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 앞에 합동분양소[사진=이민우]
서울 시청 앞에 합동분향소[사진=이민우]

 

지난 05일 서울시청 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앞에 시인들이 모였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이 추모 시낭독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시청 앞 합동분향소 앞으로는 추모를 위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바로 그 옆 텅빈 시청 앞 잔디 밭에 시인들이 둥글게 섰다. 시인들은 공원에서 잠시 침묵 했다. 지나가는 차량들의 바람가르는 소리 외에는 텅빈 잔디밭은 조용했다. 시인들의 어깨가 떨렸다. 권위상 시인이 짧게 추모의 말을 시작으로 시인들이 위로와 안부 그리고 아픔을 시로 읊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분노했다.

시인들이 추모 낭독회 [사진= 이민우]
시인들이 추모 낭독회 [사진= 이민우]

 

이 날 추모행사에서 세월호 이후에는 다시 참극이 일어났다며 한국작가회의가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경찰들이 종종 찾아와 무슨행동을 하는 것이 물었으나 막지는 않았다. 

추모행사 이후에는 "문단의 적채,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조선일보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가 있었다.

아래는 이날 김채운 시인이 낭독한 "분노로서 애도한다" 이다. 

사진= 이민우

 

분노로서 애도한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김채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 축제의 한마당에서  
생때같은 일백오십육 명의 목숨 무참히 스러졌다
애꿎은 일백오십육 개의 젊은 꿈들 참담히 무너졌다 
국민들 보호와 안전을 외면한 채
마약단속 성범죄자 색출에 혈안이 되어 
정권 치적에 현혹이 되어 부러 함정에 빠뜨린 건가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둔갑하고는
마구잡이 휘두르던 공권력으로 
이제는 국민들의 슬픔마저 통제하려 들고 있다
애도의 기간 제 멋대로 정해놓고는
잘잘못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입 닥치고 있으라 한다
어찌하여 생명들 지켜주지 않았나, 
끔찍한 사고 막지를 못했나
황망한 유족 앞에 머리 조아리고 소상히 아뢰어라
가슴 미어지는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 
왜 참혹한 사태를 외면하고 위험을 방치했는가 
망나니 칼춤 추는 너희들이 낱낱이 해명하라
권세와 탐욕에 두 눈 뒤집힌 채
권력을 선사한 국민에게 칼날과 총구 겨누고 있는가
어이없는 죽음과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 치의 거짓 없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한 점 의혹도 남지 않을 때까지 캐묻고 또 물을 것이다
슬픔과 비통함 싹 다 가시는 그날까지
우리의 애도는 분노의 불길로 점점 더 번져갈지니
우리의 애도는 가열한 항거로 더더욱 타오를지니
마지막 순간까지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시인들이 낭독 하고 있다. [사진=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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