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은평구가 주최하는 제 4·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기자회견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문인, 故이호철 작가를 기리기 위해서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한 상이다.
 
이호철 작가는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이러한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작품 「탈향」을 집필하여 대표적인 분단작가로 떠올랐으며,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1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이호철 작가의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국내 냉전체제의 희생양이면서, 그 역사적 유산인 한반도의 분단에 대한 문학적 고투 속에서 분단을 넘어 평화의 세계를 지속적으로 꿈꾸게 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울은 만원이다」, 「남녘사람 북녘사람」, 「판문점」 등이 있다.

구청장
구청장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기되었던 제4회 수상작가와 올해 제5회 수상작가의 인터뷰가 함께 진행되었다. 제4회 수상 작가로는 인도의 아룬다티 로이, 제5회 수상 작가는 독일의 예니 에르펜베크가 선정되었다.
 
제4회 본상 수상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종교, 카스트 제도 등 계급에 의한 갈등과 차별을 주제로 약자를 배제하는 자유시장을 비판하는 소설가이자 시민운동가이다. 그는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 상을 수상했으며, 이후로도 「전쟁을 말한다」, 「힘의 정치」 등의 에세이와 작품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적 갈등의 이슈에 대해 비판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위원회는 ‘최근작 「지복의 성자」에서 그가 보여준 인도 역사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그것을 소설적으로 담아내는 뛰어난 문학적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대 인도 현실을 치열한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이를 역사의 거시적 흐름 속에 놓을 수 있는 안목이 본 상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상 선정 경위를 밝혔다.

수상소감으로 그는 “고통과 증오의 유산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에게 귀신처럼 달라붙어 있다”라며, “문학의 진짜 의미는 통합의 무기이지 분열의 무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5회 상을 수상한 예니 에르펜베크는 동독 출신으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국이 분단되어 있던 현실을 경험한 작가다. 그는 동독의 현실사회주의의 문제와 서구 자본주의의 한계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양자를 균형있게 비판하는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 「모든 저녁이 저물 때」 등이 있다.
 
본상 선정 경위로 위원회는 ‘무질서하게 흩어져버리는 듯 보이는 서사 구조는 인물들이 끌어안아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피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며, ‘관습과 율법, 폭력과 전쟁, 추방과 학살 등 감당하기 어려운 서사를 두루 견뎌낸, 혹은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작가가 보여준 관심과 애정이 이호철 문학상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는다’고 밝혔다.
 

사진 =  기자회견
사진 = 기자회견

 

수상 소감으로 작가는 ‘전쟁의 최후 목표는 호흡하는 공기이다’라는 시인 하이너 뮐러의 말을 인용하면서 “경계가 인간에 의해 인간에 대적하여 만들어진다면, 당연하게도 항상 강자와 약자가 있는 곳에서 만들어진다”며, “한쪽에서 다른 한쪽에 대항하여,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빼앗기 위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계가 만들어지고 교류가 차단되며 전쟁이 행해지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뜻깊은 시상식을 통해 통일의 당위성과 평화의 본질을 잠시라도 마음속에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이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문학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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