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진상 규명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작가회의 정우영 전 사무총장 <사진 = 뉴스페이퍼 DB>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작가회의 정우영 전 사무총장 <사진 = 뉴스페이퍼 DB>

 


한국작가회의가 지난 2월 28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향해 ‘우익 포퓰리즘을 반대’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제대로 된 공약이나 정책의 고민 없이 비방과 흑색선전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공당의 대선 후보가 내세운 터무니없는 주장과 공약에 대해 엄중히 묻는다”고 성명 취지를 밝혔다.

성명서에서 작가회의는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다”며 윤석열 후보 측의 탈원전 폐기, 여성가족부 폐지, 종부세 폐지, 양도세 완화, 취득세 인하, 주식양도세 폐지, 사드 추가배치 등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가 들어올 수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작가회의는 “침략국 일본과 한국은 군사동맹을 맺은 바 없다”며, “그러함에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2월 25일 있었던 2차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할 경우)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그거 하시겠나”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윤 후보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의 균형정책’”이라며, 이러한 정책 방향성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파괴하는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비정상과 몰상식의 극치에 다다른 정치적 언동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며 “증오와 갈등, 분열의 정치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한국작가회의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20대 대선, 우익 포퓰리즘을 반대하는 작가 성명』


민주개혁 퇴행과 국민생존을 위협하는 대선 후보에게 묻는다!

역사는 희망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그 희망을 역사의 진보라고 믿는다. 그러나 때로 희망이 역사의 비극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은 그 누구도 비극이 되풀이되길 바라지 않는다. 
1995년 전두환과 노태우 구속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구속되었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네 명이 구속된 이유는 역사 앞에 놓인 희망을 그들이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들의 비극이 아닌 국민들의 비극이었다. 바로 그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싸운 범국민적 저항의 힘으로 우리는 희망을 되찾곤 했다. 

그러나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희망의 불씨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인간에 대한 희망의 언어와 상상력으로 자유로운 세계를 꿈꿔 온 작가들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본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고 사회 전반의 모든 수준이 선진화되었음에도 유독 정치분야 만큼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학을 통해 세상의 촉수 역할을 하는 작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제대로 된 공약이나 정책의 고민 없이 비방과 흑색선전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그 우려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을 훼손하고,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고, 혐오와 왜곡을 선동하는 우익 포퓰리즘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한국작가회의 작가들은 공당의 대선 후보가 내세운 터무니없는 주장과 공약에 대해 엄중히 묻는다. 

사법 공무원에 불과한 검찰은 어찌하여 권력이 되었는가?

촛불시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을 규탄하고 검찰개혁을 외쳤다. 
대한민국 검찰은 정의와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검찰은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이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검찰이 저지른 편법과 부조리는 거의 드러나지 않은 채 묻혔다. 개혁대상 1호인 검찰개혁은 검찰에 의해 거부당하고 실패했다. 오히려 민주주의에서 퇴행하는 검찰권력이 강화되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은 국가권력마저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해도 되는가?

일제 침략기 일본은 조선을 무력으로 강점하고 악랄하게 수탈하였다. 
일본은 아직까지 그 어떤 사죄나 반성이 없다. 그런데 대선 토론회에서 한미일군사동맹도 검토하고, ‘유사시에 (일본 군대가) 들어올 수도 있는 거’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침략국 일본과 한국은 군사동맹을 맺은 바 없다. 그럼에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말을 흐릴 문제가 아니다. 외교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이므로 명확히 답해 주기 바란다.  

남북 간에 군사적 대결과 긴장 강화를 원하는가?  

남북 간 긴장 완화는 기본적으로 평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문제들은 국제적 공조와 대화를 바탕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렸다. 적의 침략이 없는 상태에서 선제공격(선제타격)을 말하는 대통령은 이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선제공격’은 유엔헌장 위반이다. 심지어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는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까지 등장했다. 핵무기 시대에 핵보유는 핵국가의 또 다른 핵무기 사용을 유발한다. 북한 선제공격이 우리에게 민족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노골적인 반노동 정책, 주 120시간 노동은 진심인가?

노동문제에서는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다.”라는 말에 전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의 균형정책’이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일자리 증가 문제에 대입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더구나 기업의 형법상 과실을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법인에 묻자고도 했다. 산업현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경영자에 대한 처벌강화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형사법을 개정해서 경영자에게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필요성’은 무엇인가? 노동자들이야 죽건 말건 오로지 노동시간을 늘리고 기업과 경영자만 살리는 반노동, 친자본 정책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파괴하는 위협이다. 정말로 주52시간제를 반대하는가?  

증오와 갈등, 분열의 정치를 당장 멈추어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작가들이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나선 이유는 비정상과 몰상식의 극치에 다다른 정치적 언동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글과 말은 표현의 자유이며 권리이다. 도무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사회적 문제는 작가들의 촉각을 가장 먼저 건드린다. 작가들은 잠잠한 문 안의 심정을 다스리며 글을 쓰지만, 어느 순간 파멸에 이른 생각이 덜컹거릴 땐 문을 열고 나온다. 누가 작가들을 자꾸 문밖에 서게 하는가? 펜을 놓고 묻고 싶은 질문들이 너무 많다. 몇 가지만 더 묻고 싶다. 

ㆍ탈원전 폐기와 4대강 자연성회복 폐기!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ㆍ성평등이 아닌 남성 중심과 여가부 폐지! 사회적 책임인 불평등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반여성적 정책은 옳은 일인가?
ㆍ종부세 폐지, 양도세 완화, 취득세 인하, 주식양도세 폐지 등 감세를 하면서 복지를 늘린다는 것은 모순된 말이 아닌가?
ㆍ사드 추가배치, Quad 가담으로 한반도 군사 긴장을 책임질 수 있는가?  
ㆍ국민들을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것은 국민통합이 아닌 색깔론의 망령 아닌가?

작가들은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세력을 단호히 배격한다. 아울러 민주개혁의 퇴행과 국민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2022년  3월  1일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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