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이 시인의 유고시집 ‘캣스크래치’가 출간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스크래치로 가득한 세계를 그로테스크한 부정형의 언어로 그려 낸 시집이다.

백설이 시인은 1996년 태어났다.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입학해 매거진 (K-Arts),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문학적 기량과 함께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도 있었지만 지난 4월 스물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 ‘캣스크래치’에는 수백 편의 유작들 중 45편의 작품이 실렸다.

그의 스승이었던 안희연 시인은 이번 시집을 “김언희, 실비아 플라스. 앤 섹스턴 같은 이름들 곁에 나란히 놓아도 부족함 없을 만큼 당당하고 파워풀한 시집”이라고 평했다. 이영주 시인 또한 “나는 이제 ‘백설이라는 시’의 새로운 장르를 얻게 되었다”고 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세계에 대한 시인의 비극적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시편들과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그리고 현실과 단절된 세계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시편들이 담겨 있다.

 

시인에게 시란 자기 자신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시인은 자신의 에세이 “풀려나는 존재, 운동하는 가능성 – 시와 리듬”에서 “내가 시를 쓰는 것이 아니고 시가 나를 쓰고, 내가 목격한 세상을 쓴다”고 고백했다. 이영주 시인 또한 그와의 수업에서 미적 거리를 두면 좋겠다는 자신의 조언에 “선생님, 저는 이 세계 안에 들어가 있는데요? 미적 거리 따위가 진실을 말할 수 있나요”라 답했다고 회고했다.

25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생애라기엔 너무나 짧지만, 시인이 남긴 ‘시인 그 자체’인 이 시집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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