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표제작 <사라예보의 장미>를 떠올렸습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재현한 소설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나온 소설인가요?

A. 제가 요 무렵에 여행을 했어요. 한 4개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녔는데, 발칸반도 쪽은 여행을 잘 안 할 때에요. 내전이 종식되고 얼마 안 될 때니까, 아직 총상의 흔적이라 할지 전후의 흔적들이 있고, 또 뭐 그분들이 아직 전쟁의 앙금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니까.
서양 사람들은 간간히 보이고 동양 사람들은 별로 없을 때에요.

그때 여행을 갔는데 온 곳에 상처 입은 분들이 배회하고, 건물에 총탄 자국이 있고, 막 무너지고 이런 게 많아요.
그런데 무너진 자국을 이렇게 지우는 거잖아요. 시멘트 같은 건 시멘트로 지워야 하는데, 같은 색깔로, 빨간 색으로 지워놨어요, 빨간색으로.
그래서 왜 그렇게 했냐? 그랬더니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고, 흔적을 잊지 말라고 해 놨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는 가슴이 찡 한 거에요.

그리고 배회하는 분들이 주로 여인들이 많았는데 인종청소, 그러니까 세르비아 민병대와 이슬람 쪽하고 맨날 싸우거든요. 종교 문제가 같이 있으니까.
이슬람 쪽의, 말하자면 인종청소 한다는 걸로 많은 여인들을 그렇게 희생시키고, 또 강간하고.
이런 게 공식적으로 몇만 명이 된다, 그러니까요. 그 상처를 입은 분들이 그렇게 배회해요.

우리도 전쟁을 겪지 않았습니까? 6.25. 사실 6.25든 어느 전쟁이든 전쟁 자체는 아프긴 하지만 잊혀져요, 오래 가면.

그 전쟁으로 인해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정한 우리 소설의, 예술의 것이 아니겠는가 해서, 총상을 입어서 그걸 지우려고 했던 빨간 게 장미로 표현해요. 이걸 장미로 표현하는 데에는, 말하자면 동기도 있습니다.

내전이란 게 말하자면 속수무책이죠. 게릴라전의 '게릴라'가 원래 그 쪽 발칸 쪽에서 나온 거에요. 정규군이 들어가서 싸울 수 없는 지형입니다. 서방이나 나토군이 들어갈 수가 없어요. 공습을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결 방법이 없으니 많은 사람이 희생됐죠. 그 때 모든 언론이 끊기고 할 때 거기에 어떤 소년이 그린 그림 하나가 공개됐어요.

탱크 앞 포신에 장미 한 송이를 딱 꽂아 놓은 거에요. 이게 전 세계를 울린 겁니다. 아, 이건 안 되겠다.

이래서 나토가 사라예보를 직접 공격할 수는 없고, 세르비아의 대통령궁을 폭격해서 항복을 받아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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