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나구라

 

일본 교토 출신. 지바시 거주. 필명의 아무 나구라는 애너그램의 애너그램. “겐론 오모리노조무 SF창작강좌”에 참여하고 “이세카이계”라는 작품으로 제58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

출처: Pexels
출처: Pexels

 

해피엔딩

지긋지긋하다. 이제 이런 일 그만둬 버릴까 보다.

……하지만 내가 그만 두면 인류는.

젠장……왜 나만 이런……

처음에는 좋았다. 이곳 경비로 들어온 지 오래 됐지만 처음 환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는 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선풍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도 않았고. 고요했다.

환자들은 모두 얌전하고 사람 좋은 사람들 뿐이고. 대화 상대가 되어 주기도 한다. ――감염병방지를 위해 화면 너머의 대화이긴 하지만.

기존에 코로나 환자를 받기 위해 사용되었던 설비가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병실끼리 혹은 경비실 태블릿으로 언제든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지루한 시간 속 유일한 낙이었다. 

그랬던 상황이 점차 심상치 않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이 문 밖에서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하는 정도였다. 잠깐 나가서 “무슨 용건이신가요?” 라고 말을 걸면 바로 뿔뿔이 흩어지곤 했다.

그랬던 것이 보도가 과열됨에 따라 사람이 늘었고. 눈치조차 보지 않게 되었고. 저 모양이다. 삼삼오오 문에 매달리는 사람들. 거의 좀비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경비 증원은 없다. 환자와의 접촉목적으로 시설에 들어오는 놈들을 경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실제로 동료였던 세키는 환자에게 접촉을 시도하다 결국 잘렸다. 가뜩이나 사람도 부족한데. 

후. 한숨을 쉬고 찻잔을 기울인다. 달콤한 차가 목을 통과하고. 목에서 소리가 난다. 

“힘드시겠어요……”

마키씨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아, 아니에요”라며 힘찬 목소리로 답한다. 맞다. 마키씨와 통화하고 있던 와중에 문을 넘으려고 하는 놈을 막으러 갔고. 그대로 통화가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나저나 다들 난리네요” 문을 보며 얼버무린다. 

“죄송해요……”

“아니에요! 무슨 소리예요. 환자분들은 아무 잘못 없으세요!”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마키씨. 이런 표정이라도 그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서서히 치유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미안하다는 듯이 일그러지는 눈썹 너머로도 그가 지닌 따뜻하고 단단한 행복과 안정감이 있는 그대로 느껴진다. 그가 행복하고 안심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나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이겠지.

역시나. 지켜줘야 한다. 

*

 애초에 “리얼충균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관계 및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뜻의 일본 신조어인 “리얼충”에 세균을 뜻하는 균을 붙인 단어)” 이라든지 “인싸균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성격이 활달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뜻하는 “인싸”라는 신조어에 세균을 뜻하는 균을 붙인 단어)”라든지 얼토당토않다. TV에서는 조금 더 억제된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편견 방지라는 미명아래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는 건 마찬가지다. 

 저런 보도를 하니까 사람들이 몰려들지. 감염되고 싶다며……

 후우. 

 그 마음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나조차도 저거에 걸리면 아내와의 관계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니다. 

 바이러스 자체는 무해하다고 해도. 조합이 문제다.

 아모라바이러스는 인간사회에 최적화된 바이러스로 불리고 있다.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기 좋은 조건은 빈번하고 진한 접촉. 아모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미열과 세로토닌과 도파민, 옥시토신 등의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어 그 결과 ――라고 하는 것은 가설이라고는 하나――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있어서 적극적으로 변하고. 강하게 바라게 된다. 

 적극성과 온화한 붙임성 ――결과적으로 감염자는 우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발견 당시에는 공생 가능한 선한 바이러스라고 소개되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한 가지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20년 전. 인류에게 새겨진 트라우마 ――코로나의 기억으로부터 기인된 우려. 즉 아모라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심화와 늘어나는 빈도는 수 많은 진한 접촉을 촉진하고. 다른 바이러스 감염을 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발생했다. 2042년 미국에서의 인플루엔자와의 합병 유행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바이러스와의 합병 팬데믹이 발생. 곧바로 아모라의 위험성이 인식되어 감염자의 격리가 시작되었다.

 이 시설 또한 그 중 하나이다.

 다만 세간의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위험성의 인지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아모라 자체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유익한 증상을 불러 일으키고. 개인 단위로는 위험도 없다. 다만 이것이 유행하게 되면 사회 전체의 커뮤니케이션의 총량이 특정 역치를 넘고. 사회 전체가 다른 바이러스에 취약해진다. 단 우회적인 위험성으로. 그렇기에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이 바이러스에 걸리고자 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 된다.

 이미 풍화되어 가고 있는 코로나의 기억을 되돌아본다.

 반복해서는 안 된다.

*

 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았고. 밤의 순찰은 여전히 어렵다.

 시설은 구역이 나뉘어 있어 순찰은 그린존만 진행한다. 이것도 아모라 환자를 받는―.

 툭.

 소리에 반사적으로 손전등을 비추자 복도 끝 창문 곁에서 검은 물체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열린 창문을 뒤로 조용히 서 있는 긴 검은 머리――아이다.

 소름이 돋는다. 밤의 밭에 휙하고 불어오는 돌풍처럼 공포가 전신을 뒤덮으려고 하는 것을 꾹 참고 스스로 되뇐다. 아니야. 아이일 뿐이야.

 “거기 뭐 하는거니?”

 위협하듯이 큰 소리로 묻는다. 대답은 없다.

 “들어오면 안――”

 달려온다. 검은 머리를 찰랑이며 빼빼 마른 팔을 휘두르며 이쪽을 향해.

 “히엑”

 비명이 튀어나왔다. 뒷걸음치니 어느새 코앞 ――균형을 잃는다. 천장을 보며 쓰러진 몸통에 마운트포지션――가볍다――반사적으로 얼굴에 가드를 올리지만 주먹이 날아올 기미는 없다. 대신 팔을 치우려고 하는 얇은 팔과 다가오는 얼굴. 뭐야 이 녀석. 순간 눈치챘다. 이 녀석 내 입술을 훔치려고――.

 “그만!!!”

 배에 공기를 담아 큰 소리를 냈더니 그것은 멈추고. 머지 않아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울고 있었다.

*

 “아모라는 비말 감염이니까 그런 짓을 할 필요도 없고 애초에 나는 아모라에 걸린 사람도 아니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허락도 없이 그런 짓을 하면 안 돼. 알겠지?”

 우선 경비실에 데려가서 이야기를 듣자 하니. 소녀도 역시 아모라 감염을 목적으로 한 침입자인 듯 했다.

 지금은 소리도 내지 않고 울고 있다.

 아모라에 감염되고자 하는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 많다. 매일 문에 모이는 사람들도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녀도. 대충 그런 내용을 더듬더듬 말했다.

 자기 인생은 절망적이다. 이제 아모라말고는 희망이 없다. 라고.

 깊은 사정은 모르겠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는 그런 것이겠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감염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 이건 인류 전체의 문제야” 이렇게 말하고 나니. 사회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옹호하는 듯한 나의 말투에 불편함을 느낀다.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축 쳐져있다.

 한숨을 쉰다.

 “밤 늦게 죄송해요 사이토씨.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요…… 깨어 계신 것 같아서”

 “네…… 괜찮아요. 마침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화면 너머에서 사이토씨가 미소를 짓는다. 시선을 왼쪽으로.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

 “다행이에요. 그러면……” 뒤에 푹 고개를 숙인 소녀를 바라본다. “이 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안 될까요?”

 소녀가 고개를 든다. 볼에 수 많은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 사이토씨가 무언가를 눈치 채고 미소를 짓는다. “네, 그럼요”

 소녀에게 태블릿을 건네주고 방을 나선다. 이럴 때는 동성이. 그리고 단 둘이 있는 것이 좋겠지.

 방을 나와서 문에 기대어 담배를 핀다.

 조금 있으니 꺄르르 꺄르르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웃음 소리.

 안도감과 함께 연기를 내뿜는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뒤로. 언제까지 기다리면 좋을지 손목의 시계를 바라본다.

 방에서 나온 소녀는 웃고 있었다. 눈가는 붉지만 눈물 자국은 사라져 있다.

 “감사합니다. 경비원…….아저씨”

 “그래……괜찮을 것 같아? 그……내일부터”

 “네”

 사이토씨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얼굴 너머에는 마치 사이토씨의 불씨를 나눠 받은 듯 안심과 행복의 불길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어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케이션은 전파된다. 바이러스처럼. 소녀――히라이 가오루씨를 문까지 바래다주며 생각한다. 마키씨나 사이토씨와 같은 아모라 감염자와 이야기한 후.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때가 있다. 그들은 이상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귀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모라에 감염되지 않아도 그들 속에 있는 안도감이나 포근함과 같은 감각은 표정이나 목소리. 말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상대방 안에서 발현된다.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히라이씨를 바라보면서. 나는 방금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예감한다.

 만약 아모라의 작용이 감염을 통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전파가 된다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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