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인 권리보장 제정되었지만... 계약서 불공정 관행, 여전히 사각지대

이우영 작가의 장례식. 웹툰협회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故 이우영 작가님의 억울함을 기억하겠습니다."며 저작권법 개정과 불공정 계약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자료출처=웹툰협회]

지난 3월 11일,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이우영 작가가 향년 5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경찰은 사인을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았고,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하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유가족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형설퍼블리싱과의 「검정고무신」 저작권 소송 문제로 심적으로 힘들어하였다고 한다.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1970년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코믹 챔프’에 연재된 만화로써, 이영일 작가는 스토리를 담당하였으며, 故이우영 작가는 작화를 담당하였다. 「검정고무신」은 한국을 배경으로 국민학생 ‘이기영’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2000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KBS 2TV를 통해 정식 방영되었다.

그러나 「검정고무신」은 지난 2019년부터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고인의 부모가 운영하는 체험 농장에서 「검정고무신」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자 ‘형설앤’ 측은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사건의 배경은 2007년경부터였다. 형설앤은 「검정고무신」의 작가들에게 사업화를 제안하였고, 이들은 3차례에 걸쳐 이듬해 사업권 설정 계약서를 맺었다. 서울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형설앤의 장진혁 대표는 작가들과 협의하여 저작권위원회에 「검정고무신」의 저작자로써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글작가 이영일에게는 27%의 지분이, 故 이우영 작가는 27%를, 고인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작화를 담당한 동생 이우진 작가에게는 10%의 지분이 설정되었으며, 나머지 36%의 지분은 형설앤 장진혁 대표 앞으로 설정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장 대표는 2011년 이영일 작가에게 2000만원을 주고 17%의 지분을 추가로 양도받아 총 5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형설은 「검정고무신」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계약에 포함했고, KBS2 TV에서 방영된 검정고무신 4기 애니메이션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콘텐츠 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故 이우영 작가는 애니메이션 4기 제작에 대해 알지도 못하였고, 동의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이 이루어지며 원작자의 이익이 지나치게 줄어들었다고도 주장했다. 고인은 2014년 1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그가 정산받은 금액은 435만원이라고 주장하였고, 형설 측은 1042만원을 정산했다고 반박하였다.


故이우영 작가는 2018년, 사업권 설정 계약은 무효이며, 저작자 등록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검정고무신」의 지분을 다시 반환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는 KBS, 새한동화 등 라이센싱 사업자들을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형설앤 장 대표를 고소했다. 이에 형설 측은 이 작가 형제가 다른 곳에서 만화를 그렸다며 맞고소를 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은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만화와 웹툰의 역사에서 굉장히 아까운 분을 잃었다”고 밝히며 “있어서는 안 될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저작권에 관련된 문제들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웹툰 산업협회는 한국 저작권위원회 등과 제휴를 맺고 지속적인 저작권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 회장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만화·웹툰 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저작권 문제’가 횡행한 곳으로 일반화될 것을 우려하였다. 또한 저작권 양도계약에 대해서 “작가와 사용자 간의 신뢰가 두텁고, 또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면 할 수도 있다”며 반드시 작가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웹툰협회의 전세훈 회장은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웹툰협회는 이우영 작가의 명예 회복을 목표로 삼고, 유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불공정 계약에 대해 “저작자가 피를 토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문제”라 언급하며, “저작자가 계약서에 최종 날인하기 전에 주의해야 할 조항에 대해 계약시 가이드북 제작과, 작가가 요청할 경우 (웹툰협회 차원의)계약서 사전 검토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저작자와 사업자 간의 계약에 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이 대표는 “저작권자가 자기 저작물을 시장에 내보내려면, 어쨌든 콘텐츠 제작업체를 통할 수밖에 없다”며 저작자는 필연적으로 약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였다.

현재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 13조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인에게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거나 계약 조건과 다른 활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 조항은 저작권자와 사업자간의 저작권 계약에는 효력을 미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실질적으로 저작권 설정 계약은 “자유로운 계약”취급을 받아, 불공정한 계약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 해당 법령이 적용되기 힘든 이유다. 문체부는 이 조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효과를 나타낸 상태는 아직까지 없다.

이성미 대표는 “저작권자가 불리한 계약서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다고 해서 실제로 바뀌지 않는다. 설사 계약사항을 바꾸어 계약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작품 계약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저작자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음 또한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저작권 계약은 사업자와 근로자간의 ‘자유로운 계약’의 관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저작권 설정 계약의 불공정성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바라보아야 한다”며 저작권 설정 계약에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저작권 관련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을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또한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진흥원은 2016년부터 법률뿐 아니라 노무, 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헬프데스크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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