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하세요?” - 채소연
“난 농구를 할 거야. 난 바스켓맨이니까!” - 강백호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 정대만
“포기하는 그 순간 시합은 끝이야.”-안한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포스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포스터.

일본만화 역사상 기념비적인 작품, 「슬램덩크」. 1991년 제 1권이 나올 때부터 1996년 31권으로 완결될 때까지 5년간, 슈에이샤의 소년 점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품이다. 

일본의 만화 전문 포털 ‘망가젠칸’에서 밝힌 슬램덩크의 발행 누계부수는 약 1억 2천만부. 역대 일본만화 발행부수 10위다.(1위는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로, 5억부다)

슬램덩크의 인기는 비단 일본의 것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슬램덩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단행본 전권을 다 보거나 애니메이션 전편을 정주행한 경우는 없을지라도, 최소한 그것이 ‘농구 만화’라는 사실이라거나, 혹은 그 주인공 ‘강백호’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 봤을 것이다.

지난 1월 4일 슬램덩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드디어 한국에도 개봉했다. 이 소식에 슬램덩크를 보며 자란 수많은 사람들이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리하여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023년 1월 18일, 2주만에 총 관객수 1백만 명을 돌파했고, 전국의 개봉 스크린 수 1천개 확보, 상영횟수 4만회 가량을 기록해 「아바타 : 물의 길」에 이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코믹스판 「슬램덩크」의 판매 부수에도 영향을 끼쳤다. 국내 수입사인 대원씨아이 측에 문의한 결과, 자세한 수치를 공개하기는 곤란하나, 영화 개봉 이후 단행본 판매량이 약 10배 정도 증가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슬램덩크」에는 대체 무엇이 있기에 우리를 이렇게 끌어들였던 것인가?
(이하 등장인물들 및 지명 등은 한국 로컬라이징 이름으로 서술함)

「슬램덩크」의 줄거리는 이렇다.
북산고의 불량학생이었던 ‘강백호’는 힘도 싸움도 최강이지만, 유독 여자 앞에만 서면 쑥맥이 되어버린다. 여자에게 50번째 퇴짜를 맞은 그는, 우연히 농구공을 든 소녀 채소연에게 반한다.
“농구... 좋아하세요?”
라는 그녀의 질문에, 강백호는 마음에도 없는 농구를 좋아한다며 덜컥 농구부에 입부해버림으로써 「슬램덩크」의 서막이 시작된다.

강백호는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위너’이지만 동시에 여자 앞에서는 ‘쑥맥’이 되고, 불량아라는 평가를 듣는 ‘루저’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상을 겉돌던 그가 한 눈에 반한 여자 때문에 농구부에 들어가고, 거친 성정에 마찰을 겪기도 하지만, 이를 바로잡아주는 안한수 감독의 꾸준한 지도와, 정신적 지주 채소연, 그리고 자상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격려하는 선배 ‘권준호’와 ‘이한나’를 만나 성장하게 된다.

독자들은 이러한 강백호의 방황하는 모습에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고, 무식한 힘과 성장하는 실력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북산고 농구부 5인방. 좌로부터 채치수, 정대만, 강백호, 송태섭, 서태웅[자료출처=集英社]

그러나 슬램덩크의 매력은 비단 강백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와 함께 하는 북산고 농구부, 아니 주요 인물 모두가 제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강백호를 인정하지 못하지만, 차츰 그의 성장을 지켜보며 끝내는 강백호의 존재를 인정하는 북산고의 주장 채치수. 중학교 시절에는 MVP 선수였지만 엇나간 방황으로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농구를 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던 불꽃남자 정대만.

강백호의 연적이자, 차가운 카리스마로 ‘천재’로 불리는 서태웅, 어딘가 가벼운 개그 캐릭터같지만 강력한 기본기와 화려한 덩크로 잠재력을 뽐내는 해남의 루키 전호장,

연습도 빼먹고 나태한 것 같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코트를 지배하는 능남의 윤대협, 그리고 체격도 힘도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산왕공고의 빅맨 신현철 등등. 

스포츠물에서 한 번쯤은 만날 수 있는 경쟁자들이 각자만의 서사를 가지고 코트 안팎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슬램덩크」의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이들은 고등학생이란 점도 독자들의 이입을 돕는다. 피끓는 혈기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길을 잃은 느낌이 들 때. 가슴이 시키는 대로 농구를 시작한 강백호의 모습에 독자는 이입한다. 호쾌한 성격으로 어떤 역경이 찾아와도 꺾이지 않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비중은 강백호에게만 편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청춘들이 저마다의 혈기로 하나의 목적. 그들을 살게 하는 단 하나의 힘 ‘농구’에 모든 젊음을 바치는 모습에 우리는 뜨거운 응원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뜨거웠던 청춘’에 대한 예찬과, 미숙했던 젊음에 대한 위로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에도 이어진다. 

이 다음의 이야기는 아직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지 못한 독자를 위해, 그리고 아직 「슬램덩크」를 접하지 못한 모든 이를 위해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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