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실질적인 양성평등과 문화민주화 추진 필요

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1908년 3월 8일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당시 노동자들은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후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한국은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1920년부터 나혜석·박인덕 등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왔는데 일제의 탄압으로 맥이 끊겼다가 1985년부터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2018년 2월 20일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2018년부터 3월 8일이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됐다.       

양성평등기본법 마련 등으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서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노동현장에서는 구조적인 성차별이 아직도 존재한다. 문화현장은 어떤가? 2019년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의 최종 후보 16명이 발표되었는데 총 8명을 임명할 7기 최종 후보 16명이 전원 남성으로 구성되었고 5060 남성 중심이었던 문제가 대두되어 위원 위촉 관련하여 공론화가 있었다. 

또한 출판계 연구노동자로 일하던 필자의 지인은 새로 바뀐 경영자의 해고로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었고 욕설과 협박에 시달려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에 적용받지 못했고 모욕과 고통을 받아야 했다. 이 경우에도 ‘경영자 남성 - 노동자 여성’이라는 구조 하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적인 차별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남성중심 위원 후보들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매우 시사점이 크지만, 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의 양성평등 인식은 어떤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에서 포럼 공지를 이메일로 받았는데, 사회자와 발제자 포함 6명 모두 남성들로 구성됐다. 출판진흥원 1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포럼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아젠다에 대해서 왜 남성들로만 스피커로 구성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필자는 2021년 <출판저널> 522호 ‘문화행정에서의 차별과 배제의 현실’이라는 칼럼에서 출판진흥원의 임원 구성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출판진흥원 임원 10명 중 여성은 단 2명으로, 양성평등 정책에 따라, 하나의 성이 60% 이상을 넘지 못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2022년 새해가 된 현재 임원 9명 중 여성은 단 2명뿐이다(출판진흥원 홈페이지 참조).

문화민주화를 가장 잘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저조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양성평등정책을 담당하는 양성평등정책관이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양성평등위원회가 있는데, 왜 문화현장에서는 성평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특정한 기득권들만의 기관이 되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군대나 경찰내 토론회라면, 군인과 경찰에 남성이 압도적이니 그럴수 있다고 치자, 그럼에도 그곳마저 여군과 여성경찰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점에 진열된 책들의 저자나 참여자 성비율을 따져보라. 여성 저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출판현장도 여성 노동자들이 많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소외되어 왔다. 출판 현장에선 여성이 주체이거나 참여도가 그렇게 많음에도, 출판진흥원은 누가 주인인가? 누가 누가 나서서 발언을 해야 출판문화계의 문제와 비전 등에 대해서 현실감 있게 말 할 수 있는가? 

인류의 인문학의 바탕이 되는 출판문화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거나 권력 독점 공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출판진흥원은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투명성과 공공성 가치를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다. 특히 출판진흥원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포럼이라면 주제 발표에 대해서 발표자들을 공모를 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열린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출판문화계에 소외되어 왔던 목소리를 들어야 그 진정성이 통하지 않을까.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한국은 여성들에게 참정권은 주어졌지만, 현장에서는 여성들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차별받고 배제되어 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참정권은 정치적 참정권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의견을 말 할 수 있는 참여적 의사결정권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남성들에게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       

임원 구성이 여성 비율이 적고, 포럼에 발표자가 남성 중심이라는 점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아 온 것에 대한 출판문화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양성평등 정책이 현장 밀착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정책 따로 현장 따로 현상이 사소하지만 큰 문제를 야기한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산하 공공기관들의 양성평등 실천에 대해서 관리 감독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양성평등법이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양성평등을 지키지 않음에도 문제의식이 없는 출판진흥원 공공기관장의 인식은 매우 큰 문제이며, 공공기관 경영평가시 양성평등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 엄격하게 평가해야 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남성출판진흥원’인가? 공공기관인 출판진흥의 실질적인 양성평등과 문화민주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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