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절망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우리는 때때로 문학가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물론 작품을 통해, 그리고 작가의 행적을 취재한 뉴스기사를 통해 그의 삶을 추적하고 작품을 곱씹으며, 어느 정도 작가의 사고회로를 유추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의 영역일 뿐이다.
 
생선구이와 생선회의 맛이 다르듯, 허구가 덧씌워진 소설과 은유·함축이 뒤섞인 시로써는 작가의 본의를 진정으로 느끼기는 힘든 법이다. 때문에 유명 작가의 팬들은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독자에게 내어주는 수필, 에세이의 출간을 은근히 기다리기도 한다.
 
소설을 즐겨 읽는 이들에게 ‘하창수’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청산유감」으로 등단, 「철길 위의 소설가」, 「지금부터 시작된 이야기」, 「천국에서 돌아오다」 등 다작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며, 故 이외수 작가와의 대담집 「먼지에서 우주까지」로 화제가 된 이름이다.
 
또한 해외 문학을 즐겨 읽는 독서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해외 문학은 번역가에 따라 그 뉘앙스가 달라지기 마련이기에, 번역가가 누구냐를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창수 작가는 번역가로써도 활약하여, 현대문학사에서 발간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프랜시스 스콧 피츠 제럴드」와 같은 해외 유명 소설가들의 고전작품집을 번역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 와중에 하창수 작가가 청색종이를 통해 에세이를 펴냈다. 『인생』이라는 담백한 제목이다.
얼핏 들으면 하 작가의 인생을 줄줄히 나열하고, 어떻게 고생했고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하는 내용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명료하게 규명해보려 애써왔던 날들의, 일기와도 같은 산문”이라던 하 작가의 말처럼, 『인생』은 그의 삶에 얽힌 서사가 아닌, 그 서사를 지나오며 해왔던 사유(思惟) 그 자체로 가득 차 있다.
 
문학도를 지망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작(多作)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또 전업 작가로써 고민할 부분 역시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힌트가 될 지도 모른다.
 
“...글이란 걸 직업적으로 쓰는 일을 하고 난 뒤, 내가 한 일은 분명하고 명백하게 관념으로서의 언어로 현실을 조직하고 직조하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진정으로 꿈꾼 것은 언어로부터의 탈출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본문 중, ‘적막한 언어’ 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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