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도, 공무원들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도의회의 지원 예산 삭감

[출처=느티나무 도서관 인스타그램]

지난 1월 31일,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느티나무 도서관」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립 공공도서관 지원 예산 복원을 위한 서명”을 게재하며 지역 주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용인시에서 운영되는 사립 공공도서관으로써, 1999년부터 장서를 수집하고 사립문고로 등록, 이듬해 2000년 2월 아파트 상가건물 지하에서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을 개관함으로써 운영을 시작하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초기 느티나무 도서관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뿐 아니라 학습 및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후 지역 주민들의 후원과 자발적인 봉사에 힘입어 2003년에는 느티나무 문화재단을 설립, 2007년에는 현 주소지로 이전하여 사립 공공 도서관에 등록되는 데 성공한다.

이후로도 느티나무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를 대출만 해주는 지역 도서관의 역할만을 해오지 않았다. 독서회 등으로 주민들의 독서 증진을 꾀함은 물론, 크리에이터를 초청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전시 혹은 강좌를 개최하거나, 로컬 창업자들을 위한 도움말 서비스,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에게 일종의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예비사서를 모집하는 등, 용인시에 자리한 24년간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느티나무 도서관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의회에서 느티나무 도서관에 대한 지원 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느티나무 도서관 측의 호소문[출처=느티나무 도서관 인스타그램]

도서관 측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느티나무 도서관은 그동안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경기도와 용인시의 지원으로 운영해 왔다고 한다. 지난 2017년부터 경기도와 용인시는 3:7의 비율로 느티나무 도서관을 지원해 왔으며, 이는 2022년 기준 총 5천만원으로 경기도 1,500만원, 용인시 3,500만원이다.

이 운영지원금은 느티나무 도서관의 연간 운영비 총 8억 5천만원 중 일부로써, 사서들의 인건비 및 공과금과 같은 운영비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좀 더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 뉴스페이퍼는 직접 느티나무 측에 연락을 취했다.
느티나무 도서관 관계자는 “경기도와 용인시에서 햇수로 6년간 지원을 받아왔지만, 이번 연도에는 인건비를 충당하기 조금 부족한 것 같아, 공무원 및 도의원들과 상의하여 지원금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였다.”라고 밝히며, “그러나 경기도 의회 최종심의 과정에서 이게 중단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통보를 받지도 못하고,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것”이라며 곤혹스러워하였다.

느티나무 도서관에 대한 지원금 증액을 추진하던 경기도 도서관정책과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경기도 도서관정책과 도서관기반조성팀의 입장에 따르면, “우리 도서관정책과에서도 해당 도서관은 물론 용인의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재정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히며, 느티나무 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늘릴 계획이었다고 하였다. 

사립 공공도서관 지원 사업은 매칭 사업이다. 매칭사업이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로 비용을 부담해 진행하는 사업을 일컫는 말로, 느티나무 도서관의 경우 상기한 대로 경기도와 용인시가 3:7의 비율로 총 지원금을 지급해오고 있었다.

도서관기반조성팀 측은 “최근 경기도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도에서의 지원금을 늘리는 것은 힘들지만, 용인시의 재정자립도는 높았다.”라며, 고민 끝에 매칭 비율을 1:9로 바꾸어 경기도에서 1,500만원을 지급하고, 용인시에서 나머지 1억 3500만원을 지급, 총 1억 5천만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집행부도 설득했고, 예산실에도 설명을 했으며 용인시 측과도 지원금 확보에 대해 이야기를 해놓았지만, 결국 경기도의회에서 최종 삭감으로 결정이 났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렇다면 지원금 삭감에 대한 사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그 이유에 대해서도 질문하였지만, 도서관기반조성팀 역시도 “그 사유는 우리로서도 알 수가 없다. 심의는 도의원들의 영역이고, 의원들은 예산결산위원회 내에서 상의할 뿐 우리에게도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뉴스페이퍼는 경기도의회 회의록들을 검토하였으나, 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산 삭감 소식에 느티나무 도서관을 이용해 오던 시민들도 서명에 동참하였다. 시민들은 단톡방에 공유하거나, 지역이 달라도 서명에 동참하겠다며 느티나무 도서관의 비보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서명에 동참한 한 시민은 “24년간 지역주민의 옆자리를 지켜온 만큼, 앞으로도 오래도록 자리해주길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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