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넘어 웹소설 시장까지 갉아먹는 토끼들
현실적으로 막을 방안은 과연 있는가?

밤토끼의 공식 트위터에 업로드되어 있었던 프로필 사진.
밤토끼의 공식 트위터에 업로드되어 있었던 프로필 사진.

웹툰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밤토끼’는 국내 최대의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였다.
밤토끼는 유료로 결제해야만 볼 수 있는 웹툰을 불법으로 공유하여 접속자를 모으고, 성인 혹은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수주하는 수법으로 대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합법적인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가 기록했던 일일 1720만 트래픽을 3배나 뛰어넘은 곳이 바로 밤토끼였다.

그러나 2018년 5월 23일, 국내 최대의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가 폐쇄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운영자는 경찰에 체포되었으며 캄보디아로 도주하였던 공범들은 지명수배가 되었다. 

밤토끼의 불법 공유로 인한 국내 웹툰 시장의 총 피해액은 연 2.4조원으로 집계되었으며, 밤토끼 폐쇄 이후 웹툰 플랫폼 투믹스의 매출이 30% 급등하는 등, 불법 웹툰 공유가 얼마나 컨텐츠 시장에 해악을 끼치는 지 반증하는 사례가 되기도 하였다.

뒤이어 일본 만화를 번역, 불법으로 유통하던 유사 사이트 ‘마루마루’와 ‘마나스페이스’가 폐쇄되었고, ‘장시시’는 아예 운영자가 검거되어 사라짐으로써, 2018년 불법 웹툰 공유의 역사는 그대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뉴토끼의 로고.
뉴토끼의 로고.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해 12월에 유사 사이트 ‘뉴토끼’가 개설됨으로써 불법 웹툰 사이트는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2022년 현재 이와 같은 웹 콘텐츠 불법 공유 사이트는 '마나토끼', '마나보자', '일일툰' 등 현재 100여개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지난 7월 5일에는 ‘북토끼’라는 사이트가 개설되었다.  북토끼는 뉴토끼의 자매 사이트로, 웹소설만을 불법으로 도용, 업로드를 하는 곳이다. 이로 인해 웹소설 업계에도 적색 경보가 켜졌다.

 

뉴토끼의 운영자가 개설한 북토끼의 메인 홈페이지.
뉴토끼의 운영자가 개설한 북토끼의 메인 홈페이지.

사실 웹소설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웹소설뿐 아니라, 종이책 장르시장 시절부터 ‘텍본’이라 불리는 .txt 파일 형식으로 웹하드 등지에서 유통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 새로 생겨난 '뉴토끼'는 최신 웹소설을 신속하게 업로드하는것은 물론, 그 규모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대적이다.

자사의 작품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피해를 겪은 <고렘팩토리> 성상영 대표는, “북토끼는 갓 오픈하여 아직 인지도가 없지만, 더 성장하게 된다면 문피아,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등 기존의 웹소설 플랫폼들은 전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리 나름대로도 자구책을 마련하겠지만,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소속 윤용한 과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문체부는 경찰청과 함께 웹툰 불법 사이트에 대해 해외 경찰 기관에 국제 공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토끼’가 과연 ‘밤토끼’처럼 운영자를 처벌하고, 사이트를 폐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런 불법 사이트들의 서버는 주로 남미나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지를 옮겨다니며 설치된다. 
이런 지역의 수사기관들은 치안력도 부족하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낙후된 사회이기 때문에, 중범죄가 아닌 이상 수사 협조에 미진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때문에 한국의 수사당국이 현지 수사기관에 공조를 요청해도 협조는 진척이 없는 상태이며, 이러한 이유로 뉴토끼 등 7개의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가 수사중지가 된 상태이다.

왼쪽부터 웹툰 작가 마인드C와 전선욱 작가가 부산 경찰에게 보낸 축전
왼쪽부터 웹툰 작가 마인드C와 전선욱 작가가 부산 경찰에게 보낸 축전

밤토끼의 검거 역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이루어졌다. 
밤토끼의 서버는 미국에 서버를 두고 캄보디아에서 업로드가 되고 있었으며, 수사가 시작되자 벨리즈와 동유럽 등 치안이 낙후된 곳으로 서버를 옮겨다녔다. 그러나 밤토끼에서 운용하던 인천의 테스트 서버와 대포통장이 실마리가 되어, 결국 부산 경찰은 밤토끼의 운영자 허 모씨를 특정, 추적 끝에 검거할 수 있었다. 

게임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의 유통망 스팀(좌), 오리진(우)

컨텐츠 불법 공유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장을 좀먹고 나아가 창작자들의 의욕을 꺾는다.
한때 와레즈, 토렌트 등의 불법 공유로 신음하던 게임 업계는 스팀, 오리진 등의 게임 소프트웨어라는 유통망을 갖춤으로써, 보안성을 회복하며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웹툰과 웹소설의 불법 공유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관련 업계인들의 한숨만을 더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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