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차갑게 얼어붙었던 겨울을 뒤로하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계절이 왔다. 나무들은 꽃을 피우고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나는 봄이다. 길었던 팬데믹도 서서히 끝이 보이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는 지금, 봄의 설렘을 안고 우리 곁을 다시 찾아 온 문예지들을 읽어보자.

사진=릿터
사진=릿터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미래에 있을 막연한 일이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점점 넓어지는 사막, 나무가 잘려나가는 숲, 녹아내리는 빙하, 높아지는 해수면, 물에 잠기는 남태평양의 섬들, 오염된 대기,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들...
 
릿터의 이번 4/5월호는 각 분야에서 변화를 위해 조용한 노력을 이어가는 ‘오늘날의 혁명’을 다룬다. 서와 시인은 “농사짓다 보면 기후 위기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는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농사를 짓”겠다면서,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바꾸어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며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동물권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는 북 디자이너 유진아는 ‘동물을 위한 자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의 동물원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동물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게 하는 공간인 ‘생추어리’를 소개하며 동물이 더 이상 동물원에서 착취당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상상한다.
 
스페셜 피처에서는 1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이데올로기의 폭력을 겪은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조명한다. 매일같이 뉴스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소식을 듣는 지금의 우리에게, 절망적인 시대의 상황 속에서도 실존의 기쁨을 이야기한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은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상명대학교 최종술 교수는 ‘죽음을 이기는 삶’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파스테르나크의 대표작 <닥터 지바고>에 대해 “그들(지바고와 라라)의 격정과 삶에 대한 사랑 속에서 생명의 맥박의 뛴다. 비극적인 종말을 앞두고도 삶은 기쁨이다”라며, “인간은 외적 상황의 구속에서 그를 자유롭게 하는 사랑과 창조의 지고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진=오늘의 문예비평
사진=오늘의 문예비평

“오늘의 문예비평 봄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찾아왔지만 오늘의 문예비평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휴간하게 되었다. 지난해 가을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잡지의 존폐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휴간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봄호에서 오늘의 문예비평은 ‘성의 배치를 넘어’라는 특집을 마련해, 우리 일상에서 자주 수면 위로 노출되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표면화되지 않는 ‘성(性)’에 대해서 다각도로 살펴본다. 배상미 고려대학교 박사는 ‘충돌과 어긋남의 경험은 더 드러나야 한다’라는 글에서 은희경, 배수아, 정이현, 강화길, 김초엽 등의 소설을 통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섹슈얼리티가 재현되는 양상의 변화와 그 원인을 들여다본다. 이은의 변호사는 현재 미디어에서 여성이 다루어지는 방식을 통해 법의 적용에 있어서 여성에게 불리한 지점들을 법조인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외에도 자신과 다른 타자에 대한 시선을 담은 글도 돋보인다. ‘비평 공간’에서 신정민 작가는 ‘이타(利他),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서 티벳 불교의 사례를 들며 “(타자와) 대화하고 이해하며 진실한 관계 속에서 진실한 삶의 관계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정문순 경남이주민센터 연구실장은 ‘방역위기 체제, 이주민과 사회적 백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사회의 외국인 혐오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문학인 봄호”
 
이번 계간 문학인 봄호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문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번역의 살상과 지향해야 할 문학적 가치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특집 ‘번역의 영토 확장을 위하여’는 일본, 스페인, 미국, 중국과 한국의 문학장이 번역을 통해 서로 주고받는 문학적 대화의 모습과 그 의미를 짚어보며 글로벌 시대 한국문학이 세계문학과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창작 코너에서는 김경인, 김현, 박은형, 백무산, 안도현, 이은규, 한연희 등 시인의 신작시와 김종광, 하명희 작가의 신작 소설, 김응교, 반수연, 이근화, 이송희, 이윤상, 정기훈, 최재봉 등 작가의 다채로운 산문이 실렸다.
 
인문학 서적, 최근의 시집, 소설, 영화 등에 대한 리뷰와 <문학인>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지면 ‘이미지로 보는 근대’까지 다채롭고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만날 수 있다.

 

“푸른사상 봄호”
 
푸른사상에서는 차별금지법 이슈에 관한 특집을 마련했다. 명숙, 이종걸, 조혜인, 홍성수 활동가의 좌담을 통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살펴보며, 이호림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져올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문종필 평론가는 이선관, 송병곤 시인의 시를 통해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아픔과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백무산, 고은진주, 김정인, 박설희, 박은주, 손택수, 송경동, 안준철, 오주리, 윤중목 등 10명 시인의 신작 시와 이사람, 이상인의 신작 동시가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이혜원 교수의 「한국시의 심상지리」, 임동확 교수의 「생성의 미학」 기획 연재도 지면을 풍성하게 꾸미고 있다.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는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김수영 시인의 창작배경에 얽힌 경험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학산문학 봄호”
 
인천의 지역 문예지 학산문학은 기획특집 ‘아무것도 하지 않음’ 코너를 마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을 조명한다. 신이인 작가는 ‘가만히 두세요’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사회가 요구하는 삶과 진정한 자신의 삶 사이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이외에도 권누리, 권정운 시인을 비롯하여 14명 시인의 신작 시와 김진초, 변미나 작가의 소설, 서부길, 신순자 작가의 수필, 신정민, 김바다, 손성란 작가의 동화와 동시 또한 실려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문학수첩 상반기호”
 
문학수첩은 지난 호에 이어 이번 상반기호에서도 고전 미술 작품들과 함께 ‘서양 미술과 문학의 관계’라는 주제를 다룬 미술사가 이연식의 산문으로 시작한다.
 
‘문학, 철학, 예술을 아우르며 지금 우리의 현실을 분석함으로써 인문학이 나아갈 사회적 역할을 진단한다’는 문학수첩의 편집 의도에 따라, ‘특집 1’에서는 권성우 교수가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도 출간 도서와 작가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특집 2’에서는 임옥희 교수가 ‘SF가 어떻게 페미니즘과 연계됐는지에 관해 각각 총론과 각론을 선보인다.
 
김지연, 문진영, 손홍규, 윤대녕, 정진영 작가의 단편소설과 이순원 작가의 연재소설 <박제사의 사랑> 3회가 실렸으며, 소설가 구효서는 ‘창작 노트’에서 중편 <풍경소리(2016)>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풀어놓는다. ‘이번 호의 추천작’에서는 문학평론가 유성호가 소개하는 두 편의 ‘어른 동화’ <어린 왕자>와 <갈매기의 꿈>을 다시 읽어보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지윤은 2021년에 발표된 소설들의 경향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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