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부산의 지역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이 올 봄호인 124호를 마지막으로 휴간하게 되었다.

오문비는 지난 3월 1일 발간된 봄호의 머리말에서 “이번 호를 끝으로 휴간체제에 들어가게 되었다”며, “원고료와 제작비를 지원받는 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필수제출서류 누락으로 행정결격 처리되었으며 지원심의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봄호 또한 발간되지 못할 뻔했으나, “청탁을 드렸던 필자들과 잡지를 읽는 독자들에 대한 마지막 책임이라는 생각”에 어렵게 발간하게 되었다고도 전했다.

휴간 체제에 들어가면서 올해 여름호는 나오지 못하게 되었지만, 가을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발간을 이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문비 김필남 편집주간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한 호 쉬었다가 가을호부터 다시 나올 것”이라며, 이번 휴간이 잡지의 폐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오문비가 폐간 위기에 놓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예지 지원금 규모가 줄어들며 어려움에 처했고, 2014년에는 우수문예지 정책이 변경되면서 그나마 있던 지원금도 아예 사라졌다. 2017년에는 함께 잡지를 만들던 출판사 ‘산지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을 포기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91년 창간한 오문비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오며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문예비평지로 자리매김했다. 비평전문지로 지금껏 발행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오문비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는 ‘지역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예지가 지원금을 받지 못해 휴간을 피하지 못하는 현실은 무겁게 다가온다. 자생하지 못하고 생존을 정부나 기관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문예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 받고 있는 지점이다. 

이는 단순히 자본의 문제를 넘어서 문예지가 소수의 취향 공동체만을 위해 제작된다는 점 역시 뼈아프다. 더 이상 독자들이 없어, 최소한의 파급 조차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질문이 던져지는 것이다. 

대형출판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예지가 문학장 내 권력유지와 출판사의 작가풀을 유지하기 위한 적자 출판이란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다.

오늘의문예비평 다수의 관계자와 전화를 했으나 자본적 회복 방법에 대해서 명확히 말한 사람은 없었다. 다른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나 아직 그 답은 없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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