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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지난해 2020년 12월,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전 세계에 백신이 공급되며 2021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퇴치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지만, 2022년을 목전에 둔 오늘까지도 바이러스로 인한 여파는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사태의 여파는 문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예술현장의 위기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학 작가들의 3분의 1에 가까운 수가 예술활동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출판인들 대부분의 원고료가 아닌 행사와 강의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 북 콘서트와 강연 등의 이벤트성 행사가 무산되었고, 독자와의 연계는 물론 작가간의 교류도 뜸해졌다는 이유다.


1. 오프라인 도서시장의 몰락, 웹소설 부흥

그간 출판 생태계와 지역서점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할인율은 15%로 제한하면서도 출판사의 공급률(매입률)을 제한하지 않아, 오히려 대형 서점만 반사이익을 누리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오프라인 도서시장의 몰락을 앞당기기도 했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확산하자, 각종 서비스 산업이 대대적인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하였다. 이 여파로 인해 도서정가제로 인해 신음하던 지역 서점은 치명타를 받았다.
올해 6월에 지역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해오던 ‘반디앤루니스’가 도산한 것도, 9월에는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은평구의 ‘불광서점’이 올해 폐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오프라인 도서시장이 위축됐지만, 비대면 서비스를 위주로 한 온라인 도서시장의 확장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2020년 온라인 서적의 거래액은 약 2조 4,150억 원으로 2019년 대비(1조 8,466억 원) 대비 30.8% 증가하였으며, 특히 교보문고는 2020년 온라인 부문 매출에서 2,556억원을 달성하여 전년과 비교하여 30.3%나 증가하였다.
마찬가지로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인 전자책(웹소설·웹툰)의 급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출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주요 전자책 플랫폼들의 매출 증감률은 전년 대미 평균 33.9%나 성장하였으며, 그 중 ㈜키다리스튜디오의 매출은 전년 대비 60.6%의 성장을 이뤄냈다.

사진= 유통망 산업
사진= 유통망 산업

 


2. 난항 겪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난항을 겪고 있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의 문제도 올해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통합전산망이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올해 9월 29일 개통한 출판 유통 정보 플랫폼으로, 출판물의 생산·유통·판매 과정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여 구축한 통합 관리 시스템이다. 진흥원은 통합전산망을 통하여 국내의 출판 유통구조의 선진화를 도모하고, 판매정보를 투명화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전산망은 개통 이전부터 잡음에 시달려야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대출협)가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 출판사들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며 반발한 것이다.
대출협은 지난 6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적인 ‘도서 판매정보 공유 시스템’(이하 공유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출협의 공유시스템이 진흥원의 통합전산망과 그 역할이 겹쳐 혼선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윤철호 회장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라고 대답하면서도, 추후 통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4. 출판계의 각종 논란

 대출협이 진흥원의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반대하고, 자체적인 공유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기자회견이 열린 날은, 대출협의 윤 회장이 작가들을 사과를 전한 날이기도 했다.
대출협은 지난 5월, 문체부의 통합전산망 구축 계획을 반대하며 ‘출판 업계의 인세 지급 누락 등의 문제는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지는 일탈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었다.
이에 소설가 장강명이 아작 출판사와의 사이에 있었던 자신의 피해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문화 예술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1천명이 넘는 작가 중 절반이 넘는 작가들이 작품 판매명세를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건 대단히 예외적인 일탈 행위가 아니다”라며 반박하였다.
또한 ‘36만부 베스트셀러’로 불리던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작가 역시 출판사와 인세 미지급 소송을 벌이고 있다. 두 번에 걸쳐서 작성한 계약서 때문에, 출판사 측과 작가 측이 산정한 인세의 액수 차이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작가는 출판계가 자체적으로 만든 표준계약서에 대해 ‘노예계약’이라 비판하고 불공정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이에 올해 2월, 문체부는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판 표준계약서를 고시한 상황이다.
이에 대출협은 “문체부는 출판인들이 주도하여 만든 표준계약서를 불공정한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반발하였지만, 다수의 작가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출판계의 논란은, 지난 5월 대출협이 경기도청과 경기 사이버도서관을 상대로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저작권법 침해”라며 서비스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 정점에 달하였다. 대출협은 2월에도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접속과 도서관 밖에서 이뤄지는 PC 등을 통한 관외 열람 행위는 법적인 처벌 대상”이라며 도서관협회를 향해 엄포를 놓은 바 있었다.
6월 대출협의 기자회견은, 위와 같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논란들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사과하기 위함이었다.



5. 한국 출판 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선출 내홍

출판계의 논란은 대출협의 사과 기자회견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월 3일. 한국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의 새로운 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조직되었지만 끊임없는 반발에 시달렸다. 작가 출판사 독자 모두를 고려하는 것이 아닌 특정 출판계 단체의 입맛에 맞는 회장을 선출한다는 것이 그 논란의 핵심이었다.
임추위는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장(당연직), 출판문화협회 3명, 한국출판인회의 1명, 외부추천인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과반수에 속한 특정출판단체에서 원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출판진흥원의 노동조합은 그동안 “진흥원 임추위가 특정출판단체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지녔다”며, “임추위 구성원 대부분이 현 진흥원 이사임을 고려하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추진될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하였다.
결국 종교 관련 B 출판사의 대표, 그리고 구청장 출신 후보가 최종 2인 후보로 선출되었지만, 문체부는 이를 모두 거절하였다. 둘 다 출판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국작가회의의 신현수 사무총장이 약 4개월간 원장의 직무를 대리하였고, 임추위가 다시 조직되어 새로운 원장을 선출하였다.
결국 지난 2021년 12월 30일, 신임 출판진흥원장에는 전 웅진씽크빅 사장 김준희 씨가 선출되었다.

사진=신임 출판진흥원장에는 전 웅진씽크빅 사장 김준희 
사진=신임 출판진흥원장에는 전 웅진씽크빅 사장 김준희 

 




6. 문학상, 문학계 부조리
문학계 역시 논란이 멈추지 않은 해 였다.
지난 3월, 문예지 시와반시 편집위원이었던 희음 시인이 혜화역 아르코 미술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시와반시에서 제대로된 임금 없이 노동착취를 당했다 고발했기 때문이다.  
희음 시인은 업무 외의 교정교열 작업을 하였으나, 시와반시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SNS를 통해 공론화를 진행했는데, 바깥으로 나온 것은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더욱 많은 시민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며 시와반시를 규탄하였다.
최근 문학계에 공정함과 윤리의식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문학상에서 그러한 경향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친일문인을 기념하는 동일문학상을 윤성희 작가가 수상하여 시위가 일어 났으며, 이상문학상이 자사 문예지에 실린작가를 우대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었다 또한 작가의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는 부조리 역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특히 손창현이란 사람이 다수의 문학상을 표절 작품을 통해 수상한 사태가 벌어져, 심사위원들의 감식안을 통해 좋은 작품을 발굴한다는 기존의 심사 방식이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또한 매년 신춘문예 당선시집을 발간해온 문학세계사에서 올해에는 당선시집을 출간하지 않았다. 2021년 경향신문 당선자인 윤혜지 작가와 한국일보 당선자 신인 작가가 자신들의 작품 수록을 거절하였기 때문이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가 해당 출판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다.

 

7. 재현의 윤리

작가들의 높아진 윤리의식은 ‘재현의 윤리’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졌다. 작품이란 이름으로 약자나 혹은 피해자 그도 아니면 내 주변인들을 작품으로 재현하는 것에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재현의 윤리 논쟁은 그간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여겼던 창작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 김세희 작가와 김봉곤 작가가 바로 그 예다.
김세희 작가는 18년 지기 친구의 모습을 본인의 동의도 없이 자신의  작품 속에 그려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크게 문제가 되었다.  김봉곤 작가 역시 성 소수자 지인과의 사적인 SNS 대화록을 작품 속에 재현하여 문제가 되었다. 실존 인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강제 아우팅’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김봉곤 작가는 해당 실존 인물과 법정 공방까지 치러 무죄판결까지 받았지만, 작가의 작품집의 판매를 중단하고 전량 회수된 상태다.
작가들 사이에선 재현이 없는 창작이 가능하냐는 질문부터. 이제부터라도 창작의 윤리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쟁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작가가 창작을 할 때 창작의 윤리를 어떻게 접근하고 바라볼지 많은 질문을 던져졌다.

사진= 신경숙
사진= 신경숙

 

8. 신경숙의 복귀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높아진 윤리 의식에도 불가능하고 문학계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졌는지 의심할만한 사태도 있었다. 문단권력 논쟁을 촉발한 표절 옹호 사태의 주인공이 신경숙이 창비로 돌아온 것이다. 

3월 3일 신경숙 작가가 장편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본질인 표절에 대한 확실한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는 여전히 부재했다. 또한 확실한 표절을 조직적으로 권력의 힘을 통해 은폐하려 했던 일련의 사태를 개인의 실수나 부주의함이라 표현한 점에서 자신이 다시 한번 창비에서 복귀 한다는 것과 문학권력논쟁에 대한 그간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 해석해 문제가 되었다.  

문학계의 폐쇄성과 수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음에도 자신을 옹호했던 곳을 통해 다시한 번 돌아온 신경숙을 통해 우리 문학계의 치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예술원 사건
예술원 

 

9. 예술원 사건(이기호)

지난 7월 19일, 이기호 작가는 문예지 ‘악스트’에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보고서 형식의 이 소설은, 대한민국 예술원의 문제점을 꼬집고 비판하기 위해 쓰였다.
대한민국 예술원은 “예술의 창작, 진흥에 현저한 공로” 가 있는 원로 예술인을 각 분야에서 선정해 지원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행하는 기간으로, 한 해 예산이 32억 6천 5백만원에 달한다. 이 예술원의 회원이 되면 월 180만원 수당으로 연 2천만원 가량의 수당을 챙기는 셈이다.
특히 문학 분과 회원 26명이 받는 수당은 1년에 총 4억 6천 8백만원 가량이다, 이기호 작가는 청년 예술가를 위한 지원 정잭은 극도로 적다며  문학 부문 청년예술가를 지원한 것은 7명 뿐에 불과했고, 액수도 4천만 원에 불과했다며 예술원을 비판했다.  다른 분야는 소득 하위 70%를 지원하나, 문학은 상위 1%만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들인다는 것 이다. 
또한 회원이 되는 방식도 납득키 어렵다는 지적 역시 했다.  예술원 회원 이 추천하고, 예술원 회원 중 출석위원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예술원 회원이 될 수 있는데, 이런 폐쇄적인 구조 안에서 이뤄지는 선정에는 늘 공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이기호 작가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제언을 단편소설로 발표하는 이유는 쓰는 내내 부끄러웠기 때문"이라며 "재난과 재해 속에선 고통의 오랜 차별과 위계가 그 모습을 선명히 드러내기도 한다"며 공론화를 촉구하였다.
이후 유정주 의원과 김의겸 의원이 각각 예술원 개정법을 발의 했으나 국회를 계류하다 통과되지 못하였다. 결국 예술원 사태는 내년으로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 웹소설 검열 사태

2021년 한 해, 젊은 청년층을 뜨겁게 달궜던 사회 이슈는 바로 성별 갈등에 대한 이슈였다. 성별 갈등 문제는 인터넷 커뮤니티부터 시작해 정치권에까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문단문학에 비하여 도덕 문제에 비교적 자유로운 웹소설 시장에서도, 이러한 갈들이 있었다. 
지난 4월 27일,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에서 연재되던 “FFF급 페미헌터”의 표지가 검열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FFF급 페미헌터’는 여성이 사회의 지배층으로 득세하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남성 주인공이 급진 페미니즘 성향의 인물들을 응징하며 성장해 나간다는 판타지 소설이다. 해당 작품의 표지가 선정적이란 이유로 세 차례나 검열당한 것이다.
플랫폼의 독자들은  같은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여성향 BL소설은 전혀 검열받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 했다. 이후 노벨피아가 “표현의 자유”라는 답변을 내놓자, 불공평한 검열제도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이로부터 2달 뒤,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도 비슷한 표지 검열사건이 일어났다. “아카데미 검은 머리 외국인”의 표지에 그려진 여성 캐릭터의 옷차림이 가슴 크기가 축소되거나 일본어가 삭제되고, 맨 다리에 스타킹을 씌우는 등의 수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것이 페미니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검열한 것 이라며 남녀갈등 문제로 비화되었다. 결국 문피아는 두 차례나 사과하게 된다. 노벨피아는 사과한 것은 물론 페미니즘 성향의 직원을 해고하였다.정치적 올바름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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