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인간의 내면을 깊은 통찰과 산뜻한 위트로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 김금희가 신작 산문집 『식물적 낙관』을 선보였다. 이 책은 김금희의 두번째 산문집으로, 2020년 여름부터 2022년 겨울까지 한겨레 ESC에 연재된 '식물 하는 마음'이라는 에세이와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미발표 원고들이 함께 수록되었다.

작가가 식물과 더불어 지나가는 네 계절의 풍경을 따라가며, 식물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순간들의 기록을 담아낸 이 작품은 김금희 산문만의 아릿하고도 부드러운 필치로 마음의 굴곡을 그려낸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소설가의 식물 산문'이라는 특징이다. 그동안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 등 대문호들이 찬미해온 식물의 존재를 김금희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김금희는 "돌아보면 내가 식물에 빠져든 시기는 마음이 힘들었던 때와 거의 비슷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식물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시련과 그와 맞물린 개인적인 상실, 그리고 삶의 부산물 같은 고민들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김금희는 식물을 더 이상 절박하게 대하지 않고, 산문을 통해 식물이 지닌 생명력과 특징을 명확히 관찰하고 이해하며, 식물들의 느긋한 낙관의 자세를 받아들인다. 작가의 발코니에서 살아가는 실내 식물들은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생장하는데 집중하며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금희의 산문을 통해 식물들이 이룩한 별세계를 읽게 되면, 우리는 '살아가는 것' 자체를 삶의 명확한 목표로 재설정하게 된다. 이러한 가벼운 전환을 통해 일상을 보다 너그럽게 바라보게 되며, 이것이 바로 '식물적 낙관'의 감각이다.

시인 황인찬은 "식물을 돌보는 일이 우리 자신을 돌보는 일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이 건강한 힘을 이 책은 ‘식물적 낙관’이라 표현한다.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깊게 공감할 크고 작은 일들을 따라 읽다보면, 당신은 때로 웃기도 하고, 또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을 낙관할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추천했다.