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운용의 논리와 작가의 대응, 그리고 줏대

사진=박채은
사진=박채은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가 주최 주관한 친일문인 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가 지난달 23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개최되었다. 

김동인은 친일문인을 대표하는 문인 중 한 명이다. 해방이 이뤄진 날, 김동인은 조선총독부를 찾아가 시국에 공헌할 새로운 작가단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제 기관지 매일신보에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주장하는 글을 여러 차례 기고했고 일제의 징병에 조선 청년들이 자원할 것을 독려하는 글을 집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상기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문에서는 조선일보사의 ‘동인문학상’ 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선일보사는 동인문학상을 한국에서 최고의 문학상으로 만들기 위해 상금을 올리는 등 동인문학전집출판에 착수하는 등의 상당한 공을 들였다. 철저하게 이윤축적을 목적으로 한 언론의 기업화 현상을 호도하고 언론의 진정한 역할과 민족의 이해가 생존을 위한다는 명분을 기치로 내세울 방안 중에서 ‘문학상’만한 장치야말로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는 것.  

또한 동인문학상은 작가 김동인의 문학사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친일 관련 경력은 희석시키기 위함이며 문단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조선일보사의 동조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로써 달성한 조선일보 동인문학상 제도는 자체 내에 문단의 핵심 역량들을 포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문학이라는 범주와 문학성이라는 가치 다양성의 구심적이면서도 원심적인 장력을 확보한 것. 

JTBC “비정상회담” 김영하 동인문학상 언급 장면 캡쳐
JTBC “비정상회담” 김영하 동인문학상 언급 장면 캡쳐

 

JTBC “비정상회담” 김영하 동인문학상 언급 장면 캡쳐
JTBC “비정상회담” 김영하 동인문학상 언급 장면 캡쳐

 

실제로 2020년도에 김숨 작가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제감정기 민족의 아픔을 그렸던 작가에게 상을 주었는데 2004년도에는 김영하 작가가 검은 꽃이라는 작품으로 수상했다. 검은 꽃은 일제감정기 멕시코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일부러 민족이나 노동 등 진보적이며 민족의 아픔을 그린 사람에게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성희 작가 Jung Meenyoung [문학동네 제공]
윤성희 작가 Jung Meenyoung [문학동네 제공]

 

21년 제52회 동인문학상 수상자는 윤성희 작가다. 윤성희 작가는 “20여 년 전 문학을 공부하던 학생 시절 읽던 작품의 작가들이 거쳐 간 상을 받게 돼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단의 중요 문인들이 이 상을 수여함으로써 동인문학상에 권위를 얻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는 수상 소감이다. 상을 수상한 윤성희에 작가 역시 후배 문인들에게 친일문인기념상에 권위를 부여하게 될 것 이다. 

작년 친일문인을 기념하는 동인문학상의 수상자인 김숨은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의 대화가 인간의 통찰하는 과정이었다며 프랑스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소설가와 함께 ‘역사의 상흔을 넘어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등 일제감정기의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를 꾸준히 가지고 있다. 

 국제인문포럼 발표자로 참여한 김숨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국제인문포럼에서 한국문인을 대표해 일제감정기 여성들의 아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전상기 교수는 “역대 동인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제18회 유재용으로부터 51회 김숨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주체화 양식에 정직하게 답한 작가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참담하고 쓸쓸한 감회가 남는다”며 아쉬움을 표하며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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