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채은, 수상 소감 중인 이산하 시인

 

지난 2일 개최된 김달진문학제에서 이산하 시인이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산하 시인은 경북 영일 출생으로, 1982년 동인지 ‘시운동’으로 등단했다. 1987년 제주 4·3사건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을 겪었다. 1999년첫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를 출간하였고, 22년만에 출간한 시집 ‘악의 평범성’이 이번 김달진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시집의 제목은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나치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을 가리켜 쓴 표현이다. 시집은 이 제목을 지닌 연작 시 세편과 6·25 전쟁, 5·18 광주학살, 세월호 참사 등 현대사의 아픔을 천착한 작품들이 실렸다.
이산하 시인은 수상 소감 중에 4·3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사건의 잔혹함을 이야기하며 시집을 설명했다. “악의 평범성은 평소에 모두 착하더라도 한계 상황이 되면 본능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지만 한계 상황이 오면 악의 불이 켜진다고 생각합니다. 시집에서 그 내용을 담고 싶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상을 주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유성호 심사위원은 “이산하만의 시적 심화와 확장 과정이 예각적으로 드러난 압도적 가작이다. 시집 제목은 한나 아렌트로부터 빌려왔지만, 나치와 그 조력자들에 나타난 평범성을 간취한 아렌트의 맥락보다 더 근원적으로 들어간다. 동시대 인간과 공동체 내부에 상존하는 가능성으로의 악과 실현태로서의 악을 때로는 결합하고 때로는 분리해 구체성을 낱낱이 들려준다. 그 구체성과 실존적 진정성이 지극히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시집으로 구현됐다”라며 심사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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