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홍대 어딘가에서 발표된 노래 한 곡이 TV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TV속에 나온 그 남자는 덥수룩한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어벙한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가사의 내용은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었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지는 이야기를 내가 왜 알아야 하는가? 하지만 그 가사의 상황은 어딘가 코믹했고, 누구나 삶에서 종종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그 어벙한 뿔테 안경을 쓴 가수의 노래는 곧 유행을 탔다. 그것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였고,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곤 어이없어 웃는 노래가 되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에 이어, 홍대를 오가던 소수의 젊은이들만 알고 있던 음악 밴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10cm>, <언니네 이발관>, <브로콜리 너마저>와 같은 밴드들의 노래가 인터넷에서, 거리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형 기획사의 가수들에 가려지지 않았던 ‘인디 밴드’들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그 때. 아마도 2008년이었을 것이다.
 
K-POP으로 대표되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들의 상업성과 대중성은 훌륭하다. 그들은 예쁘고, 잘 생기고, 누구나 한 번쯤 따라해볼만한 춤과 노래를 선보여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런 활발한 메인스트림를 따르기보다는, 비록 비주류라 하더라도 소소하면서도 ‘나만 알고 싶은’ 음악을 찾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음악 평론가로 유명한 서정민갑이 지은 「음악열애」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지은 책일 것이다.
 
「음악열애」에 소개된 아티스트들은 우리가 열광하는 K-POP의 주역들은 아니다. 거시적인 문화의 시류에 올라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도 아니다.
 
그러나 서정민갑이 소개하는 아티스트들은 비록 밝고 화려하게 빛나는 별은 아닐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영롱한 색을 비추는 조그마한 별들이다. 어떤 별은 신비롭게 빛나고, 어떤 별은 잔잔하게 빛나며, 어떤 별은 개성있게 톡톡 튀고 있다. 서정민갑은 말한다.
 
“이 책은 제가 음악과 사랑했던, 제대로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구애의 기록입니다.”
 
임희윤 동아일보 기자는, 그를 일컫어 음악을 사랑한 만큼 수백장의 음반, 수백 권의 책을 독파한 얼리버드라 평하였다. 음악에 대해 ‘열애’를 하고 싶다던 서정민갑의 진심대로, 그가 사랑하는 음악들을 갈무리해 모아놓은 「음악열애」는, 어쩌면 새로운 음악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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