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송희 에디터 작업
사진= 한송희 에디터 작업

 


“왜 여자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설마 나 여자 좋아하나? 드라마나 영화 보면 이럴 때 주인공은 충격에 휩싸이며 혼란스러워하고 아니야, 아닐 거야,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리던데 나는…… 기뻤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본문 중에서

레즈비언 딸과 이혼한 엄마, 바이섹슈얼 둘째딸, 그리고 중성화한 암컷 고양이. 한소리 작가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거침없이 밝힌다. ‘내가 남의 눈치를 볼 바에야 남이 내 눈치를 보게 만들겠다’는 작가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는다. 한소리 작가의 이야기가 생동감 넘치고, 공감하기 쉬운 이유다.

엄마와 두 딸, 세 여자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우울증을 앓던 작가는 엄마에게 “사랑해” 라고 문자를 보내면 바로 전화가 걸려 온다. 혹시 마지막 유언이 아닐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잘 산다’. 날씨 좋은 봄날, 수업을 땡땡이 치고 교수님에게 당당하게 ‘날씨가 너무 좋아서 수업에 빠져야겠습니다’ 라고 문자를 보냈던 에피소드처럼, 한소리 작가의 가족 이야기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특별하고, 그렇게 특별한 ‘우리끼리도 잘 살아’가는 이야기다.

뉴스페이퍼는 한소리 작가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한소리 기획자와 함께 사는 고양이 디디의 앞발 [사진 = 김보관 기자]<br>
한소리 기획자와 함께 사는 고양이 디디의 앞발 [사진 = 김보관 기자]<br>

 

질문 01
작가님께서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으셨다고 책에서 고백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님이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작가님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선언의 형식으로 고백한 건 아니었습니다. 우울증에 걸렸을 때, 저는 제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지 못했고 끝까지 부정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너 우울증 아니야?”라며 검사를 권유했을 때에도 그랬습니다.  부정기는 약 1년 정도였습니다. 저는 우울증을 앓는 것, 그리하여 신경정신과에 내원하여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컸어요. 당시 우울증을 앓으면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말을 주워 듣기도 하였고, 부모나 친구에게 말해도 “니가 무슨 정신병자냐”며 안 좋은 말만 들었거든요. 부정을 하는 기간동안 제 상태는 훨씬 악화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더는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병원에 다니게 되었어요. 

외로웠습니다. 제 주변에 저와 비슷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당연히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고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래 우울증을 앓는 제게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우울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저뿐이라면서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들어야 했던 말을 해주자.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고 격려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제게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은 더 불어났고, 저는 저처럼 부정기를 겪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더 이상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이 ‘특이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당당하게 밝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시선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다만 우울증을 앓는 ‘나’와 ‘우리’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걸, 혐오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지극히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마음보다 더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저를 ‘우울증을 앓는데도 불구하고’ 당당한 사람 혹은 자신감이 넘치고 멋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그 후로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선언하자. 내가 평범함의 기준인 것처럼.”  

웹진 “아는사람” 한소리 기획자 [사진 = 김보관 기자]<br>
웹진 “아는사람” 한소리 기획자 [사진 = 김보관 기자]<br>

 

 

질문 02
평소 SNS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시는 것 같습니다. SNS에 올리신 글과 댓글을 책에 옮기시기도 했는데요, 책과 SNS, 각자 글쓰기에 있어서 작가님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SNS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시는 것 같습니다. SNS에 올리신 글과 댓글을 책에 옮기시기도 했는데요, 책과 SNS, 각자 글쓰기에 있어서 작가님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SNS 중독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일상을 SNS에 실시간으로 업로드하고 기록하고 있거든요. SNS 게시글과 책을 쓰는 것에 있어서 매력의 차이를 말해보자면, SNS는 ‘찾아오는’ 것이고, 책은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먼저 SNS는 내 공간-계정-이 정해져 있고, 그것은 제가 집 안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희 집으로 찾아와 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요. 

반대로 책은 제 집을 팔기 위해 이곳 저곳을 다니며 분양 홍보하는 영업원이 된 기분입니다. 제가 손님을 찾아다녀야 하죠. 그렇게 해서 제 집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제 집에 들어와 독자가 되는 것이고요. 설명이 너무 모호한가요? (웃음)  
 

질문03
끝으로 뉴스페이퍼 독자들에게 전달하거나 못하신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내용을 입력하세요.

<우리끼리도 잘 살아>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대체로 재미있고 멋진 삶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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