존의 종이 출판사계가 표준계약서 위반, 출판 유통 통합전산망으로 인해 작가와 출판사간의 오랜 파트너십이 무너지고 있다며 출판사와 작가들이 낳고 있는 불화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 이민우 대표는 도서정가제 이슈에 주목했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할인이 되지 않는 종이책과는 달리 전자책 및 웹소설 시장은 도서정가제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풍선효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문단 시스템의 상호신뢰 파괴, 그리고 기존 출판사와 작가들의 갈등, 종이출판의 축소와 새로운 뉴미디어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변화 속에서 작가들의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이우러지면서 문학 생태계 지형도가 다각적으로 바뀌고 있다.”라며 출판 시장의 다각적 변화를 이야기했다.
이민우 대표는 현재 최소단위의 동인 시스템이 재등장했음을 진단했다. 독자들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창발하고 출판사들은 출판사보다는 소속사로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책은 이제 고독한 작가의 산물이기보다는 플랫폼에서의 쌍방 소통에 따른 미디엄이자 콘텐츠로서 지위를 가지게 된다.” 라며 기존의 시스템이 변화한다고 문학계가 침몰하는 것임이 아님을 밝혔다. 문학의 형태와 방식이 다양화 될 뿐이며 근본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자 유성호 교수와 이민우 대표가 공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문단의 다변화 시스템이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2020년 초부터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코로나19는 전 산업 분야에서 플랫폼의 성장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문화콘텐츠 시장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러한 다변화 속에서 문학의 지속적 발전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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