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한송희 기자]
[일러스트=한송희 기자]

다자이 오사무 특별전시회(2부 3편 참조)를 순회하고 미타카를 떠나기 전, 필자는 코랄 빌딩에 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의 서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 필자는, 곧바로 같은 빌딩에 있는 3층으로 향했다. 케이분도 서점(啓文堂書店)이었다.

[사진출처=啓文堂書店]
[사진출처=啓文堂書店]

케이분도 서점은 케이오 전철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케이오 그룹(京王グループ)에 속한 43개사 중 ‘케이오 서적판매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서점이 바로 케이분도 서점으로써, 1975년에 설립하여 현재 일본 전국에 22개 체인점을 거느리고 있다.

[사진촬영=박민호]
코랄 빌딩 3층 케이분도 서점 [사진촬영=박민호]

케이분도 서점은 코랄 빌딩의 3층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형 마트에 입점한 전형적인 서점의 모습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소문으로는, 일본인들은 서서 읽기(立ち読み, 타치요미)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돌아다녀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중년의 남성이든, 한창 어린 학생이든 누구나 매대 앞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물론 남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하루 종일 그 자리에서 책만 보는 건 아니었지만, 책을 들여다보며 구입할 지 말 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건 우리나라와 똑같았다.

케이분도 서점의 중고책 매대.[사진촬영=박민호]
케이분도 서점의 중고책 매대.[사진촬영=박민호]

또 의외였던 점은 중고책 매대가 따로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전날 진보초에서 본 고서점만큼의 규모는 아니었지만(도쿄로드 2부 1편 참조), 새 책을 파는 서점에서 중고책 코너가 벽면 하나만큼의 공간을 차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중고책 매대를 직접 이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한국의 브랜드 중고책 서점들이 그렇듯 헐값에 매입한 후 적절한 가격으로 되파는 것이 아닐지 추측해본다.

[사진촬영=박민호]
[사진촬영=박민호]

서점을 돌아다니다 보니 느낀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문고(文庫) 코너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사진과 같은 문고 매대는 약 3개 정도가 있었는데, 대개는 출판사별로, 혹은 유명 작가별로 분류해 두었다는 점이다. 개중에는 아예 ‘XX출판사’ 별로 매대를 만들어 둔 곳도 존재했다. 

[사진촬영=박민호]
[사진촬영=박민호]

소설을 비롯한 문학 작품들은 대개 문예서(文芸書, 분게에쇼)라는 이름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이라면, 이곳에서는 순문학, 장르문학을 구별치 않고 오로지 장르별(미스터리, 시, 역사물) 혹은 작가별로 분리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는 해외 문학 코너도 있었는데, 영미권 소설도 많았지만 아시아권 문학으로써는 한국 문학이 제일 많았다. 특히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서른 살의 반격」은 각각 2020년, 2022년 ‘서점 대상 번역소설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띠지를 둘러놓은 게 눈에 띄었다.

‘서점 대상(本屋大賞, 혼야타이쇼)’이란, 일본의 서점들이 모여 조직한 ‘서점 대상 실행 위원회’에서 수여하는 문학상으로,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전국 서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하게 하는데, 그 대상은 지난 1년간 발매된 소설이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서른 살의 반격」이 비치되어 있다.[사진촬영=박민호]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서른 살의 반격」이 비치되어 있다.[사진촬영=박민호]

서점 대상은 본래 일본 국내의 소설만을 대상으로 삼았으나, 2012년부터는 해외 문학을 ‘번역 부문’으로 선정하기 시작했다. 이 중 수상을 한 한국 소설은 손원평 작가의 두 작품이 유이했다.

그렇다면 문예서(文芸書)가 아닌 문예지(文芸誌)는 어떨까? 대개 일본 서점에서 문예지 코너는 잡지(雑誌) 코너와 함께 마련되어 있다.

문예지는 그 종류가 상당히 많았다. 일본의 옛 시부터 시작해 여러 대학이나 문고 등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작 소설을 소개하는 잡지도 있었다. 그 바로 밑에는 평론서도 있었다.

[사진촬영=박민호]
[사진촬영=박민호]

독특한 점은, 논평 역시 문예로 취급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도 문학상에 문학·문화 비평 부문을 만들어 두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것뿐 아니라 경제, 역사, 시사, 국제, 심지어는 스포츠나 만화 논평까지 문예로 취급하는 듯했다.

매대에 놓여진 우익 성향의 문예춘추(文藝春秋), 극우 계열의 WiLL,, 진보 성향의 세계(世界), 창가학회의 ‘우시오(潮)’, 중립성향의 중앙공론(中央公論)까지 꽤나 스펙트럼이 넓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평론서는 1899년부터 발간한 ‘월간 중앙공론’이다.

케이분도 서점을 둘러본 뒤에는 신주쿠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쿄의 초대형 서점이 그곳에 있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신주쿠 동쪽 출구 [사진촬영=박민호]
신주쿠 동쪽 출구 [사진촬영=박민호]

다른 곳에서 잠시 볼 일을 본 후, 신주쿠 역 동쪽 출구(히가시구치)로 나갔다. 주말의 신주쿠는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구글 맵을 따라 가니, 곧 거대한 10층 건물을 볼 수 있었다.

키노쿠니야 쇼텐(紀伊國屋書店)의 본점이었다.

키노쿠니야 쇼텐 본점의 모습 [사진촬영=박민호]
키노쿠니야 쇼텐 본점의 모습 [사진촬영=박민호]

키노쿠니야 쇼텐은 1927년에 창업한 일본의 출판사이자, 서점이다. 닛케이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키노쿠니야 쇼텐의 매출액은 1,022억엔(한화 9,855억 원)으로 전 일본 서점 매출액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제 1위의 서점 교보문고의 동년 매출액이 6,941억 원 가량이었으니, 대략 1.4배 정도 더 큰 규모였다.

이렇게 큰 서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사실 그렇게까지 특별한 점은 없었다. 1층에는 신간, 화제의 책, 잡지 등이 비치되어 있었고, 2층에는 문학, 3층에는 비즈니스 총서를 비롯한 인문, 5층은 의학책 및 공학서 등등 각 층마다 장르를 정해 분류해 놓았다.

[사진촬영=박민호]
[사진촬영=박민호]

약 60미터 떨어진 블록에 별관이 따로 있다는 것만 빼고, 규모로만 따지면 교보문고의 광화문점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책을 고르는 것도, 종류별로 책을 구별해 놓거나 신간을 들여놓은 것도 한국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사진촬영=박민호]
연예인 에세이 코너 [사진촬영=박민호]

다만 필자의 눈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면, 일본의 탤런트를 비롯한 연예인의 에세이(タレントエッセイ)가 벽면 한 쪽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서전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 본 것 만큼은 많지 않았다는 점이 비교될 만 했다.

[사진촬영=박민호]
[사진촬영=박민호]

필자는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을 키노쿠니야 서점을 둘러 본 뒤,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두 서점을 둘러보며 필자가 내린 결론은, 한일 간 서점의 문화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진 않다는 점이었다. 인기있는 장르, 주력으로 판매하는 책의 종류는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도서를 판매하기 위한 진열, 분류, 지점별 규모는 한국과 대동소이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서 흔히 도는 소문대로 “일본에서는 혐한 도서가 유행이다”라는 말도 필자의 체감상으로는 과장된 것이라 여겨졌다. 

대놓고 혐한을 표방하는 책은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눈에 띄지 않았고, 상기한 극우 평론지들도 이따금씩 노년의 일본인들이 와서 한두 번 훑어보는 정도였지 대놓고 집어 가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잡지 코너에서는, 그 옆에 위치한 취미나 퍼즐 잡지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연예인 관련 잡지였다.

결론적으로는 일본의 서점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서를 구해야 하거나 일본어 공부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일본까지 와서 서점에 들려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일반적인 서점보다는, 만화책 전문 서점에 대해서 더 할 말이 많을 듯 싶다.  다음 편에서 바로 그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사진촬영=박민호]
[사진촬영=박민호]

■ 케이분도 미타카점
도쿄도 미타카시 시모렌자쿠 3쵸메 35-1 3F (東京都三鷹市下連雀3丁目35−1 3階)
■ 키노쿠니야 쇼텐 본관
본관 : 도쿄도 신주쿠구 신주쿠 3초메 17-7 (東京都新宿区新宿3丁目17−7)
별관 : 도쿄도 신주쿠구 신주쿠 3초메 15-11 (東京都新宿区新宿3丁目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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