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충청도’하면 ‘느리다’라는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아부지 돌 굴러가유~’로 대표되는 충청 방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충청도인들에게 이 말을 하면, 그들은 “말은 느려도 행동은 빠르다”고 되받아칠지도 모른다. 그것도 허허 웃으면서. 

충청도라는 지역이, 특히 거주민들이 가진 특색은-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매우 기묘하다. 말투가 느린 듯 보여도 상황 파악은 재빠르며, 우회적인 말을 건네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굵직하다. 타지 사람들은 더러 ‘음흉하다’며 꼬집지만 그들은 ‘배려’라고 말한다. 이 또한 충청도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영화 〈짝패〉의 이범수가 그렇지 않았던가? 말은 점잖게 해도 그 뉘앙스만큼은 살 떨리게 살벌했던.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송경혁 저, 들녘출판사) 역시 충청도의 매력이 반영된 작품이다. 피를 빠는 뱀파이어와 점잖아 보이는 충청도 사투리라. 어쩐지 맞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막상 뜯어보면 이보다 더 기묘한 조합이 있을까 싶다.

온 동네가 난데없이 나타난 뱀파이어로 난리통이 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다급해 보이질 않는다. 마치 남 이야기를 하는 듯 딴 세상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서로 만담처럼 주고받는 이야기는 퍽 우스꽝스럽지만, 그 속에 숨겨진 뼈처럼 드러난 인간사의 풍자는 우리를 사뭇 씁쓸하게 만든다. 충청도의 우회적인 화법과 뱀파이어 출현이라는 오컬트 SF 호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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