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서정가제 개선 방향 공개 토론회
사진=도서정가제 개선 방향 공개 토론회

 

도서정가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9년 10월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대선 당시 양 후보의 서로 다른 입장 발언, 대통령실에서 주최한 ‘국민참여 토론’ 등으로 인해 도서정가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1월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도서정가제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도서정가제 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도서정가제는 일몰법으로, 2023년에는 이 제도를 없앨 것인지 강화 혹은 약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토의가 필요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14일, 도서정가제 개선 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8월에 진행한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 연구는 도서정가제의 현황,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여 향후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 용역으로, 7천만원 이상의 용역비가 소요되었다.

이번 공개토론회는 연구 내용을 보완하고 검증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그룹 전문가 자문회의 및 공개 포럼 등을 개최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시작되자마자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개선 방안 설문조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연구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 도서정가제의 찬성파인 백원근 소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원근 소장은 오래된 출판연구자 이기도 하기에 도서정가제 연구에 적합하다는 목소리 또한있다. [자세한 기사 보기]

이번 공개토론회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자리이자, 도서정가제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였기에 많은 이목을 끌었다. 특히 실시간 유튜브 방송의 댓글창에서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며, 각 커뮤니티 글이 도서정가제 반대 게시물이 상위를 차지하였다.

현재는 민관협의체에서 회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외부에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입장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개토론회는 많은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 도서정가제가 항상 그러하듯이, 이번 연구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생각 외의 결과 독자들이 도서정가제 동의

서정가제에 대한 현행 평가에서 저자, 출판사, 서점 등 도서 이해관계자들은 찬성의견을 내민 반면, 전자책 사업자와 도서관 등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의외로도, 독자들의 46.2%가 도서정가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31.8%는 보통으로 생각하고, 22.1%는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도서정가제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서는 독자들의 58.2%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20.4%가 보통으로 생각하고, 21.4%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지금까지의 보편적인 여론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다.

위 연구 결과는 도서구매자 1,0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책을 1년에 1권을 구입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남성 506명, 여성 523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도서 구입 분야는 문학이 36.5%, 교양이 18.2%, 실용서적이 13.9%로 나타났다.

도서정가제 발표. 백원근 소장이 하고 있다.
도서정가제 발표. 백원근 소장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를 맡은 백원근 소장은 이 결과가 자신도 의외였다며, 중립적인 연구 환경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로 책을 구매하여 책을 읽은 이들과 독서를 하지 않는 이들과의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이들은 설문에서 제외되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찬성 여부도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비구매층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간 도서정가제 반대여론에 의해 꾸준히 논란이 되왔음을 생각했을 때. 이번 설문조사를 수긍하지 않는 이들 역시 많은 상태다.

특히 도서정가제는 전자책 제도에 도입에 대한 논란이 중요 이슈였기에 전자책에 도서정가제 도입에 대한 의견 역시 관심사였다. 백원근 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 구매자는 모두 전자책에 대해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한 비율이 높았으나 전자책 사업자와 도서관만  전자책에 대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입장이 달랐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독자들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이유 였다.  독자들이 주로 도서 구입처는 인터넷 구매를 하는 것으로 밝혔으며 44.1%가 경제적인 할인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배송이 빠름이나 편함이 아니라 마일리지 할인이 가장큰 이유였다.

출판사업 변화 추이는?

백원근 소장은 출판사 설립은 증가하였으며 발행종수 증가 했음에도 발행부수는 감소하여 다품종 소량 생산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책값 인상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보다는 낮았다. 교과서와 학습서 시장은 축소되었으며 일반서적 단행본 시장은 증가했다. 유통 채널은 지역서점과 독립서점이 증가하였으나 인터넷 서점의 점유율은 높아졌다. 하지만 국민 독서율은 감소하였으며 가계 도서 구입비는 감소 추세이다. 이에 백원근 소장은 도서정가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하였으나, 독자의 실질적인 후생 증대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웹콘텐츠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제도(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2016년 국내 출판사의 매출 규모는 3조 9,634억 원이며, 2020년과 2021년에도 출판사 수는 늘어났고 발행부수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출판계가 소규모화 되고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서점 수는 늘어났으나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은 총 7곳으로, 곧 서점이 없어질 지역은  총 29곳이로 꼽히고 있어. 서점부흥에 실패한 상태라는 평 역시 있다.,

독립서점들은 정부의 지원과 공공도서관 납품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어 도서정가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백원근 소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도서정가제 대한 3년 주기 재검토 규정에 따라 출판계에 스트레스가 크다며, 지속적인 논란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7개 분야별 전문가 토론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소비자 독자 웹콘텐츠 별 토론회에서는 각자 뚜렷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각 패널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 측을 대표해서 정우영 시인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도서의 위상이 왜소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시 분야에서는 대형서점에서도 시집이 천대 받는 수준으로 진열되지 않아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참담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우영씨는 도서의 정보적, 상업적 가치보다는 문화적 가치를 중요시하며, 현대사회는 문화 전쟁의 최전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의 도서는 한국인의 모든 것이 집적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 못지않은 문화력의 보고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도서를 단순한 서비스 품목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우영씨는 도서정가제가 도서의 보호장치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도서의 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적절하게 인정하고 지급함으로써, 도서의 보호와 지속적인 출판 활동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인 정원옥씨는 도서정가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이슈화가 도서정가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했다. 특히 전자책과 종이책의 차이로 인해 전자책만 예외될 이유가 없다며, 전자책도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유통플랫폼의 내부적 문제 때문에 웹소설 작가들이 도서정가제에 부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전 유통정책위원장인 박성경씨도 도서정가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놓았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장치로서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지지하며, 19년 국민청원으로 인한 일시적인 혼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3년 주기 검토 조항이 이해당사자 간의 토론을 조장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도

서점측을 대표해서 나온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부회장인 이정원씨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며, 현재 적용 중인 10% 할인과 5% 내외의 포인트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전 도서정가제만이 지역서점의 생존을 버틸 수 있으며, 독자에게 다가갈 문화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며 모든 할인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도서의 무료배송 또한 금지해 택배비를 의무화하고, 학교 도서관이 책을 구매할 때 할인 혹은 마일리지 제공을 금지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역서점의 건강한 영업 환경을 보장하고, 동일한 책은 어디에서나 같은 가격에 판매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도서관측을 대표하는 공공도서관협의회장이자 서울도서관장인 오지은씨는 도서관이 책을 구매하는 대표적인 이해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갑작스러운 할인 금지 등의 조항으로 인해 책 구매 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출판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도서정가제를 통한 출판사의 이익 추구와 내부적인 갈등을 중단시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지은씨의 발언은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도서정가제가 도서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서정가제 개정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출판사와 도서관이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와 방식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인 조윤미씨는 소비자 측면에서 도서정가제가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도서정가제가 출판문화산업 보호 및 육성과 중소 지역서점 보호라는 두 가지 성과를 어느 정도 거두었는지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조윤미씨는 또한 도서정가제가 책 할인을 막는 제도인 것이 아니라, 책 공급율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지역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책이 배포되는 가격이 달라지면서 지역서점이 경쟁력을 잃은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조윤미씨는 도서정가제 폐지 대신, 공급율을 동일하게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최종 할인을 막는 것보다는 이러한 방식으로 소비자와 지역서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도서정가제 소비자 후생을 억제한다는 것 자체를 출판계가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을 먼저 인지해야한다 이야기 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인 안찬수씨는 독자 측면에서 완전도서정가제를 주장하며, 현재 도서정가제에서는 10% 할인과 5% 마일리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책 가격이 부풀려져 비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완전도서정가제로 책 가격의 거품을 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안찬수씨는 또한 책 축제에서도 책 할인이 불가능해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책 축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특별할인 없이도 충분한 독자들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성대훈 교수, 도서정가제 반대 패널이었다. [사진=이민우 촬영]
성대훈 교수, 도서정가제 반대 패널이었다. [사진=이민우 촬영]

 

웹콘텐츠를 대표하러 나온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학과 성대훈 교수와 서울디지털대학교 웹툰웹소설학과 교수 오봉옥은 도서정가제와 웹콘텐츠의 관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성대훈 교수는 웹툰과 웹소설이 출판계 시스템을 안 따르고 성공한 사례라며, 도서정가제를 따랐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출판계가 웹콘텐츠를 대접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출판계가 웹콘텐츠에 대한 출판 형식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웹툰산업이 종이책과는 별개의 독특한 미디어이며,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유통과 경험재 상품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 등으로 웹툰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기에, 웹컨텐츠에 도서정가제는 도입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오봉옥 교수 역시 전자책에는 종이책과는 별개의 도서정가제 조항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질의 응답시간에는 다양한 질의가 이어졌다. 파란미디어 이문영 주간의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해외에 도서정가제가 보편적으로 실행되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 신간에만 도입될 뿐 구관 도서에 대해서는 할인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다.이에 대한 답변은 시간 관계상 깊게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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