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과 멸공

-차도하

 

생활은 어때?
엄마가 물어서

나 지원 사업 선정돼서 200만 원 받게 됐어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아
내가 말했다

아시다시피,
그리고 모르시다시피

200만 원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다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내가 돈을

못 준다

20만 원이면?

20만 원이면 나쁘지 않네요
20만 원으로 머리도 깎고 책도 사고
20만 원을 누구 코에 붙이냐

누구 코에 붙일지
선별하기 위해

2조를 썼다

너무 큰 숫자는
거대한 땅덩이 같아
가늠할 수 없게 느껴지는데

문제는 숫자도 땅덩이도 나눌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진 돈과
빌린 원룸을 보면

아 나는 여기서 사는 게
알맞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감염된 것처럼
친구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내가 돈을

없애고

살고 싶다

 

<시작 노트>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 예술인 지원금에 관한 인터뷰, 보이스피싱 사기로 200만 원을 잃고 자살한 조하나 님,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의 멸공 발언과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 시를 쓰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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