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세부아노 비니사야(Binísayâ)어와 영어로 시와 수필을 쓴다. 2010년 동남아시아 작가상(SEAWrite), 2011년 필리핀 국립문화예술위원회 애니 당갈상(Ani ng Dangal) 등을 수상했다. 마닐라 데라살대학교에서 문학 명예교수이자 2019년부터 상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지에 시가 실렸으며, 필리핀어, 비니사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 에스토니아어, 베트남어, 중국어, 칸나다어 등으로 번역됐다

 

비니샤야어(Binísayâ) : 필리핀의 중앙 비사야 제도의 보홀섬의 모어는 비니사양 볼-아논(Binísayang Bol-anon)이다. 이 언어는 ‘비사얀어(Visayan)’ 혹은 ‘세부아노어(Cebuano)’—이 명칭은 세부섬의 언어를 뜻하는 것으로, 세부시(市)가 중앙 비사야 제도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중심지라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의 방언이다. 세부아노-비사얀(Cebuano-Visayan)은 필리핀에서 타갈로그어(Tagalog) 다음으로 큰 민족 언어학적 집단이다. 마닐라와 세부 같은 권력의 중심지에 대한 이러한 저항은 오늘날 비사야스어(Visayas)를 사용하며 활동 중인 작가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우리의 토착어를 ‘세부아노어’—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명칭—로 부르길 거부하면서 그것의 참된 명칭이 ‘비사야어’ 혹은 ‘비니사야어’ 혹은 심지어 더 구체적으로 ‘비사양 볼-아논(Bísayang Bol-ánon)’이라고 주장한다.

마르조리에 에바스코 페르니아
마르조리에 에바스코 페르니아

 

크룻사이1)


만남
저는 밤새 고기를 잡다 방금 돌아왔어요, 이지러진 달이 떠 있는 시기이니까요.
우리는 고기가 잔뜩 잡히길 바라며 어부의 운을 시험해 봤죠.
제 바지는 아직도 축축이 젖어 있고, 지금 저는 요즘 시대에 어부로서 사는 게 어떤지
당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절한 옷차림도 아니로군요.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는 그저 평범한 어부예요, 우리는 그야말로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과거에는, 우리 부모님들의 시대와
그분들의 부모님들의 시대에는 바다에 고기가 정말 많아서
어부로 일해도 우리의 가족과 공동체를 먹여 살릴 수 있었죠.

아버지는 제게 바다의 문장들과 구름에 숨겨진 기호들을 읽어내는
기술을 가르쳐 주셨어요. 저는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뱃사람으로서의 삶을 배워 나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저는
6학년을 마칠 때까지 우리 바리오2 학교도 다녔어요.

저는 고기잡이와 관련된 실용적인 지식을 더 소중히 여겼어요.
미풍의 감미로움, 우기에 찾아오는 세찬 스콜과 무시무시한 태풍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알려주는 오랜 전통이 저를 그 지식으로 이끌었죠.
저는 심지어 뱃사람들이 바람을 부를 때 부르는 노래도 전부 익혔어요:

크룻사이! 뱃사람이 바람을 부르고 있네.
크룻사이! 바다의 광휘가 마음을 아리게 할 때,
오 얼마나 지치는지, 노는 얼마나 무거운지,
태양은 또 얼마나 날카롭게 우리를 찌르는지…...

가족과 공동체

저와 제 형제들은 비사야 제도3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예요. 이곳 민다나오가
우리 가족의 고향이죠. 큰형 마농은 결혼해서 자식을
여덟 명이나 낳았어요. 둘째 형 마노이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큰형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보이니까요. 저요? 저는 아직도 찾고 있어요. 애석한 일이죠, 아직 아무도

제 미끼를 물지 않았다니, 제가 이렇게 감미롭게 노래하는데도 말이에요: 인다이4여, 만일
남편을 골라야 하거든 보홀라노5를 택하라. 음, 제가 보홀 출신은 아니지만
제 부모님은 보홀 출신이죠, 두 분은 아주 오래 전인 1920년에
정부가 비사야 제도와 루손에서 온 농부와 어부였던 정착민들에게

민다나오를 임대해 주었을 때 이곳으로 오셨죠.
우리 집안 남자들은 모두 고기를 잡을 줄 알고, 날씨가 몹시 안 좋을 때도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마농은 태풍 센동이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다로 나갔죠. 마농은 늘 말했어요: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연말이 되면 북동풍이 남서풍보다 더 부드러워진다는 걸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옛 노래에도 이르길,

남서쪽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네.
경계를 늦추지 말게, 동료들이여,
돛대와 활대를 포기해선 안 돼.
그리고 이 바람의 무시무시함을 잊지 말게,
그것은 우리의 돛을 찢고, 우리의 배를 난파시킬지니……

태풍 센동은 어찌나 무시무시했던지! 마농은 그 무엇도 용서하지 않는
악랄한 바람 속에 바다에서 실종되고 말았어요.

질문과 답

우리 뱃사람들은 센동보다 강력한 태풍은 없었다고들 말하죠.
그리고 우리는 어획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걸 알아차렸어요. 바다의 살아 있는 몸이
갈수록 말라 가는 듯하고, 우리가 늘 가는 어장은 죽어 가고 있어요.
이런 변화는 세계의 크고 부유한 나라들의 순결함

이면에서 생겨나는 더러운 연기 때문이라고들 하더군요.
저는 지금까지도 직접 노를 젓고 있어요. 제 배에는 모터가 달려 있지 않죠.
저는 기계가 내는 소음이 싫고, 연료비를 낼 돈도 없어요.
우리 어촌에 사는 많은 이들이 저와 같죠. 그리고 우리의 일일 어획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므로, 우리는 계속 물어요: 고등어는 다 어디로 갔지?
놀래기는? 살벤자리는? 주둥치는? 망둑어는? 학꽁치랑 상어는?
산호초 사이의 고기들은? 비늘돔은? 독가시치는? 독이 있는 복어는?
우리는 바다가 천천히 우리의 작은 섬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봐요. 만조 때가 되면

바다는 해안에 있는 파갓팟6의 가장 높은 곳에 달린 나뭇잎 위까지 차올라요.
그러니 우리의 생업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지금까지도, 우리는 정말이지 이렇게나 가난한데 말이죠!

경고
인생은 정말이지 어찌나 가혹한지! 저는 더 이상 제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가 익힌
비유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요. “뱃사람으로서의 삶은 우리가 이 행운의 바다를
항해하는 방식이다.” 지금 제 조각배의 돛은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어요. 가난한 저는 어디도 갈 곳이 없죠. 내일, (절대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만일 또 다른 태풍이 우리를 위협하고, 바다가 우리의 지혜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어진다면, 저는 용기를 내어 외칠 거예요:

균형을 맞춰! 물을 퍼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제 아버지는 한때 말씀하셨죠, 뱃사람의 노래는 그 감미로운 멜로디 속에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오직 기억으로만 가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에서

1) krutsay. ‘선원들이 남서풍을 부르는 소리’를 뜻하는 세부아노어.
2) barrio.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도시의 한 구역을 일컫는 말.

3) 필리핀 제도의 중앙부, 루손섬과 민다나오섬 사이에 흩어져 있는 섬의 무리.
4) Inday. ‘소녀’를 뜻하는 세부아노어.
5) 필리핀 제도 중부의 보홀섬에 사는 사람.

6) 맹그로브 습지에 자라는 나무의 일종

7) 2013년에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얀’의 별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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