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94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1997),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 『물 속의 불』(2007), 『귀가 서럽다』(2010),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2018)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청앵』(2007), 『열세 살 동학대장 최동린』(2018) 등이 있다. 연구서로는 『시문학파의 문학세계 연구』(2020), 『시톡1』(2020), 『시톡2』(2020), 『시톡3』(2020) 등이 있으며, 산문집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2000), 『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2007), 『탐진강 추억 한 사발 삼천 원』(2016) 등이 있다. 조태일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젊은시인상, 전남문화상 등을 수상하였다.

 

널펑네 양반 돼지 한 마리 팔고 오는 길에

제일 먼저 국밥집 들러 막걸리 두 되 마시고 현찰로 주고
밀린 술값까지 탈탈 털어 제하고
내친 짐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종재기골 양반네 막걸리 값까지 계산하고
종묘상 들러 고추 모종 값 갚고
지물포에 가서 지난 겨울에 샀던 창호지 값 벽지 값 지우고
지전머리 단골 가게에 가서 묵은 외상값 죽이고
빚내서 사기는 어려웠던 손주 년 빗 하나 현찰로 사고
걸레짝이 다 된 마누라 팬티 브래지어에 지폐 몇 장 붙이려다가
크음 하고 돌아서서 방앗간 떡 값 밀린 것 뭉그러뜨리고
농협에 가서 비료 값 꼬리 자르고
집이 가려고 터미널에 들렀는데 널펑네 처삼촌을 만나고 나서는 또
이바지로 과일 조금 사서 안겨 줄 때 지갑 열고
소주 두 병 사 얹어 주면서 괴춤 또 풀고
슈퍼에 들러 음료수 두 병 사면서 주머닛돈 털고
풍로 바람에 검불 날리듯이 다 까먹고
마침내 차표 한 장 달랑 바꿔서는
빈 몸으로
빈 몸으로 돌아가는 저 늦가을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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