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민우[송경동시인이 경호원들과 몸싸움중이다]

 

”작가를 안 들여 보내면 누구를 들여보낼거야“

작가들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2023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식에 울렸다. 오정희 소설가가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되자 항의 방문을 한 작가와 예술가들이 경호원들과 몸싸움 끝에 바닥에 쓰러졌다. 격렬한 저항을 하는 예술가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윤철호 회장의 이름을 외치며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날아들어오는 손발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다.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의 실행자였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 당시 오정희작가는 한국문화예술위에서 위원으로서 예술인을 사찰, 검열, 배제하였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 조사와 백서 등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작가32명을 배제하는 것에 가담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오정희 작가 블랙리스트 실행에 대한 내용

 

이날 개막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방문이 있었다. 도서전에서 작가와 예술가들이 끌려나온 사유는 대통령경호법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과거 국가폭력(블랙리스트)문제의 피해자이자 공론화를 위해 앞장섰었다. 

이번 서울국제전의 주제는 ”비인간,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 이다.

도서전의 얼굴 3번째 사진
도서전의 얼굴 3번째 사진 오정희 작가

 

기자회견

14일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에서 개막식에 앞서 코엑스 동문에서 오정희 소설가의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에 대한 문화예술계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블랙리스트 이후(준)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이후(준)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우리만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민예총이 주최하였다. 

사진= 이민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민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이원재씨는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며 ”오정희 작가는 국가범죄 연루자가 아니라 실행자“ 였다며 동료 작가들을 배제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 폭력을 실행한 이를 서울국제도서전에 내보낸 것은 일종의 면죄부라고 이야기 했다.

한국과학소설 작가연대 정보라 작가는 한국문학의 특징은 장르와 상관 없이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과 반성 성찰이었다며 썩은 문학을 권유하고 썩은 권력에 아부하는 오정희 작가와 대한출판문화협회 문화체육관광부는 반성하라고 외쳤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대한 성토와 요구도 있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이자 블랙리스트에 문제 의식을 느끼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오정희 작가를 도서전의 얼굴로 내세운 이유를 물으며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사진=이민우 [예술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이전 대한출판문화협회 내부 폭로도 있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정책팀장인 홍태림(미술평론가) 씨는 내부에서 오정희 소설가 홍보대사 해촉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SNS에 양심선언했다. 또한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오정희 작가는 홍보대사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진행위원장 이원재씨는 ”신경숙의 표절을 제기했듯이 고은의 성폭력을 제기했듯이 오정희의 예술가들을 검열, 배제한 국가 범죄에 대해서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역사에 남길 것“ 이라며 이번 시위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이야기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들어가다. 

코엑스 외부에서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서울국제도서전에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송경동시인을 필두로 권위상 시인 등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일동이 표를 사고 침착하게 개막식 장소로 향하기로 한 것.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 경호업체 관계자가 문화체육관광부 혹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허가 혹은 합의를 받았냐며 막아섰다. 

”저희는 작가들이고요. 원하는 것을 들고 갈 자유가 있습니다. “ 

사진=이민우기자[시위피켓을 말아들고 가고 있다.  송경동, 취재기자, 경호관계자
사진=이민우기자[시위피켓을 말아들고 가고 있다. 송경동, 취재기자, 경호관계자

 

송경동 시인은 경호업체 관계자에게 자신이 문인임을 밝히고 개막식 장소로 향했다. 종이로 만든 시위피켓(“부패한 문학권력 앞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을 못 들고가게 하자 그마저도 중간에는 보이지 않도록 말아들었다.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는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했던 1954년부터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출판사, 저자, 독자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책 축제‘라고 적혀있다. 

도서전에서 작가란 언제나 환영받는 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개막식 장소로 가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볼 수 없었던 낯선 모습이 보였다. 인간의 띠였다. 개막식 장소를 둘러싼 인간의 띠. 다수의 사람들이 개막식 현장을 에워싸고 사람들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이들의 명찰에는 대통령실 마크가 달려있었다. 

 

양복을 입은 이들이 예술가들을 둘러싸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개막식에 왜 못들어가냐는 질문에 답 대신 수십여명이 작가들의 팔다리를 꺾고 몸으로 밀쳐내기 시작했다. 선두에 섰던 송경동 시인은 몸싸움 끝에 프레스룸에 끌려 들어갔다. 

바닥에 쓰러진 예술인들이 뒹굴었다. 작가들은 신체를 구속당했지만 미란다의 원칙도 없었고 작가들을 제압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고 작가들을 막아내는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송경동 시인이 윤철호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외쳤으나 곧 현장은 외마디 비명과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유조차 모르고 바닥에 쓰러진 작가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사진= 이민우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 촬영을 제지당하여 제대로 찍히지 못했다.]
사진= 이민우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 촬영을 제지당하여 제대로 찍히지 못했다.]

 

개막식이 시작되자 작가들이 제압당한 이유를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한 것이다. 작가들은 끌려나온 이후에나 대통령 경호법 때문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작가들은 한명 한명 강제로 끌려나왔다. 

사진=이민우[송경동 시인이 끌려나오고 있다]
사진=이민우[송경동 시인이 끌려나오고 있다]

 

송경동 시인은 이날 저녁 SNS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양심과 사상, 출판의 자유 등등을 유린하며 동료 문화예술인들을 사찰, 검열, 배제, 고사시키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한 소설가를 홍보대사로 앉히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김건희의 축사를 듣기 위해, 그 진실 규명을 위해 근 7년여에 이를 동안 수많은 일들을 해야 했던 이들은 무참히 끌려 나와야 했다“며 이날의 일을 회고했다. 

낯선 풍경 문학기자들 밖에서 기다려 

한쪽에서 문인들이 쓰러져 있을 때 개막식 장소 앞 프레스룸 앞에 문학기자들이 모여 서 있었다. 개막식 장소로 들어가려고하자 경호원들이 진입을 막았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문학기자들에게 자체적으로 제공한 기자명찰을 제공한다. 본지가 취재한 8년간 그러했다. 기자임을 밝히고 서울국제도서전측에서 제공한 명찰을 보여주며 개막식 장소에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했으나 사전에 확인된 인원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문학기자들 역시 개막식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멀뚱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문인들과 경호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도 갈 수 없었고 개막식으로도 갈 수 없었다. 문학 기자들은 프레스룸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다수의 기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사진=이민우[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프래스룸 앞에서 대기중이다]
사진=이민우[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프래스룸 앞에서 대기중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에게 개막식 장소에 입장할 수 없는 것이냐고 묻자 ”여사님이 가신 다음에 들어갈 수 있다“ 라는 답변을 들었다. 프레스룸 앞에서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했으나 경호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서울국제도서전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맡은 뮤지션 이랑 씨는 국제도서전 보이콧을 선언을 했다. 국가폭력문제에 항의한 작가들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국가권력으로부터 강제로 끌려나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사진=이민우[경호 인력이 배치된 서울국제도서전]
사진=이민우[경호 인력이 배치된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 이전 터져나왔던 마포구 플랫폼P 사태, 문체부의 세종도서 비판, 최근 번역원에 대한 지원축소 등 출판계 이슈들이 서울국제도서전 사건과 함께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구르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제는 세종도서 지원 검열로부터 시작했다.  다시 2023 세종도서에 문제가 있다고 문체부가 지적했다. 그리고 그 블랙리스트의 실행자 오정희가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를 지적한 예술인과 문인들이 쫓겨 났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작가들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쫓겨난 이날 개막식에서는 김건희 여사는 ”우리 작가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문화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더욱이 이 책의 힘은 그 위대함의 바탕이 돼준다"고 이야기 했다고 전해진다.(본지는 취재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개회사조차 간접적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은 개막식은 작금의 출판계가 놓여진 현실에 대한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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