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마법소녀물의 첫 번째 공식은 무엇인가.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줘!”
“카드캡터가 되어서 XXX카드를 모아줘!”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녀-보통은 여중생-가, 사실은 선택받은 마법소녀였다! 라는 플롯은, 마법소녀물의 전형적인 클리셰다. 이 작품,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에요.”
 
그러나 주인공인 ‘나’는 마법소녀물의 스테레오타입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이다. 여중생은커녕 아홉수라고 불리는 29살에, 평범한 일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아니, 신용불량자 인생을 리셋하려고 한강에서 선 참이다. 리볼빙 시스템으로 늘어난 카드빚 때문이다.
 
그런 ‘나’ 에게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란다. 그것도 사상 최강의 <시간의 마법소녀>가 되어, 지구 멸망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라고 한다. 이 무슨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의 성장물 플롯이란 말인가?
 
그러나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에서 ‘나’에게 쥐어준 마구(마법을 사용하게끔 하는 무기)는 신용카드였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로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들을 던져준다. 신용카드와 같은 개개인의 미시적 경제 문제뿐 아니라 전염병, 기후재난 등.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마주섰을 때, 우리는 마법과도 같은 기적을 바란다.
 
소설가 박서련이 보여주는 마법소녀들은,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끝없이 사유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힘을 세계를 위해 사용하는 존재들이다. 그녀가 그려내는 마법소녀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상상해본 구원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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