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민우촬영
사진=이민우촬영

 

지난 3월 봄호를 끝으로 휴간 체제에 들어갔던 부산 지역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이 여름•가을 통권호로 돌아왔다.
 
하상일 오문비 편집인은 이번 통권호 머리말에서 “그 어떤 이유에서든 역사를 이어나가야 했고 지켜나가야 했다”며 오문비가 다시 발간을 이어나갈 것을 알렸다.
 
오문비는 지난 3월 발간한 봄호에서 재정적 문제를 이유로 여름호 휴간을 알린 바 있다. 봄호 또한 발간되지 못할 뻔 했지만 어렵게 나왔고, 이번 통권호도 재정적 여건으로 인해 두께가 많이 얇아진 채 나왔다. 이번 호에 실린 원고 또한 원고료 없이 필자가 재능 기부 형식으로 보낸 것이라고 하 편집인은 밝혔다.
 
여름호를 쉬어가면서 오문비는 앞으로 문예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 편집인은 “이번 호부터 <오문비>는 기획을 전면 쇄신”하겠다며 “한국문학 비평의 현장과 동아시아적 지형에 바탕을 둔 세계문학의 흐름에도 관심을 갖는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하 편집인은 또 “지역에서 발간하는 비평전문지로 지역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봤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소 부족했다”며 “지역의 시인, 소설가들이 발간한 작품집 가운데 중요한 대상을 집중 소개하고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비평전문지 특성 상 작가들과의 교류가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노력이다. 이외에도 “지역문예지의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의 지형으로 넓혀가겠다"며 마련한 기획 <제3세계 문학의 창>과 <동아시아를 보는 눈>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문예지 시스템 자체의 한계가 오지 않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 오문비는 교보나 알라딘 등에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책 유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예지들이 책을 유통하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과거에는 국내 가장 큰 문학단체 중 하나인 한국작가회의 문예지가 국가지원금을 받음에도 일반인들에게 유통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문인들은 문예지에 일반 독자가 없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기에 책 유통에 힘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반문하기도 했다.
 
문예지 자체가 독자가 없는 상태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다시 돌아온 오문비는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을까? 유통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문예지 발간을 이어나가다 정부지원금을 받는 것 외에는 뽀족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문학과 세계의 문학지형으로 넓혀나겠다는 다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오문비는 지역 문학계에 공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하 편집인은 “그동안 <오문비>는 한 차례 합본호를 낸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호수를 거르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 왔다”고 했다. 이번 오문비의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