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시와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
”달의정원“ 이후 두 번째 시집

[사진제공 = 출판사 문학의전당]
[사진제공 = 출판사 문학의전당]

 

시와시학신인상 수상으로 데뷔한 곽경효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인 "사랑에 대한 반성"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문학의전당에서 펴냈으며, 시인동네 시인선 187번째 시인으로 등재되었다.

첫 번째 시집인 "달의 정원"에서는 소통의 어려움과 소통을 향한 갈망을 다루었던 곽경효 시인이, 이번 "사랑에 대한 반성"에서는 제목 그대로 사랑을 통한 자아성찰을 주제로 한 시를 담았다.

누구나 사랑에 젖어있지만 그것이 정말 사랑인지 모를 때의 기억들, 사랑으로 인해 잠 못 이뤘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은 이번 시집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을 특별하게 다루는 곽경효 시인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사랑에 대한 시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시집의 제목처럼 '사랑에 대한 반성'을 주제로 한 시집임을 보여준다. 사랑은 보편적인 주제이지만, 곽경효 시인은 매우 개인적이고 특별한 시선을 통해 사랑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은 상상의 산물이며, 상징계로 진입하여 상상계를 복기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반체제적 욕망으로, 대문자 아버지의 법칙을 조롱하며 상징계의 벽에 균열을 낸다. 사랑은 타자를 나와 동일시하며, 서로 다른 나와 타자를 동일시하는 것은 거울상 단계의 오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곽경효 시인의 시는 사랑을 비논리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사랑이 가지는 긴장과 소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시인의 "사랑에 대한 반성"은, 사랑의 대상이 취소됨으로써 욕망 그 자체가 되고, 상징계 안에서 상상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상상계의 이미지들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바르트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누구나 사랑에 젖어있기 때문에, 그것이 사랑인지도 알 수 없었던 나날.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던 시간. 곽경효 시인은 사랑 때문에 잠 못 이뤘던 시간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내 몸에는 가시가 돋았다
당신이 가시에 찔리는 불온한 상상을 했고
잊고 싶은 기억과 잊을 수 없는 기억 사이에서
갈팡질팡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불면의 밤을 견디는 동안
어느 사이 당신의 이름은 맹목(盲目)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너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랑했기에 상처를 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은, 오히려 시인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사랑을 통한 성장이 가치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 우리는 시인과 함께 사랑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 사랑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리운 이름 하나쯤 지워져도 좋겠다

상처를 들여다보며 아파했던 날들을
하마터면 사랑이라 부를 뻔했다

사랑의 무게가 이리 가벼운 것을
눈물 흘리며 견딘 시간이
잠시 지나가는 한 줄기 소나기였음을

겨울처럼 차갑지만 가끔은 따뜻한 사랑이여
다시는 내게 오지 말기를

아름답고 찬란한 그 폐허
이제는 견딜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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