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손택수 시인과 도서관 참여자들
사진= 손택수 시인과 도서관 참여자들

 

지난 25일 19시부터 21시까지 순창군 복흥작은도서관에서 손택수 시인 초청 강연이 있었다. 

강연이 시작될 무렵 바람을 동반한 궂은 비가 내렸음에도, 이날 강연장에는 아동·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도서관 운영자는 특히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조화로운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강연을 맡은 손택수 시인은 양손 가득 선물을 준비하여 강연장을 찾았다. 순창 복흥작은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담긴 헌시와 강연 당일 출간된 <열린시학>2022 봄호를 참여자 모두에게 선물로 주어 훈훈함을 더했다. 

손 시인은 강연에 앞서 복흥작은도서관을 위한 헌시 <연가>를 낭독함으로써 감동을 주었다. <연가>는 나무와 풀을 소재로 순환적 관계를 통한 성장을 이끄는 내용의 시로 도서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시다. 

연가
-순창복흥작은도서관

나무 아래 풀들에겐 나무가 해다
나무가 흔들려서
빛을 나누어주니까
키처럼 뙤약빛
곱게 까불러 뿌려주니까

나무 아래 풀들에겐 나무가 구름이다
나무가 흔들려서
비를 나누어주니까
이발소 물뿌리개처럼
머리를 감겨주니까

흔들리니까 해도 되고
구름도 되는구나
풀들도 따라 흔들리네
뿌리가 드러난 맨땅을
덮어주고 있네

사진= 손택수 시인의 강연 모습
사진= 손택수 시인의 강연 모습

 

이어 ‘시와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시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인간과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시의 창조적 상상력은 자연이 살아 있는 곳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선사시대부터 갖고 있던 자연 친화적 정서는 제도 교육을 받으면서 빨리 잊히고 있다면서 시인이 되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어린이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가 되어 태어난다. 그러나 자라면서 자기 안의 예술가를 잃어버린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빌어 예술가는 자기 안의 어린이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아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현대 사회에서 여러 가지 비인간적 병리 현상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어른이 되기 위해 유년을 자기 안의 바다에 수장시켰기 때문이라며, 수장된 유년을 인양할 때 비로소 건전한 사회를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관련하여 모네의 “포플러나무 연작”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자산어보 창대의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예술은 대상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관찰에서 시작되며 이는 상상력과 사랑과 하나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술가들은 사물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서 동식물들과 소통하는 것은 동화나 설화의 마음이며 설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화적 상상 속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우애를 나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어린 시절 대지를 하나의 육체로 생각하는 할머니의 정서를 소개했다. 
특히 강연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는 나무였다. 도시에서 사라져가는 암은행나무와 정복 전쟁으로 황폐화된 그리스에 올리브 나무가 식재된 이야기까지 자연을 대변하는 소재로 나무를 선택하여 설명대상으로 삼았다. 서두에서 얼마 전에 있었던 동해안 산불로 인해 파괴된 숲을 살아생전 볼 수 없게 되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숲의 생태 다양성이 사라져감으로 인해 화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문명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또한 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읽은 독자들은 제목의 의미를 시작으로 ‘지축을 지나다’, ‘행복에 대한 저항시’, ‘물의 뼈’, ‘파이프 오르간’, ‘정지’, ‘먼 곳이 있는 사람’, ‘우표의 맛’ 등 구체적인 작품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 시인은 답변 끝에 시는 독자의 경험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독자를 통해 새로운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시가 가지는 모호성을 설명하면서 시란 반드시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영역이 아닐 수 있다며, 느낌만으로도 감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택수 시인은 현재 경기도 화성 지역에 있는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으로 홍사용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역사·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구축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손 시인은 이제 막 시작하는 복흥작은도서관이 문화예술의 산실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문화콘텐츠 개발과 관련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도서관 운영자는 이번 초청 강연은 독자와 작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도서관 운영과 관련된 지원과 격려를 얻을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날 강연에 참여했던 면민들은 따뜻한 봄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았다는 인사말을 남기는가 하면 시와 자연과 문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이런 강연에 처음으로 참여해 본다는 마을 어르신도 좋은 강연이었다며 다음 강연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참여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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