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노량진 공시생이었던 서른 살 소민은 이제 더 버티기 힘들다. 친구 유화의 도움으로 명동 코스메로드의 화장품 매장 페이스페이스의 직원으로 취직한다. 조선족, 한족 직원들 사이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정직원이 되는 것. 그런데 이게 뭐야? 베일에 싸인 인스타 셀럽, ‘드래그퀸, 버거’가 바로 내 남자사람친구 ‘강하오’라고??
-시놉시스 中


청춘물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인공은 10대 중반부터 20대의 남녀. 배경은 학교 아니면 아르바이트 현장. 분위기는 톡톡 튀고 발랄하며, 결국에는 ‘이 시절 참 웃기기도 하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고’ 라는 결론을 내는 청춘예찬물이 널리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더 나이가 들면 어떨까. 발랄했던 10대, 20대의 청춘들이 30대에 접어들면, 10년이란 세월만큼 더 찌들어버리고, 무거워져 버리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무리도 아니다. ‘계란 한 판’, ‘아홉 수’라는 말이 있듯 30대의 초입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다소 서글픈 감이 없지 않다. 아니, 서른이라 해도 아직 청년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 나이에 청춘을 이야기하면 철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일까.

 <나를 구독해줘>는 마치 이러한 분위기에 반항이라도 하듯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SNS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유행어를 다다다 쏴대고, 새로운 컨텐츠를 만끽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에 초조해하는 청년들. 나이만 서른이지, 아직은 젊은 그들이 주인공이다.

겨우 들어간 직장에서 잘려도, 다같이 백수가 되며 나락쇼를 펼치는 데에도 웃음이 나온다. 찌질하게 굴러다니는 모습에서마저 유머가 나온다.
아직 ‘젊은’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은 건 김하율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이다

그러나 얼핏 유쾌해보이는 그들의 뒤로는 깊은 우울과 피곤함도 엿볼 수 있다. 가난, 언어 문제, 성 정체성 문제, 왕따 등등... 마냥 젊음의 에너지만으로 견딜 수 있는 나이는 지났고, 현실을 깨달을 시기.

김하율 작가의 <나를 구독해줘>는, 마광수 교수의 표현을 빌려, 사람에게 저마다 주어진 ‘별 것도 아닌 인생’을, 주인공들은 저마다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살아내는 우리 청춘들의 모습을 ‘웃프게’ 그려내고 있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