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파티뇨가 참여한 네마프2022 공식포스터.(사진=네마프)

로이스 파티뇨(Lois Patiño)는 아마도 풍경을 가장 급진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예술가 중 한 명일 것이다.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운 풍광이 있고, 빛이 있고, 바다와 바람이 있고, 광활한 땅이 있다. 인간 중심의 시선이 아닌 자연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펼쳐진다.

8월 18일~8월 26일까지 개최된 제22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2022)에서는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전작품이 ‘작가특별전’으로 초청상영되었다. 

그의 단편영화 <그림자의 산>은 오버하우젠 국제 단편영화제(독일),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프랑스), 부쿠레슈티 국제실험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았으며, 장편영화 <죽음의 해안>은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자연을 프레임에 독특하게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시네필에게 주목받고 있으며 이번 네마프 상영에서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관객과의 토크부터 그의 영화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까지 바쁘게 네마프 일정을 보낸 로이스 파티뇨 감독을 만나 근황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국에 오랜만에 오셨을텐데 전과 달라진 분위기가 있는지?
몇 해전에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 행사로 와보고 이번이 세번째 한국 방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다들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 달라졌고, 스페인은 아직 극장으로 관객들의 발길이 오지 않고 있지만 서울은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좋은 작품들을 관람해주고 있어 너무 분위기가 좋다고 느꼈다.

로이스 파티뇨 <이미지의 층>(사진=네마프)

- 올해 네마프2022의 주제는 ‘자연은 미디어다: 작용’. 네마프2022의 공식 포스터와 트레일러 작업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는지?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주류 영화, 상업 예술의 경우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만 ‘자연’을 보고있어 이를 보다 넓은 개념으로 확장해 모든 자연적 존재들을 탈권위, 역동적 시선으로 관객들과 함께 바라보려고 했다. 포스터와 트레일러 작업을 하면서 풍경 속에 손, 새가 등장하고 깊은 골과 해변의 모래, 날갯짓 등으로 허공에 선을 그어 추상적인 느낌이 들지만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담아보았다.

- 한 평론가는 ‘로이스 파티뇨의 작품은 회화가 영화로 펼쳐진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회화가 당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는지?
나의 작품 세계는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추상화가셔서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랐다. 특히 아버지는 컨템포러리 이미지에 대한 책도 출간하셔서 동시대의 이미지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시나 예술이 이미지를 통해 어떻게 우리의 사고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려주시곤 하셨다. 부모님이 미술 또는 그림이라는 매체로 탐구를 하셨다면, 이의 영향을 받은 저는 영화와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탐구와 예술적인 사고를 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그림자의 산>, <붉은 달의 조류>, <죽음의 해안> 등 작품이 모두 자연, 풍경을 다루고 있다. 자연을 주로 다루는 이유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영화를 함께 전공했다. 심리학을 통해 인간이 가지는 사고의 과정, 사고 방식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자연이 보여주는 광대하면서도 숭고한 경험은 내 사고의 전환과 함께 굉장히 강렬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연을 통해 시간이 마치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 시간의 개념을 재탐구하기도 한다. 또한 자연 속에 있다보면 정동의 움직임, 현실과 꿈, 죽음과 삶의 경계도 끊임없이 탐구하게 된다.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기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내 작품에 중요하게 반영되고 있다.

<붉은 달의 조류>는 스페인 갈라시아 해안의 풍경과 함께 신화와 전설을 엮어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고, 단편 <붉은 해>, <이미지의 층> 등의 작품에서는 풍경은 움직이지만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를 사용해 자연 속에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에 대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사진=네마프)

-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 <죽음의 해안>에도 풍경과 함께 어떤 탐구적 요소가 들어가있는지?
<죽음의 해안>은 스페인 갈라시아 지역에 실제로 있는 해안으로, 이 드라마틱한 이름은 그간 발생했던 수많은 난파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죽음의 해안’은 나에게 신화적인 장소였다. 그 곳을 묘사하는 어휘들을 접하며 그 느낌은 점점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그 장소를 세상의 끝, 또는 죽음과 연결시키는 개념이었다. 난파선의 역사는 거기에 불가사의한 아우라를 더했다. 그렇게 지역사람들에 의해 구전되어온, 역사와 전설이 섞여 있는 기록이 영화로 탄생되었다. 

- 영화관에서의 상영 뿐만 아니라 갤러리, 박물관 등에서의 전시도 고려해 작업하는 이유는?
초기작부터 영화 또는 영상예술 작업을 할 때 극장 상영과 갤러리, 박물관과 같은 공간에서도 상영할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든다. 공간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효과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경우에는 관객의 몸이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맞춰 스크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갤러리 같은 공간에서는 좀 더 관객들이 주도적으로 자기 몸과 자신의 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볼 수 있으며 언제든지 공간을 떠날 수 있다. 영화와 예술의 경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 향후 계획이나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지?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아서 공동제작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며 내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엄 공개로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16mm로 촬영을 했고 총 3파트로 이뤄져 있다. 라오스의 10대 승려를 다루고 있는 반다큐멘터리 반픽션 파트, 탄자니아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파트, 사색적이며 명상적으로 영화세계를 이어나가는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내년에도 이 작품으로 한국에서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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