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강사:高橋文樹

일본의 작가이자 Web 개발자, 네 아이의 아버지. 1979년 8월 16일 일본 지바현 출생. 존경하는 오에 겐자부로를 따라 도쿄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수료. 2001년 21살에 금지된 사랑을 그린 소설 “도중하차”로 프로 데뷔. 2007년, “아우레리아노가 온다”로 신쵸분코 신인상을 수상. 같은 해, Web 문예지 파멸파를 개시하여 전자서적판매 등을 진행. 2016년부터 SF를 집필하고 있다.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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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소 반도의 산 속 깊은 지역, 아주 예전에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던 흔적이 남아 있는 험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나무들 사이로 천수각이 보인다. 1000년 이상 전에 마사카도 일족에 의해 지어졌다고 전해지지만 현재 성곽은 쇼와시대에 복원된 것이다. “비의 성”이라고도 불렸던 쿠루리 캐슬은 대포관이라고 불리고 있다. 항도의 수행을 쌓은 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성지이다.


성문을 지나가면 안에는 간소한 목조의 기숙사가 들어 서 있다. 모든 창문 난간에 하얀 도복이 널려 있으며, 수련의 고단함을 초여름의 상쾌한 햇살 아래에서 녹이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성의 중핵에 있는 망루 문에는 목제 간판이 걸려있으며 “대포관”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국적이 불분명한 거구의 남자가 도복을 입고 서 있다. 곤색의 하카마(일본의 전통바지)를 입고 있는 것은 고단자인 증거이다. 항도에서는 5단 이상, 즉 항체가 49이상에 되면 하카마를 입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건 하나의 대중일 뿐이다. 테라자와 옴은 항도10단, 108개에 이르는 항체를 터득한 남자 “108항”으로 알려져 있다.


“그쪽에서 알콜 소독하고 방독면을 쓰고 들어와 주세요. 비닐 덧신도…네, 신발 위로 신어 주시면 됩니다.”
테라사와가 권하는대로 성의 중핵에 들어가 계단을 오른다. 라텍스로 된 콘돔과도 같은 덧신이 왁스칠이 된 나무계단에 쓸리며 날카로우면서 높은 소리를 낸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테라사와의 발걸음은 조용하고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비닐 덧신도 신지 않았다.


천수각 위에는 고단자 밖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테니, 라는 말에 전구카메라로 녹화를 한다. “더 오래 걸릴 줄 알았어요” 라며 테라사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 한다. 테라사와는 평소부터 첨단기술과는 연이 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고기는 입에 대지 않고 동물성 단백질은 메뚜기나 귀뚜라미같은 곤충으로 섭취한다. 참마나 산달래같은 산나물을 채취하는 것은 도생이라면 모두가 하는 당연한 일이다.
“대포관이 항도의 성지로 유명해진 이후로” 라며 의자에 앉은 테라사와는 말했다. “다양한 사람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영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나 신흥종교의 관계자, 활동가 등등. 하지만 항도는 그런 사람들의 불안 해소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신체의 저항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수련일 뿐입니다.”


신체 향상의 제전인 제넬림픽에서 2연파 중인 테라사와는 유창하게 말한다. 전도사로서의 역할에도 자각적인 것으로 보인다. 항도는 때로 신비로운 것으로 오해 받는 일이 많으나 그 실천자는 그저 순수한 신체향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한된 식생활도 조만간 도래할 식량위기를 대비한 것이다. 병과 기근에 지배된 22세기를 이겨내기 위한 기술이 항도――항체의 길――이다.


“항도에는 “항수일원”이라는 말이 있지요. 병에 대한 저항을 가지는 것과 그 병에 걸리는 것, 이것은 본래 동일한 원인에 의한 것, 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항도는 100년 전에 임상실험 자원봉사를 생업으로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탄생했습니다. 아무리 병에 걸린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항도의 정신입니다. 또한 항체가 많다는 것을 뽐내는 것도 거만한 부덕으로 여겨집니다. 항체를 얻는 것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인류의 승리입니다. 저것을 봐주세요.”


테라사와는 백신 달력을 가리켰다. 인류가 감염병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백신을 맞는 일정이 모두 표시되어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다 맞을 수 있는 인간은 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리 항도를 닦은 테라사와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인류는 어떤 병이든 걸려서 죽을 운명입니다. 100년 전에는 노쇠해서 죽는 것, 즉 그냥 죽는 것이 가능했습니다만, 이제는 불가능해졌습니다. 2개, 혹은 3개 이상의 병에 걸려서 고통 받으면서 죽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지요.”


하지만 당신은 다르죠. 그저 늙어서 죽는 것도 가능하시잖아요――라고 질문을 던지니 테라사와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라며 반론한다.
“최근 100년 사이 위험한 전염병은 새롭게 96종류나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기세로는 가까운 몇 년 사이에 항도가 목표로 하는 108항으로는 역부족이 될지도 모릅니다. 의학적 견해로는 다른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요. 예를 들어 현시점에서 이미 역부족인 상황인데, 그저 단순히 동시에 모든 병에 걸릴 위험이 낮기 때문에 108항의 취약성이 아직 노출되지 않을 뿐이다…라든지”


테라사와는 솔직하게 말한다. JKC (일본항도위원회)로부터의 주의를 받은 적은 몇 번 있지만 이 경기의 발전을 위해서 내부의 비판자를 자처하고 있다..
“내년 제넬림픽 도쿄대회에서는 3연파를 목표로 할 예정입니다. 중국의 린쥔두이, 베네수엘라 등의 호르헤 라파드 등의 유력선수는 있지만 반드시 이길겁니다. 제넬림픽 3연파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일본에서 저 뿐이니까요.”


테라사와는 그렇게 말하고 멸균실로 향했다. 대포관에서는 부활화백신의 사용 밖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진짜 만이 이용되는 것이다. 진균, 세균, 바이러스 그 모든 것이 진짜 여야만 한다. 진짜와 싸우고 이겨낸 항체만이 진짜 항체인 것이다――그것이 아름다운 일본의 항도이다. 양 소매가 잘려진 도복은 팔이 다 드러나있다. 테라사와의 팔 위쪽은 반복되는 주사로 검붉게 변색되어 있다. 끊임없는 부작용에 의해서 색소가 침착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테라사와는 백신을 맞고 있다. 이 날의 메뉴는 주사 6번, 그 후 격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이다. 이것은 테라사와의 수행의 상궤를 이탈한 한 측면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는 유산소 운동 사이에 소주를 들이킨다. 극도로 취한 상태로 면역계에 부하를 주어 보다 강인한 항체를 계속해서 생성하고 있다.
“다음 제넬림픽에서는 COVID-50이 채용된다는 소문이에요” 라고 트레이닝 후의 테라사와는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19폐와 48기도를 특히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다음 금메달을 반드시 도쿄란 무대에서 여러분에게 바치겠습니다”


엎드려 있는 테라사와의 관자놀이에는 혈관이 튀어 나와있으며 깎아 올린 삭발 머리 표면에 땀 방울이 맺히고 있다. 다음 제넬림픽 도쿄대회 2204까지 이제 1년. 일본의 영웅은 우리들에게 꿈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치바현립 기사라즈병원의 기계보전실에서 테라사와 옴은 그리운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로부터 벌써 18년이 지났다. 이제는 테라사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넬림픽이라고 하는 세계적 이벤트가 존재했다는 것도 “아아 그런 바보같은 행사도 있었지” 라며 기억해낼 사람이 있을지조차도 의문이다.


정말 바보같았다, 테라사와는 생각했다. 이제는 항도의 문하생도 없어졌다. 제넬림픽 도쿄대회로부터 3년 뒤, 스파이크 단백질 합성 나노머신이 만들어지며, 항체를 필요할 때에 생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108항도 필요없다, 팬데믹의 기운이 느껴지면 필요한 항체를 만들 뿐이다. 이제는 백신을 섭취할 필요조차 없으며, 필요한 것은 병의 원인의 특정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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