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 이승석 

지난 28일 은평구가 주최하는 제6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 본상 및 특별상 수상작가 기자회견이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분단문학의 대표 문인 故 이호철 작가를 기리고 그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한 상이다. 매년 국적, 언어와 상관없이 인종, 차별, 폭력, 전쟁 등 문제를 문학적 실천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작가에게 상을 수여한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故 이호철 작가는 6.25 전쟁 중 월남하여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으로 실향민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대표적인 분단작가로 떠올랐고, 그의 작품은 1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은평구에서 50여 년간 작품 활동을 지속해 오다가 지난 2016년 별세했다. 주요 작품으로 ‘서울은 만원이다’, ‘남녘사람 북녘사람’, ‘판문점’, ‘소시민’ 등이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제6회 수상작가인 중국의 옌롄커 작가와 장마리 작가가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본상을 수상한 옌롄커 작가는 국가와 체제의 폭력에 저항하여 불이익에 대해 비판하는 작가로, 현대 중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두 차례 루쉰문학상을 받았으며 2013~2017년까지 매년 맨부커상 후보로 거명되는 등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돼 출판이 금지됐다. 주요 작품으로 ‘사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등이 있다.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선정위원장 이승렬 영남대 영문과 교수는 본상 선정 경위로 “옌롄커의 사설을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작품 속에서 체제 비판이 보편적인 양심의 목소리에 담겨져, 단순한 체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 문화혁명 시절 공산당 정부의 전체주의 체제가 개인 주체의 개별성을 허물어뜨리는 폭력성을 지녔는가를 장중한 서사를 통해 그려냄으로써 역사에 대한 문학적 재연이 역사적 사실을 사실로만 서술하는 역사서보다 오히려 더 역사적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걸 보여줬다”고 밝혔다.

옌롄커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사서’에서 자신이 체제 비판뿐만이 아닌 예술적 시도를 많이 했다며 “‘사서’로 상을 받게 돼 지금까지 받은 상 중에서 가장 기쁘다”고 했다.

다음 주에 발표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옌롄커 작가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옌롄커 작가는 이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벨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말을 아꼈다. 옌롄커 작가는 정치적 사안에 관한 질문에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정치에 대해서보다는 국민의 생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혜로운 지도자가 나타나 대만, 우크라이나, 북한 등 세계적인 문제들이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별상 수상작가로는 ‘시베리아의 이방인들’을 쓴 장마리 작가가 선정됐다. 장마리 작가는 2009년 ‘불어라 봄바람’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문학사상 하반기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분단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두고 사회적 문제와 그늘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블라인드’, ‘두 번 결혼할 법’ 등의 작품을 썼다.

특별상 선정위원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베리아를 소설적 무대로 끌어들인 본격성과 이를 장편 소설이 운명적 형식에 걸맞게 주조해낸 그 솜씨에 있어 다른 경쟁작들을 넘어설 만한 의미와 가치를 보여줬다”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장 작가는 “작가의식을 드러내고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항상 있었다”며 “큰 상을 주셔서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장 작가는 또 “작가라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작품으로 사회가 크게 변화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작가로서) 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이번 수상자분들은 전 세계적인 폭력과 분쟁, 성차별 등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문학으로 연대해 온 분”이라며, “수상자 분들에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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