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한모 관장 "아지트는 갤러리가 아니다... 갤러리 아닌 '문화' 다"
- 신진 아티스트 NOX의 데뷔 전시회를 통해 본 'AZIT'의 의미

'AZIT' 내부전경. NOX의 데뷔 준비가 한창이다 [사진촬영=박민호]

3월 25일,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마루아트센터. 이곳 2층에 위치한 「아지트 갤러리」에는 특이한 전시회가 열렸다.

얼핏 보기엔 흔한 미술 전시회였지만, 캔버스에 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혼란스러웠다. 어떤 그림은 경악을, 어떤 그림은 공포를, 어떤 그림은 우울과 미소를 담아냈다. 혼란함을 과감하리만치 거친 펜터치로, 우울감이라는 무거운 기분을 강렬한 색채로 담아낸 작품들이 제각각의 크기로 캔버스 위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카오스(Chaos:혼돈)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를 기괴한 화풍이 펼쳐진 이곳. 신인 미술작가 ‘NOX(본명 성현주)’가 그려낸 그만의 공간이다.

아티스트 'NOX'. 본인과의 협의 하에 얼굴은 비공개 처리함.[사진촬영=박민호]

“이번 제 데뷔 전시회, 「NOX」의 주제는 ‘판단 중지’입니다.”

아티스트 NOX는 말했다.

“저는 어떤 것이든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가운데 발현하는 혼란 등을 캔버스에 담아내려 노력했어요.”

변화무쌍한 주제를 담아낸 그에게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자, NOX는 주저 없이 ‘NOX’를 꼽았다. 그의 예명과 똑같은 이름의 작품이다.

“이 그림은 ‘NOX’의 세계관을 담고 있습니다.” 

「NOX」 NOX作. [사진촬영=박민호]

그의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필자는 잠시 그림을 감상했다. 하지만 도무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어,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를 물었다.

“주제, 의미... 그런 것이 없습니다. 제가 손 가는 대로 그렸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피사체들을 모아 혼란에 가깝게 그려냈죠. 어떤 것이 배경인지, 어떤 것이 피사체인지 판단하기 힘들정도로 뒤섞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의식으로 그리셨다고 봐도 될까요?”
“음, 아예 무의식은 아니고요, 아무래도 제 감정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네요(웃음).”

이렇게 자유분방한 예술관을 가진 NOX이지만, 힘들 때도 있었다고 한다. 바로 주변의 반대에 부딪혔을 때였다.

“우선은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죠. 아무래도 ‘미술로는 밥 벌어먹기 힘들다’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죠. 그래서 원래도 서양화과를 가고 싶었는데, 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시각디자인과로 갔다가... 결국 편입시험을 쳤어요. 학원도 안 다녔는데 붙었죠.(웃음)”

전시회 개최 전, NOX가 마지막 덧칠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촬영=박민호]

NOX의 역경은 학교에 가서도 계속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술에 대한 가치 관념과, NOX만의 관념은 계속 충돌하며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NOX는 대학을 졸업 후 자신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어 데뷔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그의 그림을 받아 줄 수 있는 갤러리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에 그 사연을 듣고 흔쾌히, 그것도 무료로 대관을 허락한 곳이 있었다. 바로 ‘AZIT’ 갤러리의 양한모 관장이다.

'AZIT'의 양한모 관장. 그의 사무실에서. [사진촬영=박민호]

“NOX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해 마음이 상한 것처럼 보였어요. 그 부분이 참 마음이 아팠죠. 작가가 작품을 발표했을 때 비난이든, 호평이든 그건 작가 개인이 감내할 몫이긴 한데, 이 친구가 직면한 상황은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양한모 관장은 건축가이자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건축사진사이기도 하다.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던 NOX의 데뷔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한 배경에는 그의 예술관 또한 한몫했다.

“예술이란 놀며 즐기는 것입니다. ‘1%의 나 자신’과 ‘90%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함께 공유해가며 노는 것이죠.”

‘돈이 안 되기에 남들이 많이 꺼리는 작업’이라는 예술 분야에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그러한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AZIT’를 열었다고 한다.

'AZIT'의 입구. [사진촬영=박민호]

“AZIT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알파벳의 A부터 Z까지, 모든 예술 영역을 아우르는 공간이죠. 그리고 I는 Innovation(혁신)을, T는 Trend setter(트렌드 세터)를 의미합니다. ‘문화를 이끌어가는 혁신적 집단’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저희 ‘AZIT’의 의미입니다.”

미술뿐 아니라 사진,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들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 그것이 AZIT의 목표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아지트 갤러리가 인사동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지트는 ‘갤러리’가 아닙니다. 문화 그 자체입니다.”

양한모 관장은 말했다.

“갤러리라는 것은 공간을 빌려주고, 그리고 작가는 그 공간을 빌려 쓰는 곳이잖아요.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빌려주고 빌려쓰는 개념이 아니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A부터 Z까지 모든 예술과 함께 한다는 것이 저희 AZIT의 취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ZIT는 단순한 갤러리가 아닌,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전시회 전야, NOX가 전시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박민호]

필자가 취재를 한 날, NOX 작가의 전시회 준비는 한창이었다. 그는 자신의 첫 데뷔전을 대관료 없이 개최하는 것에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인사동의 임대료는 높은 편이다. 2022년 서울시가 발표한 ‘2021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사동의 1㎡당 월 평균 통상 임대료는 9만 500원으로써, 서울시 전체의 1㎡당 평균 5만3900원보다 약 4만원가량 높다. 

이렇게 지가가 높은 인사동 한복판에 있음에도, 청년들을 위해 AZIT라는 공간을 선뜻 내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건축을 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한 20년 학생들을 가르쳤죠.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제가 그동안 사회에서 빌려 쓰고 살았던 것들을 갚고 가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지요.”

전시회 당일, 양 관장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촬영=박민호]

마지막으로 AZIT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준비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젊은 작가들을 위해, 지금 여기 말고도 공간을 더 확장할 생각입니다... 그 공간은 신진 작가, 아니면 올해 처음으로 졸업하는 친구들을 위한 공간으로 1년 내에 전시를 열어줄 계획입니다.”

■ AZIT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35-4 인사동마루 본관2층

■ NOX 개인전 : 3월 25일부터 3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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