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낭독회 모습
사진= 낭독회 모습

 

시인 구상과 화가 이중섭의 우정을 그린 낭독극 <사랑하기에 나는 미친다>가 양재동 크리스비에서 열렸다. '사랑하기에 나는 미친다'는 이승하 시인의 동명의 시이기도 하다. 이승하 작, 연출은 임주희가 맡았다. 이중섭 역은 라재웅이, 구상 역은 이성원이 각각 맡았다.

 

꿈꾸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꿈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돈이 없어서 배표가 없어서

-<사랑하기에 나는 미친다> 일부

 

이 낭독극은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시대에 맺어진 두 예술가를 우정을 그리고 있다. 이승하는 저승과 현실을 넘나들며 우리를 구상과 이중섭의 생전의 모습으로 이끌고 간다. 연극은 제국의 시대와 독재의 시대를 관통한다. 관동대지진과 태평양전쟁과 친일파 득세의 시대, 광복 후 이승만 정권하의 필화사건, 유신시대까지 이야기는 간단치 않은 역사를 훑으며 그 시대를 살았던 두 예술가의 삶으로 파고든다.

이중섭은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나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를 들어갔다. 이후 도쿄제국미술학교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다 문화학원 유화과로 옮긴다. 그곳에서 야마모토 마사코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둘은 원산에서 가정을 꾸렸으나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결국 아내는 영양실조가 되었고 두 자식을 데리고 일본으로 가게 돼 생이별을 한다. 이중섭은 그 뒤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병을 앓다 나이 마흔이 되던 해에 죽고 만다.

 

낭독회가 끝나고 이승하 작가가 출연자들과 함께. 사진 촬영= 이민우

 

 

이중섭은 죽기 전 1955년 서울 미도파백화점화랑에서 구상의 주선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가 성공하면 일본의 아내와 자식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발가벗은 아이들을 그린 그림들이 춘화라고 오해를 사 풍기문란죄로 철거 명령을 받고 만다. 이중섭의 1955년 작 ‘시인 구상의 가족’은 세발자전거를 탄 구상의 아들을 통해 자신의 꿈꾸었던 가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중섭은 일본으로 돌아가 자식에게 자전거를 사주는 것이 꿈이었다. 공연은 이런 두 사람의 인연을 꼼꼼히 그려낸다. 생애를 훑으며 지나가는 이야기는 이승과 저승을 수시로 뛰어넘으면서 관객과의 거리를 조절한다.

두 차례 공연한 이날 행사에는 50여명의 관객이 카페 자리를 가득 채웠다. 이승하 작가는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시를 가르쳐주신 스승에 대한 보은의 자리이기에 공연 비용을 자신이 댔다고 이야기했다. 대학로에서 정식으로 올리고 싶은데 "아직 후원자가 없어 제작에 착수하지 못해 낭독극 공연을 했고, 영화화도 하고 싶은데 후원자가 없어서 난항을 겪고 있다"며 관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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