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정고요 시인의 첫 시집 <아이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지난 11월 17일 ‘배게 시인선’을 통해 출간되었다.
 
정고요 시인은 198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독어독문학을 전공했고, 2017년 <베개> 창간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베개>는 2017년 창간된 독립문예지다. 새로운 문예 활동, 독립문학의 주체들과의 소통과 연결을 지향하는 문예지로, 창간 이래로 6권의 부수를 발행했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믿음을 가지면 리듬을 가질 수 있다’, ‘봄에 알게 된 노래를 여름에 함께 불렀다’, ‘나는 나의 독자요 작가요 병자요 의사인데요’, ‘어떤 감정은 너무 발달해서 이해할 수 없다’로, 모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각 부의 제목이 문장인 것에 대해 “각 부들에 속한 시에서 좋아하는 문장을 고른 것”이라며, “1부에서는 바다와 가까이 사는 삶에 대한 인상을 주고 싶었다. 2부와 3부와 4부는 감정과 나에 대해 탐구한 시”라고 밝혔다.
 
총 49편의 작품이 실린 이번 시집에는 “읽고 싶은 시를 쓴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인의 취향과 생활이 담겨 있다. 마치 시인 자신이 읽기 위해서 쓴 것처럼, 어떤 시들은 일기처럼 보이기도 하며 시인을 둘러싼 주변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수채화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시인은 슈베르트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니체의 사상들을 떠올리며 연인과의 관계를 둘러싼 자신의 감정들을 고민해보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그저 바라보기도 한다.
 
놀이터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책가방을 보았어요
 
...
 
오후 두 시의 버스에서는
만두피 냄새가 났어요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모습을 바꾸는 것들에
관심이 있거든요
‘세상에 없을 만두’ 중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대체로 느긋하고 한가로운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항상 아름다운 풍경만 그곳에 놓인 것은 아니다. ‘비 내리는 수요일에 가장 예쁜 손을 보았어’에서 “지금 나는 동쪽에 바다가 있는 작은 도시에 살아”라고 말한 시인은 바다의 풍경을 보며 침잠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아서
죽기 좋다고 생각하였다
 
죽기 좋은 죽고 싶은
아름다움,
 
이런
아름다움이 있다.
‘바다’ 중
 
이렇게 우울의 바다에 잠기다가도, 이내 “죽고 싶은 생각은 / 안 들고 / 보기에 아름답다 / 할 만큼 / 거리를 유지하였다.”며 다시금 지상으로 빠져나온다. 끊임없이 파도가 몰려오는 해변, 시시각각으로 색깔을 바꾸는 바다, 시인의 표현처럼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모습을 바꾸는’ 바다처럼,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시인은 그곳에서 각기 다른 모습들을 발견한다. 이런 서로 다른 모습들과 감정들, 그것들은 해변으로부터 거슬러 수평선에 이르면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하나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수렴되는 것처럼 보인다.
 
기슭에 도착한 불행은 알다시피
나의 슬픔이 됩니다 하여
나의 명랑이 됩니다 하여
 
다시 만나요 나의 불행아
인사하며 빈 배를 호수로
다시 밀어요
‘날씨변경선’ 중
 
시집의 추천사를 쓴 김현 시인은 정고요 시인의 작품 세계를 ‘기다림’이라는 단어로 함축한다. 그는 “정고요의 시는 기다리는 사람만이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세계를 확인하게 한다”며, “시인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을 따르노라면 결국 탄생의 환희에 깃든 슬픔으로 회귀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정고요 시인은 이번 시집의 주제를 “(아이의 속성이기도 한) 내면과 외면의 일치”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시인은 또한 자신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시와 삶의 일치를 추구한다”며, “이면 같은 걸 두지 않으려 하는데, 생활인으로서 자아는 어른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것 같다. 시인으로서 자아는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따른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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