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시네 21 홈페이지 갈무리 [김연수 인터뷰 사진]
사진= 시네 21 홈페이지 갈무리 [김연수 인터뷰 사진]

 

씨네21에서 진행한 소설가 김연수의 인터뷰가 뒤늦게 재조명이 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서 등단하게 하는 것이 꿈" 이라고 한 발언이 문학계 내에서 화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문영 소설가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학 작품을 쓰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등단’이 목표라는 것을 보면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다. ‘등단’해야 문학을 하는 건가”라고 말하며 김연수의 인터뷰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면서였다.

문단문학에서 대표적인 작가 데뷔 방식은 ‘등단’ 제도다. 매해 언론사와 문예지들이 신춘문예라는 공모제를 통해 많은 작가들이 문학인으로 데뷔하고 있다. 과거의 추천인 제도보다 인맥, 학연 등에 자유롭고 공정하다는 이유로 선호 받았지만, 등단제도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9년에는 "문학과 등단제도의 관계를 짚어보는 ‘등단제도와 문학의 경계’ 포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대현 평론가는 근대문학 형성 후 불거진 문학 권력 논쟁, 신경숙 표절 옹호 사태, 문단 내 성폭력, 대필 사건 등 문학계의 관행적인 부조리를 언급했다. 김대현 평론가는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로 소수의 권력자들이 문학계에 지배적 힘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스템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등단제도라고 했다. 학연으로 자신의 제자를 등단시키거나, 젊은 사람을 선호하고 특정 문학적 계파를 뽑는 등 다양한 문제가 ‘등단’ 이란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등단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에서 문학 권력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문학계 내에서 이런 등단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어느정도 공유하게 된 뒤부터 등단 제도를 벗어나고자 하는 흐름은 뚜렷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등단’이라는 표현 대신 ‘데뷔’로 용어를 바꿨으며, 등단뿐 아니라 다양한 데뷔방식들을 인정하게 됐다. 그런 분위기에 맞춰 독립문예지 및 SNS등 다양한 데뷔방식이 대두되고 있다. 39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 중에는 등단하지 않은 이기리 씨가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외국인을 "등단"이란 제도 안에 집어넣는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이다. 공론화 이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등단제도에 대한 근본적 지적부터 문단문학이란 틀에서 벗어나면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어를 쓰는 외국인이 있다는 지적 역시 있었다. 이문영 소설가 역시 SNS를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한 시각도 좁다. 처칠이나 밥 딜런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역사책은 문학의 일종일까, 아닐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씨네21과 김연수의 인터뷰도 한국문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긴 내용이었다. 김연수 소설가는 한국문학이 배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주제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문학의 도구, 용기(用器)에 대해 주목하지 않고 오직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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