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황봉구


가만히 있지 말고
꿈적거려 봐, 꿈틀대며 움직여 봐.

쳐다만 보지 마.
멍하게 바보처럼 우두커니 서 있지 말고.

찾아야 돼.
우물쭈물하지 말고 부지런히 찾아봐.

들어가야 돼.
망설이지 말고 뛰어들어 봐.

불덩이라도 물속이라도
몸을 담그고 뭐라도 움켜쥐어 봐.

불씨 찾아 너를 태워 봐.
불 지르겠다 생각만 하지 말고
불 지르고 나서 쳐다만 보지 말고.

불꽃 속으로 들어가
뜨겁다고 비명을 지르더라도
너를 재가 되도록 끝까지 태워 봐.

물에 씻지만 말고
몸을 풍덩 담가 봐.
온몸으로 물살을 느껴 봐.
살려고 발버둥 치며 헤엄을 쳐 봐.
거센 물결에 발가벗고 뛰어들어 봐

푸른 하늘이 보여?
잡을 수 있어?
찾았어?

무슨 소리라도 들려?
외줄 두레박이라도 내려오나?

쓰러질 때까지
온 힘으로 소리를 질러 봐.
악다구니 쓰며 발악 한번 해 봐.
허공에 손 내지르고 발로 땅을 쾅쾅 때려 봐.

ㅡ『어둠에 빛을 찾아서』(파란, 2023)에서

 

<해설>

공자 왈,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했으며, 마흔 살에는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는 천명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며, 예순 살이 되어서는 귀가 뚫려 한번 들으면 그 이치를 알았고, 일흔 살에는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황봉구 시인은 이 말을 뒤집어엎기로(逆) 했다. 까짓것, 내 나이 일흔이 되었지만 법도고 규율이고 체면이고 다 무시하고 내 내키는 대로 살아보리라. 

우리 사회에서는 70 노인이 청바지를 입으면 놀린다. 옷차림, 행동거지, 표정, 말투가 점잖지 않으면 놀림감이 된다. 그런데 외국 여행을 하게 되면 노인이 젊은이들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기도 하고 젊은이들과 어울려 춤추는 것을 볼 때도 있다. 악기 연주를 하는 것도 보고 앞치마 입고 일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우리랑 참 다르구나, 하고 생각한다.

황봉구 시인 자신 60대 말에 3권짜리 예술철학서 『생명과 정신의 예술』을 펴냈는데 총 2,740쪽이다. 70대에 들어서서 네 번째 예술철학서 『사람은 모두 예술가다』와 세 번째 음악이론서 『소리가 노래로 춤을 추다』를 펴냈다. 공장주가 사업을 접고 경남 남해에 내려가서 왕성하게 집필 활동 중이다. 아아, 부럽다. 나도 누구처럼 불꽃 속으로 들어가 재가 되도록 끝까지 나 자신을 태울 수 있을까. 『삼국지』에서 내가 무진장 좋아하는 인물이 촉의 노장 황충이다.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요절한 천재 시인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노익장을 보여주는 황봉구 같은 시인에게도 따뜻한 조명을 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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