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문학아카데미, 심산문학진흥회, 금요포럼이 주최하는 이승하 중앙대학교 교수의 강연회 “동심의 세계를 그린 동시의 재미”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2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서 이승하 교수는 한국 동시의 기원과 역사, 의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정지용, 윤동주 시인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교수는 1908년 <少年> 창간호에 실렸던, 바다가 소년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의 최남선의 신체시 ‘海에게서 少年에게’를 동시 역사의 기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1925년 무렵까지는 창가조의 동요가 대세”였지만, “손진태가 ‘옵바 인제는 돌아오서요’(1926, <어린이>)를 동시라는 장르명으로 발표하면서 동시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국문학에서의 동시의 탄생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매월당 김시습, 조선 중기 문신이자 의병장이었던 강항, 선조와 광해군 때의 문신 박엽 등의 작품을 예시로 들며 “한시에서도 동시의 기원으로 삼을 만한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근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두 시인, 정지용과 윤동주의 동시 작품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조선의 두 시인 정지용과 윤동주는 일본 교토의 도시샤 대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윤동주 평전을 쓴 송우혜 작가에 따르면 윤동주는 평소에 정지용의 시집을 들고 다니며 탐독했다고 한다. 그렇게 정지용의 영향을 받은 윤동주는 ‘쉽게 씌어진 詩’라는 작품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그가 죽고 난 뒤 1947년, 당시 경향신문사에 재직 중이던 정지용이 지면에 소개하면서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현재 도시샤 대학교 캠퍼스의 한켠에는 이렇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은 두 시인의 시비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 교수는 정지용 시인이 <신소년> 1927년 6월호에 발표한 ‘해바라기 씨’를 두고 “장난꾸러기인 화자의 성격을 잘 살려 썼고 내용이 무척 해학적이다”라며 “정지용 시인을 현대 동시의 시발점에 있는 이로 간주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 중간중간 들어간 정지용의 시집을 두고 “한국시문학사상 아주 희유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윤동주 시인의 동시에 대해서는 “이향(離鄕)의 쓸쓸함과 경제적 빈곤”이 주요한 주제라고 설명하면서 “비록 동시이기는 하지만 동시대에 나온 어떤 시 작품에 못지않은 현실비판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윤동주의 동시에 나오는 어린이는 해맑고 천진하기보다는 쓸쓸해 하고 아파한다. 세상 풍파에 갖은 고난을 겪는다는 점에서 시적 자아는 차라리 어른 쪽에 가깝다”며, “어린이도 읽고 어른도 읽을 수 있는 동시를 실현했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회를 진행한 이승하 교수는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생명에서 물건으로> 등을 썼다. 2002년 제2회 지훈상, 2005년 제13회 중앙문학상, 2008년 제13회 시와시학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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