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봄이 지나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늘 그렇듯 맑은 날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비 오는 날은 길다. 이런 날에는 시원한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독서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여름을 맞아 찾아온 문예지들을 둘러본다면, 후덥지근한 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문잡지 《한편》 : 제 8호 ‘콘텐츠’

콘텐츠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웹툰이나 드라마를 떠올릴 수도, 어떤 사람들은 미디어라는 단어와 헷갈릴지도 모른다. 사실 학계에서도 과거에는 콘텐츠와 미디어를 엄격하게 구분했지만, 스마트-멀티미디어 시대로 넘어온 지금은 그 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 미디어 시대,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시대를 맞이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모바일, TV, 사물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이미 거대한 콘텐츠의 홍수를 맞이하였다.
 
㈜민음사의 인문잡지 《한편》은 바로 그 콘텐츠에 대해 다룬다.
콘텐츠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부터 시작해서, 유튜브와 같은 1인 콘텐츠, 콘텐츠를 둘러싼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슈,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자로써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들에 대해 다양한 논평이 《한편》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엄브렐라》 : 젊은 시인들과 기후 문제
 
작년 이맘때 창간된 《엄브렐라》는, 송진 시인이 부산에서 세운 출판사 ‘목엽정’에서 펴낸 문예지이다. 봄·여름호와 가을·겨울호로 나뉘어 1년에 두 번 세상에 선보이는 문예지이지만 그 내용은 알차다.
 
문예지 엄브렐라는 주로 신작 시를 소개하고 있지만, 소설과 영화평론 또한 수록해 놓는다. 또한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창작 아카데미, 송진 시인이 직접 연재하는 시 창작법도 볼만하다.
 
이번 엄브렐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특집은 바로 신예 임지은 시인에 대한 소개와, 시와 기후를 엮어낸 자유기고가 이정현의 특집기사다. 기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엄브렐라다운 특집이다.
 
그 밖에도, 부산에서 많은 시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故 유병근 시인의 시와 추모기사가 특집으로 실렸다.
 
 
《학산문학》 여름호 : 기획연재의 힘
 
문예지 학산문학에서 눈길을 끄는 특집은 바로 신춘문예 신진 특집이다.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던 진청림 평론가는 <부귀영화 전성시대>를 통해,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과 가상의 간극,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려지는 자본주의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마찬가지로 금년 동아일보 평론 부문에서 당선된 최선교 평론가는, 시인 유희경의 작품들을 다루며 <역사로서의 시 쓰기>라는 평론을 펼친다.
 
기획연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천을 대표하는 아동문학 작가, 소설가 강정규 씨의 문학특강 코너가 마련되었다. 「작법은 없다」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으로 시작한 강 작가의 문학특강은, 창작과 글쓰기에 대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풀어냈다.
 
「인천愛 공간을 수놓다」 코너를 통해서는 인천의 명소를 소개한다. 시인 김박은경 씨가 직접 탐사하고 글로 풀어낸 인천 우각로 일대에서부터 배다리골까지(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 ~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동 일대)의 정경과 그곳에 얽힌 사연들을 이야기한다.

《계간 미스터리》 : 미스터리 장르, 해외에서는 어떤가?
 
무더운 여름을 서늘하게 만들어줄 계간 미스터리가 돌아왔다.
늘 그렇듯 계간 미스테리는 각종 추리와 스릴러, 이를 통합한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수록해놨지만, 미스터리 장르에 관심이 많은 문학인들이라면 「세계 미스터리 흐름과 현재」라는 특집기사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미스터리 장르가 흥행하는 시장이라면 단연 영미권과 일본을 들 수 있다. 「세계 미스터리 흐름과 현재」에서는 영미권 시장과 일본 시장의 현황과 형성, 흥행 요소를 다루며, 전성기를 맞이한 한국 미스터리 장르계와 비교하여 전망을 예측해 보는 흥미로운 기고가 실렸다.
 
또한 「미스터리란 무엇인가」라는 테마로 기획된 칼럼에서는 한국식 누아르와 남성적 멜로드라마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계에서 그 수요가 많지는 않으나 꾸준히 제작되는 장르에 대한 고찰을 주목할만하다.
 
 
창간 100주년을 맞은 문예동인지 《백조》
 
《백조》는 배재학당과 휘문의숙(現 휘문중·고등학교의 법인재단) 출신의 젊은 문인들이 만든 문예 동인지다. 창간된 연도가 1922년으로 깊은 역사를 자랑하며,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창간 100주년 답게 이번 특집은 ‘백조 100주년 전시 소개’로 시작한다. 노작 홍사용 문학관에서 열린 기획전시 “백조 시대에 남긴 여화”를 소개하며, 일본 제국 치하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이 어두운 현실에 맞서 문학의 역사를 그려나간 전시회라 설명하고 있다.
 
또한 노작(露雀) 홍사용 선생의 문사적 기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며, 그의 이름을 딴 ‘노작 홍사용 문학관’의 역사와 그에 담긴 문인들의 기상을 소개하는 점이 볼 거리이다.

 

《문학인》 : 문학은 이 시대에 무엇을 묻는가?
 
故 김지하 시인의 추모로 시작하는 이번 계간 《문학인》 여름호는, ‘문학이 동시대에 건네는 질문’이라는 특집을 마련하였다.
 
‘레거시 문학과 현실 감각’에서는 현대 문학의 경향을 다룬다. 문학평론가 오길영 씨는 본 기고를 통해 컨텐츠로써의 웹소설과 문학 플랫폼, 노동문학과 페미니즘 문학의 양상, 기후 위기와 문학적 대응, 작가 양성 시스템 등 전반적인 한국 문학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김지윤 씨는 ‘소리의 입구, 시의 출구’를 기고하며 시를 통해 현대 시문학에 대해 되짚어본다. 시라는 종류의 문학이 뉴 미디어 시대를 맞아, 구술적 문학이라는 특유의 요소를 바탕으로 새로운 컨텐츠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문학평론가 안서현 씨의 ‘청자의 사서학’은 허구적 산물인 소설 속, 서술이라는 장치에 대해 고찰한다. 1인칭, 3인칭 서술이라는 작중 시점과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 속 화자가 청자로써 어떤 위치를 가지는지, 어떤 가변성을 취하는지에 대해 논한다.

 

《푸른사상》 여름호 : BTS가 여기서 왜 나와요?
 
《푸른사상》 여름호는 ‘BTS와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이목을 끌었다. BTS,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방탄소년단이다. 세계에서 인기를 끌어모으는 초 거대 아이돌 그룹과 문예지가 대체 무슨 상관일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시는 곧 노래와도 같다. 한때 비틀즈의 명곡 가사가 <비틀즈 시집>으로 엮여 나온 적도 있고, 밥 딜런의 노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만큼, BTS의 노래를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이다.
 
한겨레의 문화부 기자 정혁준은 <BTS 노래에 실린 문학의 향기>라는 기고로, 방탄소년단 노래에 실린 가사들을 시문학에 대입하여 해석하였다.
 
또한 시인 김응교는 <성장 이야기, 「아몬드」와 「데미안」 그리고 BTS>라는 칼럼을 게재하였다. 인기 소설인 아몬드, 그리고 데미안은 전형적인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인문학 고전의 구절이 많이 등장하는 BTS의 노래 가사에서 짚어낸 ‘성찰’이란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태주 시인이 쓴 <아미 님들에게>는,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MRY)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나 시인이 본 BTS의 가사와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가 실려 있으니, 방탄소년단 팬들이라면 흐뭇하게 읽을 수 있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22년 신인문학상 발표
 
계간 《문학과 사회》는 계간지를 통하여, 제 22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발표하였다.
올해는 전 부문에 당선자가 있다고 밝힌 문학과 지성사 측은, 계간지를 통해 당선자 명단뿐 아니라 당선작, 심사 경위, 심사평을 밝혔다.
 
시 부문에서는 차현준 시인의 「당귀 방」 외 4편이 수상하였다.
소설 부문에서는 주이현 작가의 「녹지 않는 슈가 크래프트와 블루의 도시」가, 평론 부문에서는 최다영 평론가의 「지옥에 깃든 응시, 공백을 확장하는 시(詩)—김복희론」이 당선되어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실려 나왔다.
 
그 외에도 미국의 문학 평론가이자 철학자인 프레드릭 제임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는 그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는 것이 볼거리다.

《문학동네》 : 반지성주의 시대의 문학이란
 
계간 《문학동네》의 여름 호는, 지난 대선과 지선을 거치며 변화된 한국 정치지형과 그 아래에서 들끓은 사회적 이슈들을 조명한다.
 
두 선거에서도 쟁점이었던 ‘혐오’라는 키워드가 바로 이번 특집에서 주목한 지점이다.
인문학자 김항 씨는 <혐오, 광주, 그리고 유신체제 – 지금 한국에서 국민 혹은 시민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여론이 뒤집히는 광풍과 혐오로 치환되는 지역에 기반한 정치지형을 조명했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는 <청년은 없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청년층의 불행과 불안에 대해 되짚으며,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정치권에 대해 논평하였다.
 
또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구자준 교수는 <혐오는 어떻게 공정의 언어로 발회되는가 - ‘청년 세대 남성’의 자기 서사와 그 의미>를 통하여, 청년 남성들은 혐오에 경도되어 있다고 비판하였고, 이연숙 퀴어문화 비평가는 <퀴어-페미니스트의 ‘돌봄’ 실천 가이드>를 발표하였다.
 

《창작과 비평》 여름호 – 문명의 전환과 문학
 
출간 예정인 《창작과 비평》 여름호의 테마는 ‘문명전환의 세계감각과 문학’이다.
문학평론가 송종원 교수는 <돌봄은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라는 칼럼을 기고하여,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일수록 ‘돌봄’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하며, 돌봄의 가치를 되짚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외에도 <기후위기가 문학에 던지는 물음>, <(비)인간의 자리로부터>, <다시 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 등의 칼럼들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 문명 속에서 문학의 역할에 대해 돌아보는 코너가 마련되었다.

월간 《현대문학》 7월호 : ‘현대문학’에서 SF를?
 
한국 문학계에 불고 있는 SF 열풍이 7월의 내리쬐는 햇빛만큼이나 뜨겁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월간 《현대문학》이 이번 7월호와 8월호에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와 콜라보 기획을 선보인다. 이번 7월호에는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 외에 곽유진, 김정혜진, 문이소, 박문영, 이산화, 이종산, 이하진, 전혜진, 황모과 총 열 명의 SF 작가의 작품이 실렸다.
 
이외에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에 문진영 작가의 소설 “딩”이, 유종호 문학평론가의 에세이 “무서운 결탁-엄혹한 현실에 대하여” 등이 실렸다.
 
 
 
《청색종이》 여름호 : ‘뉴 노멀’ 사회에서 시란?
 
정보 혁명과 기술 혁신은 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그것이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들어오게 됐다. 이번 《청색종이》 여름호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에게 제기된 일상성과 뉴 노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를 시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최진석 평론가는 ‘노멀 이후의 노멀’이라는 글에서 뉴 노멀의 사회생태학에 대한 시적 탐문을, 박다솜 평론가는 ‘‘살자’의 범람과 사랑이라는 최소한’이라는 제목으로 코로나 이후의 시와 시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poem people(시인들)》 여름 창간호
 
올해 2월 창립된 인천시인협회가 전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와 비평 전문 문예지 《poem people(시인들)》을 펴냈다.
 
이번 창간호에서 《poem people》은 특집으로 ‘시와 비평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동진, 김유석 평론가의 글을 통해 《poem people》이 시와 비평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을 엿볼 수 있다.
 
시 전문지답게 풍부한 시와 시 비평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24명 시인의 작품 총 48편과, 김네잎, 임경남 시인 등 5개 시집의 평론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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