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한정판[사진=민음사]

출판사와 독립서점의 상생을 위한 프로젝트 ‘동네책방 에디션’은 정말로 독립서점을 살리고 있을까. 2016년부터 대전에서 독립서점 ‘우분투 북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용주 대표는 쇼셜미디어를 통해 출판사의 ‘동네책방 에디션’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동네책방 에디션’은 출판사가 독립서점과의 상생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출판사에서 이전에 출간한 책의 표지를 새로 디자인해, 독립서점에서만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2017년 민음사가 ‘쏜살문고’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에 힘입어 다음해 피천득 수필 선집 <인연>과 김수영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동네책방 에디션으로 출간해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문학동네에서도 동네서점의 투표로 선정된 소설 작품집과, 김영하 소설가의 <여행의 이유>를 동네책방 특별 에디션으로 출간했다.

대전의 독립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독립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하지만 동네책방 에디션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용주 대표는 이러한 프로젝트가 “몇몇 대형 출판사들의 획일화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 독립서점의 개성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서점의 정체성은 가게마다의 고유한 개성인데, 한 책이 모든 독립서점에 똑같이 진열되면서 개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동네책방 에디션은 독립서점들의 상황을 배려한 상생의 관점보다는 또 다른 시장으로서 독립서점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으로 변질”됐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로라 J. 밀러의 <서점 vs. 서점>이라는 책에서 “이런 (획일적인) 마케팅을 통해 독립서점이 체인서점과 더욱 비슷해짐으로써 대중에게 자신들은 체인서점과는 질적으로 다르니 다른 대우를 해달라고 말할 근거는 점점 퇴색한다.”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런 상황이 서서히 독립서점의 개성을 퇴색시켜 결국 독자들이 독립서점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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