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민우 촬영

 

지난 11월 05일 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행사에서 시민 조일권 씨가 추모 자작를 낭송했다.

이태원 참사는 10월 29일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핼러윈 행사에 참여한 인파가 몰려 158명의 사망사자 발생한 압사 사고다. 이날 집회는 애초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로 전환됐다. 촛불행동 측은 이날 집회에 6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아래는 조일권 씨가 낭독한 시 전문이다.

 

다시 살아 오르시길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너희가 더 좋은 곳에서

더 쾌적한 곳에서

 

비좁은 골목이 아닌

넓은 곳에서

즐겁고 신나게 놀 수 있도록

했어야 했거늘

 

그러질 못했어

그러질 않았어

그냥 너희들끼리 알아서 놀아라

그것뿐 이었어

 

너희를 지켜줘야 했던

높은 사람들

쥐구멍이라도 찾는 대신에

핑곗거리 찾아 뻔뻔 거리고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철 지난 사진으로

대책 회의 사진이라며 돌려

막기로 급급했어

 

그리고

돈으로 분노한 너희의 입

틀어막으려 잔머리 굴린다

 

한심한 노릇이구나

높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줘야 할 사람들

저 모양이니

 

너희 같은 억울한 희생

국가가 방치한 타살

다시는 안 나온다

자신을 못 하겠구나

 

제발 다시 살아 오르거라

봄날

파릇한 새싹

얼음 깨고 솟아오르듯

 

딱딱한 껍질 뚫고

고운 꽃잎 머리 내밀듯

다시 살아 오르거라

제발 고운 그 모습으로

살아 오르거라

 

어른들의 이기적 자본 논리에

어른들의 우격다짐 정치 논리에

너희들은 더 비좁은 곳으로

너희들은 더 깊은 골목으로

몰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너희의 억울한 희생을

방치한 나라

이런 국가에서 살게 한 현실

정말 미안하구나

 

너희들이 그 비좁은 곳에서

모두 즐겁게 놀고 있을 때

높은 곳의 어른들 아무도 누구도

지켜주질 안 했구나

말뿐이라도 지켜주질 안 했구나

 

너희들이 사라진 자리

미안하게 놓인 국화꽃

꽃이 시들어 사라져도 다시

새봄에 파릇한 싹으로

살아 오르듯

 

너희들도 다시 살아 오르거라

너희들 가슴에 묻은

사랑하는 부모형제의

가슴으로부터

다시 살아 오르거라

 

제발 그리 하거라

그리하여 이 못난 어른들을

엄히 꾸짖어 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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