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마곡동에 자리잡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는 5월 9일, 개관 3주년 기념행사로 남북하나재단 주관 탈북 시인 봉순이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사전행사로 탈북 예술인 문성광의 멋진 색소폰 연주가 있었다. 최근에 천년의시작을 통해 시집 『삶이 나에게』를 출간한 탈북 작가 봉순이는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지만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 최초우 배우가 낭랑한 목소리로 봉순이의 시 3편을 낭송하면서 북 콘스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녀는 1987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어나 2003년에 탈북, 2005년에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후 국적을 취득했다. 단편소설 「지영이」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먼저 데뷔했다. 2011년에는 경찰청 안보사랑 콘테스트 수기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봉순이 시인과의 대담을 이끌어간 사회자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이었다. 시집의 표4 글을 쓴 이승하 시인은 봉순이 작가의 시집을 “간절한 망향의 시와 애절한 향수의 시”라고 평가하며,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이 탈북민들을 ‘그들’이 아닌 ‘우리’로 인식하게 만드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의 문학, 그것은 한국 문학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북한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며, 남한이 이들에게 새로운 고향이 되어야 하는 ‘제2의’ 조국이기 때문이다. 추억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이들이 쓰는 문학은 디아스포라 문학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며, 그 특수성은 남한의 언어와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와 복잡하게 얽힌다. 

봉순이의 시집에는 두고 온 고향과 아버지, 첫사랑, 이별한 친구 등과 함께했던 과거지사가 작품에 녹아 들어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 탈북민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여전히 북한의 감시를 두려워한다. 북에 있는 지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은 시적 화자의 사적인 이야기일지라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특히 봉순이의 시는 탈북민들의 현재의 삶과 망향의 심정을 뼈아프게 토로하고 있다. 독자들은 시집을 통해 탈북민들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에 이 시집의 의의는 결코 적지 않다. 

이승하 시인 사진=이민우
이승하 시인 사진=이민우

 

봉순이 작가는 17년 전에 떠나온 고향을 매일 그리워하며 시를 썼다고 밝혔다. 때로는 시 한 줄을 적은 후 몇 시간 동안 울기도 했다는 그녀는 그리운 고향 친구들과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에게 이 작품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또한 첫사랑에 대한 시를 선보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별했던 그날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남한에 와서 신학대학에 다녔는데 목사가 될 자신이 없어서 사이버대학 방송문예창작학과로 진로를 바꿨다고 했다. 그곳에서 비로소 시를 배우고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쪽의 시들이 다 어려웠는데 자꾸 읽으니까 조금씩 이해가 갔다고 했다. 특히 가르침을 준 나태주 시인을 거론하면서 고마워했다. 그녀는 남북통합문화센터의 권유를 통해 시집까지 내게 되었고, 이를 가능하게 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승하 시인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재일조선인(재일교포) 작가 이회성ㆍ이양지ㆍ유미리ㆍ현월이 받는 것을 언급하며 일본도 이러할진대 우리는 동포인 탈북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소설집을 낸 김정애ㆍ도명학ㆍ설송아ㆍ이지명ㆍ장해성과 시집을 낸 김성민ㆍ김수진ㆍ이가연ㆍ이명애ㆍ장진성 등을 따로 언급하였다. 그는 이런 행사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하며, 탈북자들의 경험 이야기 청취를 통해 북한의 실상도 우리가 좀 더 깊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봉순이 시인은 자신의 식사 경험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자기는 양식도 좋아하고 일식도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왜 짜장면을 안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서 웃었다. 자기는 짜장면을 싫어하는데 그걸 말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녀는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반응을 받은 경험을 밝히면서 탈북민들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과 오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주도와 평안도처럼 고향이 다른 동포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열린 이번 북 콘서트는 탈북 작가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반인들에게 전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런 행사를 통해 탈북민들의 꿈과 삶, 마음과 처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참석자들이 봉순이 작가에게 질문을 던질 기회가 있었다. 한 참가자는 그녀의 시 중에서도 특히 고향 산천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하였다. 이 참가자는 자신은 탈북한 지 26년이 되었는데 어머니가 북한에 계셔서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드릴 수 없는 아픔을 토로하였다.

또 다른 참가자는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 참가자는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더 많이 만들어져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 전원에게 봉순이 작가는 자신의 시집을 사인해 주었다. “오늘 하루도 그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은 이토록 경이롭습니다.”란 말을 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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