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지아
사진=정지아

 

지난 9월 2일 발간된 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출간 1주일여 만에 중쇄를 거듭해 5만부에 이르는 제작부수를 기록하며 유난히 침체된 문학시장에 힘찬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연간 제작부수 5만부 넘는 책이 거의 사라진 요즘 상황에서는 경이로운 성과다. ‘본격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 시작 전에 입소문만으로 이뤄낸 성과라 더욱 뜻깊은데,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의 욕구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라 할 만하다. 특히 제작과 유통이 중단된 추석연휴 중에는 온라인서점을 중심으로 며칠간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는데 이 책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차에서 웃으며 울며 읽느라 누가 볼까봐 겁이 났다”는 유시민 작가의 추천도 화제다. 지난 10일, 유 작가는 인터넷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올해의 책’으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선정하며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같은 유쾌한 후일담 문학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은 『남쪽으로 튀어』보다 열배쯤 재미있고 열배쯤 진지하고 열배쯤 느낌이 강하다”라며 찬사를 마지않았다. 탄탄한 작품성에 더해, 유수의 언론 및 인플루언서의 연이은 추천에 힘입어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모든 온라인서점 종합 순위 최상위권(9월 14일 현재 알라딘 종합 2위, 예스24 종합 5위, 교보문고 인터넷 종합7위)에 랭크되어 있다.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인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대작의 면모로 가득하다. 이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정지아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인기 비결은 묵직한 주제를 가벼운 필체와 유머로 풀어내는 소설 본연의 ‘재미’에 있다. 김미월 소설가는 “소설을 읽고 운 것이 얼마 만의 일인가. 빨려들듯 몰입하여 책 한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것은 또 얼마 만인가”라며 추천사를 시작했는데, 이와 비슷한 감상이 온라인 댓글란에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다. 
정지아 작가가 작년에 펴낸 『자본주의의 적』(창비 2021)도 동시에 화제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어가며 세태의 흐름을 정밀하게 포착해낸 이 책은, 수록작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의 김유정문학상 수상으로 문학계에 ‘정지아의 귀환’을 우렁차게 알리는 역할을 한 바 있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한국소설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한다”는 평으로 『자본주의의 적』을 상찬했는데, “역사나 이념의 프레임으로 담아낼 수 없는 삶의 여러 곡절을 담담하게 그려냈다”(경향신문) “재미있다. 소설을 읽는 데 그 이상의 이유는 필요 없다”(씨네21) 같은 추천을 연이어 받으며 널리 문학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인정받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인기 이후 근작인 『자본주의의 적』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32년 전에 출간된 정지아의 첫 책 『빨치산의 딸』은 판매금지, 공안 당국의 기소 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화제였다. 그러나 여태껏 정지아는 그 사건에 가려 본인의 문학성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해온 면이 분명히 있다. 이제 정지아는 32년 전 당찬 패기에 더해,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다루는 관록과 독자의 웃음과 눈물을 모두 충족시키는 대가의 면모를 갖추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인기가 반짝하는 현상이 아니라, 한국 소설에 ‘스토리 중심’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리라 기대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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