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듬. 사진 = 뉴스페이퍼 DB
책방이듬. 사진 = 뉴스페이퍼 DB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 ‘책방이듬’이 지난 3월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책방이듬은 지난 2017년 11월 경기도 일산에서 문을 열었다. 반려견의 간식을 만드는 곳이었던 장소를 김이듬 시인이 손수 페인트칠을 하며 책방으로 꾸몄다. 단순히 책을 파는 가게에만 그치지 않고 카페를 겸하며 시 낭독회, 독서 모임 등 다양한 행사들을 열었다. 6년 동안 300회가 넘는 행사들을 진행해오면서, 책방이듬은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으로는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글을 실어 발표하는 <페이퍼이듬>이라는 문예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영업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에는 시인이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아끼는 행사라고 밝힌 시 낭독회 <우리들의 낭독회>가 열렸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책방의 마지막 행사라는 소식에 전국에서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시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 생애 가장 힘겨웠고 뜨거웠으며 행복했던 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부푼 꿈을 가지고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책방을 사랑하게 된 단골손님들도 하나 둘 생겼지만, 독립서점이 견뎌야 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임대료가 부담스러워 일산 호수공원에서 작은 골목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김 시인은 항상 무거운 책을 들고 옮기느라 허리의 건강도 나빠졌다. 일은 항상 바빴고 그럼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기에 시인으로서 글을 읽고 쓸 여유조차 가질 수 없었다.

책방이듬 송년 낭독회에 방문객으로 참여한 하재일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책방이듬 송년 낭독회에 방문객으로 참여한 하재일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독립서점은 대형 서점과는 달리 서점 주인만의 취향에 따라 각자만의 개성 있는 컨셉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독립서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문을 여는 독립서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폐업하는 서점의 숫자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겹쳐 그 어려움이 더 커졌다. 지역 서점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지역서점 인증제 등의 제도적인 노력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다. 특히 책 한권을 팔 때 천원 이천원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공금율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서점에 비해 책을 비싸게 공급 받는 지역서점들은 생존에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김 시인은 앞으로 다시 기회가 된다면 책방을 운영할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 “일단 쉬고 싶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6년 동안 책방 운영을 이어왔지만, 이제 그는 다시 책방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책방을 운영해보고 싶은 젊은이들이 있다면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책방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드러내보였다.

책방이듬 사진= 뉴스페이퍼
책방이듬 사진= 뉴스페이퍼

 

김 시인은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에 대해 “좋아하는 작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사람들과 늦은 저녁 와인 한 잔”을 하는 등, “좋은 일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라며, 책 자체를 팔아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월세를 내지 않는 공간”이 있지 않으면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쉬운 마음이 섞인 농담을 던졌다.집 빼는 날 오셔서 선물을 주던 주민분들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도서정가제,서점인증제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서점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 인터넷 서점 보다 비싼 공급율에  책 판매 그 자체로는 수익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이듬 시인의 문화운동이 이렇게 마침표를 찢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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